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이머가 게임을 하면 회사에는 데이터가 남는다. 일부 개발자들은 이런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도를 2000년대에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간이 지나며 데이터 분석의 형태가 바뀌었다. 게임 서비스 기간이 길어질수록, 운영하는 게임 숫자가 많아질수록 쌓이는 데이터는 커졌고 그런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빅데이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인간의 몫이 아닌 인공지능의 몫이 됐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게임 업체들이 인공지능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다. 

 

인공지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게임 개발과 운영에 기여한다. 게임 환경을 망치는 불법 프로그램을 감지한다. 유저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도 있다. 출시할 게임의 수익이 얼마나 날지도 예상해준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단순한 작업은 인공지능이 대신해주는 경우도 있다.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며 이 같은 기술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선 게임 빅3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별도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을 두고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연구개발은 계속될 예정이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게임 환경 변화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 기술 기반 조직 통합해 ‘인텔리전스랩스’로

국내 게임 3사가 인공지능 연구에 본격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 전부터다. 우선 넥슨은 지난 2017년 4월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했다. 사내 데이터분석팀과 라이브 서비스, 라이브 개발실, 사용자경험(UX) 분석팀 등 기술 기반 조직을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앞서 있던 분석본부에 AI 연구개발 인력을 대거 투입해서 만들었다. 현재 약 200명의 인력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넥슨은 올해 인텔리전스랩스 인원을 300 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AI 엔지니어와 데이터 엔지니어 직군을 신설했고, 인텔리전스랩스 전용 채용 설명회를 준비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의 목표는 게이머들의 경험을 분석하고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경험’을 분석한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저는 게임 자체 콘텐츠인 규칙, 시나리오, 그래픽 등 외에도 게임 내에서 유저들과 상호작용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얻는 플레이 경험은 유저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고 불쾌함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플레이 경험을 분석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인텔리전스랩스의 주된 목표다.

분석은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어떤 현상에 대한 이유를 개발자가 직관적으로 파악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확인하기를 반복했다. 현재는 인공지능이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과 접속 기록 등을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중 눈에 띄는 사건과 원인을 알아서 찾아준다.

넷마블, 콜럼버스·마젤란 프로젝트

넷마블은 지난 2014년 게임 퍼블리싱·마케팅 운영 인공지능화 작업을 목표로 한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018년 3월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 전담 조직 NARC(넷마블 인공지능 레볼루션 센터)를 신설했다. 

NARC를 설립하며 이준영 박사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이 박사는 미국 IBM 왓슨 연구소에서 20년간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 연구를 한 전문가다. 

넷마블이 지향하는 지능형 게임은 이용자의 패턴을 학습하고 재미있는 포인트를 최대한 자주 제공하는 것이다. 같은 게임이라도 이용자마다 실력이 다르고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인공지능 연구개발에서 크게 콜럼버스·마젤란 두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운영 효율화에 방점을 뒀다. 게임 서비스와 관련해서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게임별, 국가별 패턴 분석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사업 운영에 필요한 광고수익률, 잔존율, 매출을 예측할 수 있다. 게임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회사의 실적도 극대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마젤란 프로젝트는 이용자 맞춤형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췄다. 이용자의 플레이를 돕는 게 주 업무다. 각 유저의 수준과 플레이 패턴을 분석하고 개개인이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본래 두 프로젝트는 NARC에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4월 넷마블에 조직개편이 단행되며 조금 바뀌었다. 기술 전략담당 부서가 신설되며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현재 NARC에서는 마젤란 프로젝트를, 기술전략담당 부서에선 콜럼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인력은 약 100명 내외로 추정된다. 연구인력은 계속 충원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AI센터·NLP센터 운영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회사 최초로 AI 랩을 구축했다. 엔씨는 2011년 2월 AI TF를 시작으로 연구개발 규모를 조금씩 키워나갔고 2012년 12월 AI 랩으로, 지난 2016년 1월 AI 센터로 확대했다. 현재 AI 연구개발 조직으로 AI센터와 NLP센터 두 개 센터 산하에 5개 랩을 운영하고 있다. 

AI센터에는 게임AI랩, 스피치랩, 비전TF 3개의 조직이 있고, NLP센터에는 언어AI랩, 지식AI랩이 운영되고 있다. 약 150명의 연구인력이 AI센터와 NLP센터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센터는 이재준 엔씨소프트 AI센터장이, NLP센터는 장정선 NLP센터장이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 기술 활용 범위는 게임을 벗어난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엔씨 측도 자사의 인공지능 연구에 대해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상품·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그 예로 엔씨는 인공지능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1년에 한 번 AI 연구 성과와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로 ‘NC AI DAY’를 지난해부터 열고 있다. 이곳에는 엔씨소프트 개발자를 비롯해 AI를 연구하는 대학 교수와 석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등이 참석한다.

엔씨는 국내 AI 분야 대학원 연구실 12곳과 연구협력을 맺으며 연계 연구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엔 NLP 분야 국내 권위자인 임해창 전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를 자문교수로 영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