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1분기 성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급증한 기업 재고와 이례적인 수입 감소 때문으로 지속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CFO.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저조할 것이라던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수치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 결과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주가와 금리는 1분기 성장 결과에 거의 반응하지 않고 있다.

1분기 성장의 주된 메시지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시장에 만연했던, 조만간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금융 위기 이후 지속돼 온 경기 확장이 아직 이어지고 있어 오는 6월 경기 확장 10주년을 축하하는데 큰 이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 나온다. 6월 이후 한 달만 성장이 지속된다면 미국 경제 역사상 가장 긴 경기 확장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전의 경기 연속 확장 기록은 1990년대로 기업들의 인터넷 열풍에 힘입은 바 컸다. 오늘날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아마존도 이 시기인 1994년 7월에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의 팽창이 90년대의 팽창보다는 약하다고 말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붐은 대개 인플레이션 폭등,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의 거품, 과도한 대출과 그에 따른 엄청난 빚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90년대의 확장도 인터넷 기업의 주식 거품이 꺼지면서 끝났다.

펫츠닷컴(Pets.com)을 상기해 보라(1990년대 닷컴 버블의 상징. 1998년 설립된 이 회사는 닷컴 열풍을 타고 수퍼볼 광고 등을 통해 유명세를 떨치면서 2000년 2월 시가총액 1억 달러를 넘겼지만 8개월 뒤 폐업했다).

게다가 이번의 긴 성장이 인상적인 것은 그것이 대재앙을 일으킨 금융 위기를 헤치고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금융규제 강화 등 위기에 대한 정책 대응도 장기 성장에 나름 기여했다. 현재 미국은행들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해야 하고, 더 안전하고 보다 많은 유동자산에 투자해야 하며, 대출에도 더 신중함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신용 대출의 증가는 현재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식은 상태도 아니다.

그러나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일(현지시간) CNN에 기고한 글에서, 1분기 GDP 증가가 미국 경제의 확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지만, 어쩌면 확장의 강도가 과대 평가되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2%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출처=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

1분기 성장은 지난해 여름부터 급증한 기업 재고에 의해 촉진된 탓이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업이 실제로 판매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 없다. 기업들은 곧 다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GDP는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기 때문에 성장율은 둔화될 것이다.

수입이 급감하면서 무역적자도 이례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무역은 분기별로 변동성이 매우 크지만, 1분기 수입 감소는 지난 경기 침체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수입은 대개 침체기에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침체기에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을 포함해 모든 것을 훨씬 적게 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확장 기간에 수입이 감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1분기 수입 하락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미국의 최대 수입품 공급처 중국과의 무역전쟁 여파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지난해 여름 이후의 재고 증가와 비정상적인 수입 감소가 없었다면, 미국 경제의 1분기 GDP 성장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했던 대로 2%에 근접했을 것이다. 게다가, 기업 재고와 국제 무역 수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사후 정확한 산정과정에서) 그 수치가 큰 폭으로 바뀌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BEA가 실제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몇 개월 후에 수정치가 나오면 1분기 성장율이 다시 떨어지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적자 재정 우려에도 불구하고 감세 정책에 도취됐던 1년 전에 비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크게 둔화됐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기업들과 대부분 고소득층과 부유층 가계에 대한 세금을 삭감해 주느라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 달러를 더 빌려야 했다.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소비되고 그것이 경제를 당분간은 촉진시켰을 것이라는 것은 굳이 경제학자가 아니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 그 돈이 대부분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경제는 세금 감면 발표 이전의 2% 조금 넘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그러나 물론, 국가의 예산 적자와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커졌다.

1분기 GDP 수치에서 가장 주목될 뉴스는 과연 기업들이 향후 성장의 불 쏘시개가 될 사업에 대해 얼마나 많이 투자했느냐는 것이었다. 당시 법인세 인하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 것이며, 그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그 줄거리는 그렇게 된 것 같지 않다. 장비와 건물에 대한 기업들의 고정시설 투자는 지난 여름 이후 줄곧 감소해 왔다.

이것이 1분기 GDP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이 거의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투자자들은 1분기 GDP가 향후 성장 속도의 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10년 전 경기 팽창이 시작된 이후 완만하게 유지해온 속도와 일치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