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강의> 성희활 지음, 캐피털북 펴냄.

자본시장은 국민경제의 핵심기반이다. 금융과 기업이 경제시스템의 양대 기둥으로서 한데 어우러져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자본시장이 규모와 범위를 가늠키 힘들 정도로 거대한 복잡계 시스템이 되자 이를 규율하는 자본시장법도 ‘규제의 천라지망(天羅地網)’이 되었다. 천라지망은 하늘에 새 그물, 땅에 고기 그물이라는 뜻으로, 아무리 하여도 벗어나기 어려운 경계망을 말한다.

실제로 자본시장법을 보자. 이 법의 공식명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이다. 자본시장에서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제반 행위를 규제하는 통합법이다. 무엇보다 이 법은 매우 방대하다. 법률만 총 449개조나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법의 위임을 받아 구체적 사항을 정하는 대통령령(시행령)이 390개조, 총리령(시행규칙)이 41개조에 이른다.

이들 모든 법령의 위임을 받아 집행을 주관하는 금융위원회 역시 각종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다. 금융위 규정의 위임에 따라 금융감독원도 시행세칙을 뒀다. 게다가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자율규제기관들도 규정과 시행세칙을 갖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이들 법률과 연관된 지침과 가이드라인, 행정지도 등 그림자 규제는 그 숫자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자본시장법은 내용도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조문 하나의 분량도 상당하다. ‘차이니스 월(Chinese Wall)’ 조항으로 불리는 제45조의 경우 무려 200자 원고지 50매 분량이다. ‘차이니스 월’이란 별명은 제 45조가 중국 만리장성이 유목 지역과 농경 지역을 갈라 놓듯이 금융투자회사의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부서 간 또는 계열사간 정보 교류를 차단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입문에서 중급까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자본시장과 그 규제법에 대한 기본해설서다. 저자는 ‘중요하지만 방대하고 전문적이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전문가 영역에 머물던 자본시장법을 최대한 쉽게 풀어 일반 독자 앞에 내놓았다. 서술방식은 일반 개론서와 달리 강의실에서 마주보고 이야기 하는 것처럼 친절하다. 곳곳에 ‘질문과 해설’이 나오고, “그것은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때문이다”라는 대화형 문장들이 등장한다.

자본시장법 입문자라면, 금융투자회사와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과 범위는 어떻게 차별화되어 있는지, 기업의 인수·합병은 무엇이고 법적으로 어떻게 왜 규율되는지,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서로 어떤 관계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4대 규제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자본시장법의 전체적인 체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된다. 투자계약증권과 파생상품의 정확한 개념과 무한한 확장성을 이해하게 되며, 금융투자업에 대한 방대한 규제에 놀랄 수도 있다. 상장법인에 대한 규제의 범위와 한계를 깨닫게 되고, 불공정거래에 대한 허술하면서도 치밀한 규제에 새삼 경각심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저자는 한국거래소에서 19년간 근무한 후 2008년 가을부터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명문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블루밍턴캠퍼스에서 증권법으로 법학박사(SJD) 학위를 받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증권법학회, 한국상사법학회, 한국법정책학회 등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