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로 끝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2019년 4월 26일,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처음 알려진 4박 5일 대신,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다.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이 축소되었다.

러시아 방문 하루 전인 4월 2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을 공개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4박 5일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에 대해, 각국 언론과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포스트 하노이 정국의 분수령으로 삼을 목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일이 벌여졌다. 4월 24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김정은 위원장은 이튿날인 4월 25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푸틴 대통령과 단 한 차례 회담한 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 후속 회담이 이어졌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 현지시각으로 4월 26일 오후 3시 27분(한국시각 오후 2시 27분) 전용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역에서 출발해 귀국길에 올랐다. 4박 5일이라고 알려졌던 러시아 방문은 2박 3일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과 러시아 양국 간 합의사항이 발표되지 않은 것으로 알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적ㆍ법적 안전 보장을 위해 6자회담 논의를 강조했던 푸틴 대통령이 결국 북한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침묵하는 중국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중국 언론은 특별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 언론들이 중국을 겨냥해서 러시아가 북한의 새로운 후원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보냈어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중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촌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할 정도로,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 말을 아꼈다. 말을 아낀 정도로 아니라, 아예 개입할 문제가 아닌 것처럼 매정한 태도였다.

중국 언론이 논평을 한 것은 4월 27일에 이르러서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으로 귀국한 바로 다음날이다. 신화통신은 “북러 간 고위급 교류는 양자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한반도 정세와 지역 평화에도 건설적인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신화통신은 “북러 양국 정상이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만남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데 힘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견지하며 한반도 정세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건설적인 대화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작년부터 한반도 문제가 북미, 남북, 북·중 정상회담이 이어지며 ‘회담 열기’에 빠져들었다면서, ‘러시아도 이 열기에 가세하는 것은 한반도 다자대화 체제를 구축하는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한 보도에서 감정이 배제된 보도를 내보냈다. 내면의 온도를 느낄 수 없는 통상적인 보도였다. 전통적 후견국가인 자국 중국을 제치고, 북한이 러시아를 찾아갔다는 불쾌감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러시아의 참여로 인해서, 중국은 더 이상 북한에 독점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한 마디로, 사돈 남 말 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미국의 이란 산 원유 수입 예외 조치 중단 선언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보도가 나오기 전날 4월 22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은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감축 예외조치(SREs)를 다시 발효하지 않을 것”이라며 예외조치는 5월 2일 자정에 만료된다고 밝혔다. 이란이 외국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할 목적이었다.

이런 미국의 결단에 대해, 이란 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서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았던 8개국은 몹시 당황했다. 한시적 예외를 인정받던 8개국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 터키 등이다. 관련국 언론들은 미국이 원유수송로 호르무스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폭등하고, 이란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미국의 세계 경영 전략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판단 착오에서 발생한 사태이다.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감축 예외조치를 다시 발효하지 않기로 한 저변에는 북한이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성동격서, 아니 성서격동이다.

미국은 이란을 소리 내어 북한을 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표 직후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런 성과 없이 4박 5일의 일정까지 2박 3일로 줄이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란 사태에 러시아가 연동되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전날까지 우호적인 러시아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이란의 원유 수출이 봉쇄되면, 결과적으로 러시아 원유 수출의 호재가 되는 까닭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에 대해서 논평을 하지 않은 중국은 정반대 상황이었다. 중국은 이런 원유 수입 감축 예외조치 해당국이다. 중국의 이란 원유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이다. 따라서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는 즉시, 중국 경제는 파탄이다.

그래서 러시아는 김정은 위원장을 정해진 일정보다 빨리 귀국시킬 수밖에 없었고, 중국은 더 이상 북한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서 기다렸다는 듯이 6자회담 방식도 나쁘지 않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6자회담 방식은 중국이 북한에게 주문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스스로 제안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으로, 중국은 핵으로 미국과 위험한 거래를 하는 북한 편을 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았다.

 

북한 압박을 통해서 이란에게 던지는 미국의 메시지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감축 예외조치를 다시 발효하지 않겠다는 발표 이후, 미국은 여러 상황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첫째, 이란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하지 확실히 경고했고, 둘째, 미중 무역전쟁과 별도로 원유 공급선 차단으로 중국을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셋째, 이란 원유 공급 차단으로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는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이격되는 상황을 만들었으며, 넷째, 북한은 이란 산 원유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중국과 러시아으로부터 고립되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느닷없는 보도가 4월 29일 순차적으로 발표되었다. 우선, 2017년 6월 평양에 들어가 웜비어를 데리고 나온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웜비어 석방 과정에서 200만 달러(한화 23억 원)를 청구했으며 자신이 청구서에 서명했다고 말한 것이다. 인질 협상에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는 불리할 수 있는 돌발 발언이었다.

그리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북한이 내민 청구서에 서명했는지를 묻자,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들었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북한에 돈이 넘어간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북한이 웜비어 석방 대가로 몸값을 요구한 상황이 확실해진 것이다.

북한의 경제 사정을 짐작하게 만드는 두 당국자의 발언에 이어, 같은 날 상황을 정리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마지막 발언이 이어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계속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면 우린 북한을 비핵화 할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고 밝혔다. 이란 압박을 통해서 중국과 러시아를 갈라놓은 미국, 미국은 북한을 고립시키며 비핵화 추진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물론 이런 암시는 성동격서의 형태로 이란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