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국토부가 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비율을 상향하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한남3구역은 물론 주변 재개발 지역들은 계획의 확실성도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매매에 나서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23일 발표한 2019 주거종합계획에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높이는 개선안이 담기기도 했다. 출처=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23일 주거 복지와 실수요 중심의 시장관리를 골자로 한 주거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발표에 따르면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조례에 위임된 내용에 따라 사업지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을 현행에서 10%포인트 범위 내로 상향할 계획이다. 이로써 정비사업지를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기조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현행 조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10~15%, 경기·인천 지역은 5~15%, 지방은 5~12%가 적용된다. 세입자수가 과다할 경우 5%포인트 범위 내로 조정하는 추가 부과 규정이 적용된 결과다.

반면 국토부 계획에 따르면 서울의 의무비율은 10~20%, 경기·인천은 5~20%, 지방은 현행 규정을 유지할 방침이다. 추가부과 규정의 경우 주택수급안정과 구역 특성에 따라 10%포인트 범위 내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개정될 전망이다. 다만 적용 시점과 대상지 명시가 돼있지 않아 일선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이밖에 정비사업 제고안은 동절기 퇴거조치 제한, 정비업자 업무범위 조합설립 준비로 제한, 조합원 권리 강화 등이 담겼다.

정비사업은 보유 토지와 주택의 가치를 기준으로 감정가액을 평가받은 뒤, 이를 토대로 조합원 분담금을 계산해 사업비를 부담해왔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사업 수익성이 결여된다는 이유로 일반 분양 물량을 포함하는 게 통상적인 사업 추진 방식이었다.

문제는 용적률 상한 등의 이유로 수용 가구수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면 일반 분양 물량은 자연스레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는 점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무래도 계획이 확정될 경우 사업 초기인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사업 추진 속도 면에서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수익성 악화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일 팀장은 “변경 규정이나 조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지 않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도 포함이 되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면서도 “조합 설립 이후 뚜렷한 진전이 없는 구역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한남3구역은 지난 3월 29일 사업시행인가가 난 상황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서울 시내 정비사업지의 진척이 더딘 상황이란 점도 부담요소다. 수주를 맡은 건설사들의 일감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이목이 쏠리는 것이다. 일각에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권 팀장은 “당국이 수급에 민감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분양이 많았다거나 공급이 줄어서 주택가격 상승 여지 있는 지역에 임대주택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가격 조정 이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남3구역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견 불안감을 드러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한남3구역 임대비율도 높아지나?

해당 발표 이후에도 한남3재정비구역은 요지부동이었다. 새로운 매물도 희귀하고, 공시가격 인상 이후 정확한 윤곽을 보려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중개사들은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들어선 해당 사업지는 임대비율 상향에도 별 타격이 없을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국토부 규정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일말의 불안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한남동 K공인중개사는 “사업시행인가가 나기도 했고, 워낙 큰 지역이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임대비율을 높이는 것은 내년 12월 있을 관리처분인가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사는 매물이 새로 나온지 몇 달이 됐다면서 “주거기본계획도 확정이 아닌 상황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무엇이 정해졌다’는 인식을 갖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대비율 상향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인 용산구청의 의지도 들어있기 때문에 무조건 상향이 이뤄지리라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을 밝혔다.

보광동 J공인중개사는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향보다 대출규제의 여파가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한남3구역은 물론 일대 여타 정비구역도 어지간하면 10억원이 넘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기 부담 자본비중이 높아지니 매수자들이 예전보단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7년과 2018년 이미 소액·소규모 거래가 다수 이뤄진 것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공시가격 인상이 발표된 4월 30일을 앞두고 한남3구역은 오히려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G공인중개사는 “이곳은 일반적인 공동주택들과는 달리 공시가격이 오르면 더욱 좋다”면서 “조합원이 보유하게 되는 ‘권리가액’이 높아지면 조합원 분양가를 빼고 그만큼 부담하는 돈이 줄어들고, 관리처분 전 시점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중개사는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일반 분양으로 얻는 수익이 감소하는 건 자명하기 때문에 당연히 악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규제 국면은 이미 수십차례 반복돼 왔기 때문에 소비자와 투자자는 임대물량이 늘어나는 곳을 피할 것”이라면서도 “거꾸로 분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파트 희소성이 있는 지역을 주시하는 움직임도 생길 것이고,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도 구매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