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식품업계가 가정간편식(HMR)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반조리 식품인 ‘밀키트’ 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기존 밀키트 시장은 스타트업과 제조사가 주도해오다 최근 오프라인 채널도 시장에 합류했다. 이어 CJ제일제당까지 밀키트 시장에 진출 선언을 하며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밀키트(Meal kit)는 HMR의 한 종류로 식재료를 바로 조리할 수 있도록 미리 손질한 상태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식사키트를 말한다. 또한 레시피가 적힌 종이가 제품에 동봉돼 있어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 특히 냉장된 식재료로 배송되기 때문에 기존 HMR 제품보다 유통기한은 짧지만 신선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밀키트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2013년 1501억원 수준이었던 미국의 밀키트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3조 5340억원대로 커지면서, 연평균88%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의 시장 규모는 2013년 1172억원에서 지난해 8859억원대로 확대됐다.

▲ 미국의 밀키트 시장 규모 출처=CJ제일제당
▲ 일본의 밀키트 시장 규모. 출처=CJ제일제당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아직 200억원대로 미비한 수준이다. 그러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집밥의 수요가 늘어나고, 대형 업체들이 관련시장에 진입하면서 올해에는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400억원대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선한 밀키트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이고, 여러 업체들도 차별화된 서비스와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등의 시장 성장률을 반영하면 향후 5년 내에 7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식품시장은 13조원 규모로, 이중 신선식품(농축수산) 거래액만 3조원에 이른다. 신선식품은 눈으로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며 구매가 늘고 있는 것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6년 프레시지, 닥터키친 등 일부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에 진출한 이후 동원F&B,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기업도 시장에 합류했다.

이어 GS리테일, 롯데마트, 현대백화점, 갤러리아 등 오프라인 채널 브랜드도 밀키트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까지 밀키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프리미엄 밀키트 '양반 나만의 요리 만들기 KIT' 4종. 출처=동원 F&B

동원F&B는 지난 25일 내가 고른 재료로 완성하는 밀키트 제품 ‘양반 나만의 요리 만들기 KIT’ 4종을 출시했다. 일반적인 밀키트 제품과 달리 요리의 주재료는 제외하고 부재료만을 엄선해 담은 제품이다. 소비자가 직접 쌀, 만두, 고기 등의 주재료를 취향에 따라 직접 선택해 조리할 수 있어, 일반적인 밀키트보다 집밥의 요소가 더욱 강화됐다.

동원F&B의 ‘삼계영양솥밥’과 ‘버섯영양솥밥’은 소비자가 직접 고른 쌀과 함께 밥솥에서 넣어 취사해 영양밥을 만들 수 있는 밀키트 제품이며, ‘불고기전골’과 ‘왕만두전골’은 제품을 먼저 냄비에 넣어 끓인 뒤, 각각 취향에 맞게 고른 불고기와 왕만두를 넣어 전골로 만들어 즐기는 제품이다.

또한 ‘양반 나만의 요리 만들기 KIT’는 엄선한 국내산 자연재료와 양반 브랜드의 노하우가 담긴 비법육수가 들어있어 별도의 재료 손질 없이 손쉽게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다단살균 공법을 적용해 실온에 보관해도 재료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최근 간편함을 중시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맛있는 집밥을 직접 만들어 먹고자 하는 니즈가 존재한다”면서 “양반 나만의 요리 만들기 KIT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밀키트 제품으로, 조리가 간편하면서도 직접 고른 재료로 건강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 고객이 집에서 심플리쿡을 직접 수령하고 있다. 출처=GS리테일

밀키트 제품은 온라인 상에서 선물 아이템으로 새롭게 뜨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이 4월 1일부터 23일까지 GS fresh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문 고객과 실제 수령 고객이 다른 판매(이하 선물 고객)의 매출이 올해 1월 동기간 대비 237.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GS fresh에서 판매한 심플리쿡 전체 매출 증가율이 56%인 것을 감안하면, 선물 고객으로 인한 매출 증가율이 4배 이상 높은 셈이다. 선물 고객으로 인한 매출 비중 역시 1월(9.4%)에서 4월(20.4%)로 증가했다.

▲ GS프레쉬에서 판매한 심플리쿡 매출 비중 및 증가율. 출처=GS리테일

이는 O2O를 활용한 선물하기가 일상화 되면서 집으로 바로 배송을 보낼 수 있는 밀키트 선물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볍게 안주부터 식사로 활용할 수 있는 메뉴까지 다양하게 선택해 선물하는 것이다.

심플리쿡 담당자는 “O2O 서비스를 활용해 지인에게 선물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밀키트도 새로운 O2O 선물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가족이나 지인의 끼니를 챙겨주거나 맛있는 안주를 대접한다는 의미까지 있어 갈수록 밀키트 선물이 늘어날 것으로 예산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지난 4월 밀키트 브랜드 ‘쿡킷(COOKIT)’을 론칭하면서 밀키스 시장에 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CJ프레시웨이, CJ대한통운 등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CJ프레시웨이는 ‘쿡킷’의 식재료 공급, CJ대한통운은 새벽배송을 전담한다. CJ프레시웨이는 밀키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농산물 전처리 국내 1위 업체인 제이팜스·제이앤푸드를 인수한 바 있다. CJ대한통운도 새벽배송 안정화와 거점 인프라 확대를 통해 서비스를 강화했다.

▲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COOKIT) 제품.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쿡킷’ 브랜드 인지도 확대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올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향후 3년 내 1000억원 규모로 매출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또한 올해 11월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쿡킷’ 메뉴는 2~3인분 기준으로 평균 2만원대로 운영된다. 야채와 채소, 고기, 생선, 소스, 육수 등 모든 식재료도 바로 조리할 수 있는 상태로 전처리했고, 상세 레시피와 함께 포장해 배송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메뉴만 60여종으로 2년 내 200여종의 메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사 식품 전용 온라인 쇼핑몰 CJ온마트에 밀키트 전용관을 구축하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쿡킷’ 판매를 시작한다. 또한 상품별로 원하는 배송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지정일 배송’, ‘신메뉴 알림’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경연 CJ제일제당 온라인사업담당 상무는 “향후 HMR은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고 우리도 온라인사업으로 확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면서 “밀키트 시장을 선도해 1위를 잡겠다는 것보다는 국내 밀키트 시장 전반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밀키트 시장은 점점 고급화·전문화되고 있다”면서 “일반 가정을 위한 밀키트 제품 뿐 아니라 당뇨 환자 등 병원에도 납품할 수 있는 환자식 밀키트도 나오고 있어 관련 시장의 전망은 아주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