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최근 SK케미칼의 완전자회사가 된 화학기업 이니츠가 지난해 처음으로 이연법인세자산을 전액 인식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계속기업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중에, SK케미칼은 보수적인 회계처리이며 빠르면 내년부터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9일 공시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일본 섬유회사 테이진(Teijin)이 보유 중인 이니츠 지분 전량을 453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SK케미칼의 이니츠 지분율은 66%에서 100%로 늘었다.

이니츠 지분매입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선제적인 투자성격”이라며 “자금조달이나 의사결정 등을 신속히 하기 위해 지분 전량을 보유하기로 결의했다”라고 말했다.

이니츠는 지난 2013년 SK케미칼과 테이진의 합작투자로 설립된 기업이다. SK케미칼이 8년 R&D를 통해 개발한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에코트란’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다.

PPS는 금속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내열성, 내구성 등이 좋아서 일명 ‘미래소재’로 평가받는다. 무게가 가볍고 성형도 쉬워서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에 많이 이용된다. 특히 이니츠 고유 브랜드인 에코트란은 규제물질인 염소화합물을 투입하지 않아 불순물 발생량 등도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니츠는 지난해 6월 현대모비스와 공동으로 램프안개가 끼지 않는 자동차 헤드램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니츠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 않다. 설립 이후 6년간 줄곧 영업이익 적자 상태 기록 중이다.

연간 1만2000톤 규모의 PPS 생산설비가 완성된 지난 2017년부터 매출 발생했지만, 여전히 생산수율이 낮아 매출총이익은 마이너스 지속 중이다.

지난해 매출총이익 마이너스(-) 284억원을 기록했다. 판매가보다 원가가 높은 셈이다.

▲ SK케미컬 완전자회사인 이니츠 주요 실적. 출처=DART, 나이스신용평가

이에 SK케미칼은 올해부터 이연법인세자산을 인식하지 않았다. 이연법인세자산이 자산 항목에서 차감되고, 동시에 올해 손익 등에 따른 법인세 206억원이 실적에 계상됐다.

이니츠는 공시를 통해 “계속되는 결손 누적으로 인해 이연법인세 자산의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존 이연법인세자산을 당기부터 전액 인식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연법인세자산은 간단히 말해 미래에 줄어들 법인세 부담액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미래에 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줄어들 법인세도 없게 되므로 이연법인세자산은 손실처리돼야 한다.

그간 이니츠는 계속 적자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조만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 보고 법인세를 이연시켜 자산에 계상해왔다. 다만, 지난해부터는 더욱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하면서 이연법인세자산을 계상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사업기간이 지연되다 보니 지난해 인식하는게 좋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라며 “최근 추세에 따라 보수적으로 회계처리 한 점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 회계사도 “이연법인세자산은 계정특성상 시점마다 손상을 잡았더라도 향후 자산화 시킬 수 있다”면서 "감사를 맡은 삼덕회계법인이 회계원칙에 따라 보수적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회계사는 “이연법인세 손상만으로는 계속기업가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라고도 덧붙였다.

▲ 이니츠 이연법인세자산. 출처=DART

SK케미칼은 이니츠 사업 실적이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빠르면 내년부터 이니츠의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있을 것”이라며 “PPS는 내열성이나 절연성 등이 좋아 전기차 배터리 팩 등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성장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화학섬유협회는 “세계 PPS 시장은 연평균 8.8% 성장하여 2025년까지 21억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지난 2016년 아시아태평양지역 PPS 시장은 주요 자동차 생산기지 등에 힘입어 전체의 60.6%를 차지했다”라고 밝혔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니츠는 아직 영업초기 국면이며 올해까지는 적자가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니츠는 완전자회사 편입 이전에도 SK케미칼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돼 실적 전액이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