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벳은 지난 1년 새 2만명 가까이 인력을 증원하며 클라우드 컴퓨팅과 하드웨어, 자율주행차 등 사업 확장에 나서며 소리 없이 야망을 펼쳐 나가고 있다.   출처= PCMag.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 블루칩 기업인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올해 1분기에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냈다.

알파벳은 29일(현지시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한 363억 달러(42조1천억원)라고 밝혔지만,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373억달러보다는 10억 달러 미치지 못했다. 매출액 증가율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지난해 1분기 26%보다 크게 둔화했다.

알파벳 매출액의 85%를 차지하는 구글의 광고 매출 성장이 15%로 지난해 1분기(24%)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전체 매출 둔화세를 이끌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아마존 등 새로운 광고 시장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알파벳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외 거래에서 7% 급락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

알파벳은 지난 1년 새 2만명 가까이 인력을 증원했다. 지난해 1분기 8만 5050명이던 직원 수는 올해 1분기말에 10만 3549명으로 2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CNN은 알파벳이 클라우드 컴퓨팅과 하드웨어, 자율주행차 등 사업 확장에 나서며 소리 없이 야망을 펼쳐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파벳의 루스 포랫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알파벳 인력 증가의 ‘1차적 영역’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하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알파벳은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과 하드웨어 부문의 판매 수치를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구글에게 하드웨어는 매우 중요한 기회"라면서도 이들 사업이 아직은 초기라며 투자자들의 이해를 구했다.  

초고속 인터넷과 생명과학 등 구글의 혁신 사업을 지칭하는 이른 바 문샷 프로젝트들(moonshot projects)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자료에서 ‘기타 투자’로 분류되어 있는) 이러한 야심찬 투자 부문은 올 1분기에 1억 7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지만 손실은 그 5배인 8억 6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 오는 5월 7일 열리는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9’에서 미래의 새로운 하드웨어들을 대거 선보일 것이다.   출처= androidcentral.com

현재, 알파벳은 페이스북보다 거의 3배나 많은 직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50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보다는 아직 훨씬 적다. 물론 아마존의 경우 이들 중 대다수는 소매업과 물류 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혀 왔다. 구글은 무료 고급 점심부터 최첨단 사무실까지 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특전을 자랑한다. 다른 회사로서는 거의 흉내내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그러나 최근 이 기업의 문화에도 어두운 면이 있음이 드러났다. 지난해 11월에는 전 세계 구글 직원들이 회사의 문화가 성희롱과 차별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오는 5월 7일,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9’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다. 구글 I/O는 세계 최대 규모 개발자 행사로, 구글이 그리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구글은 2016년 ‘구글 홈’ 발표를 시작으로 2017년 '구글 어시스턴트' 업그레이드 버전, 2018년 '안드로이드 싱스' 등 매년 구글 I/O에서 스마트홈 관련 신제품이나 기술을 공개하며 구글이 구상하는 스마트홈의 미래를 보여줬다.

미국 IT매체 씨넷은 이번 I/O 2019에서는 새로운 스마트 디스플레이 ‘구글 네스트 허브 맥스’(Nest Hub Max), '구글 어시스턴트 커넥트'(Assistant Connect), ‘레노버 스마트 클락’(Lenovo Smart Clock) 같은 구글 하드웨어들이 대거 선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29일 발표된 성장 둔화에 대한 월가의 날카로운 반응은 실제로 알파벳이 구글의 광고 판매 사업을 넘어 다른 노력으로부터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는 압박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