[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K-POP 그룹 트와이스(TWICE)의 일본인 멤버 사나(湊崎 紗夏)가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5월 1일자로 일본의 연호(年號, 군주국가에서 군주가 자신이 재위기간 동안의 연도에 붙이는 칭호)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로 바뀌는 것에 대한 감상을 SNS에 올리자 국내 네티즌들이 날선 비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시절 끝모를 고통을 겪어온 분들과, 이를 잊지 말아야 하는 후손들의 입장에서 사나의 행동을 두고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나는 일본인이지만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개인의 감성이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노출된 것을 두고 '한국팬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온다.

사나의 발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수준 낮은 반일(反日) 프레임 표출 공론화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이런 시각은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행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위험한 시각'일 수 있다.

우선 일본의 연호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일본의 연호는 ‘왕(천황)’에 따라 바뀐다. 명목상 입헌군주국으로 ‘왕’이 있는 일본에서는 새로운 왕이 재위하는 기간에 별도의 이름을 붙인다. 이번에는 1989년 즉위한 일왕 아키히토(明仁)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전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는 새로운 일왕 나루히토(德仁)가 2019년 5월 1일부로 즉위함과 동시에 ‘레이와(令和)’로 바뀌는 것이다. 연호가 정해지는 기준은 왕이다. 그러나 일본의 왕은 상징일 뿐 정치 권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일본에서 연호는 시대를 구분하는 기준의 의미 이상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는 ‘아름다운 평화’라는 의미가 있다. 물론 내포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레이와를 군사력으로 주변국들을 찍어 누르고, 정복했던 제국주의 일본으로의 회귀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일본 내에서도 주류로 인정되는 해석이 아니며 오히려 평화로운 시대를 이루는데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연호는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며 여기에 대한 일본인들의 개인적 감상은 아무리 넓게 해석해도 과거 우리나라와의 관계나 역사 문제와 연관된 면이 전혀 없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과거 1999년에서 2000년대로 넘어갈 때 전 세계인들이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맥락으로 화제가 된 사나의 SNS게시물 내용도 이른바 ‘새 시대’를 맞이하는 기대를 담은 전형적인 일본인들의 감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나의 행동을 온전히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한일 과거사를 두고 첨예한 이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현재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는 부분은 아쉽다. 과거사에 대한 왜곡을 계속하는 아베 신조 내각과 극우 세력의 망언이나 행동에 대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강력하게 항의를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고 앞으로 계속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와 일본인 개인에 대한 증오심 조장을 위한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여기에 대고 과거사라느니, 사과라느니라는 말을 붙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일부 잘못된 반일 프레임은 여론을 몰아서 특정 개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하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필요 이상의 적개심을 끌어올린다. 특히 국내 미디어는 이러한 분노를 패스트푸드처럼 진열해 클릭수 장사나 하고 있으니, 더 개탄스럽다.

판단하기 어렵다면 실리만을 추구해보자. 무역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 미국, 베트남, 홍콩에 이어 우리나라와 무역을 가장 많이하는 다섯 번째(305억 달러, 약 35조원, 2018년 연간 기준)국가다. 수입액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 미국 다음이 일본(121억 달러, 약 14조원, 2019년 3월 누적 기준)이다. 이와 같은 관계를 볼 때 경제 협력 부분에서는 일본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장기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위하는 길이다.  

쓸데없는 반일 프레임도 어리석고 이것을 활용해 특정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수준 낮은 행동은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 이유 없이 우리나라를 혐오하는 ‘혐한(嫌韓)’의 미러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맞다. 아쉬움은 있지만, 사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