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바탕이 있는 정물 2015, 캔버스에 유화, 101×101㎝(The Still life in Black background 2015, Oil on canvas, 101×101㎝)

구자승의 그림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또 길들여진 사물을 통해 우리의 정서가 감정을 전달하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저 거기에 사물이 있다는 ‘Being’의 논리를 확인하려는 것 같다.

그 확인을 위해서 그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제멋대로 내맡겨진 사물들을 그 시간들로부터 잠시 떼어낸다. 그렇게 하는 일이 사물이 정말 존재한다는 실감을 우리에게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 꽃 2015, 캔버스에 유화, 162×130.3㎝(Flower 2015, Oil on canvas, 162×130.3㎝)

그의 풍경화나 인물화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그의 그림들에서 배경과의 함수라고 말한다. 이 말은 하나의 사물을 이해하는 길인 동시에 그 배경을 이해하는 일이고, 반대로 배경을 이해함으로써 거기에 놓인 사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추색 2016, 캔버스에 유화, 82×82㎝(Autumnal colors 2016, Oil on canvas, 82×82㎝)

구자승의 그림에서 배경이 생략되거나 단순하게 처리되는 것은 사물과 배경과의 관계를 절단함을 의미한다. 그의 정물의 연출법이 초현실주의자들의 공간 뛰어넘기가 아니라 그가(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 흔들리는 사물의 이미지를 고정시키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사물의 길들여진 일상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박용숙|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