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건설이 지난 26일 발행한 사모사채 기본정보. 출처=증권정보포털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SK건설이 라오스댐 붕괴 사건이후 자금마련 창구가 공모채가 아닌 사모채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공모채 시장의 대표적 흥행주자였던 SK건설이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과거와 다르게 사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는가 하면 CP(기업어음)와 전단채 신용평가를 받고 있기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지난 24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전자단기사채와 CP, 사모채에 대한 신용평가를 받았다. 사모채는 이틀 뒤인 26일 1700억원을 발행했다.

현재까지 전자단기사채와 CP 발행은 확정짓지 않았지만 신규 발행 이전에 실시하는 신용평가를 받은 만큼 향후 전단채와 CP발행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SK건설 관계자는 “전단채와 CP발행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라오스댐 붕괴 사건 이전 주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공모채 조달 소식은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SK건설은 지난 2018년 각각 3년물 800억원을 수요예측한 결과 8배가 넘는 수요가 몰리며 1500억원까지 증액을 했다. 이보다 앞선 2017년에도 공모채 수요예측에 4배가 넘는 투자 수요가 유입되며 매년 공모채 흥행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공모채를 끝으로 현재까지 공모채 발행 계획은 나오고 있지 않다.

SK건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단골 손님으로 꼽혔던 만큼 업계에서는 라오스댐 붕괴 사건의 여파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채와 공모채의 가장 큰 차이는 수요예측 여부다. 공모채가 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등을 거쳐 가격 결정이 이뤄지는 반면 사모채는 이 같은 절차를 모두 생략할 수 있다.

즉 공모채가 아닌 사모채, 전단채와 CP등 단기성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결국 시장 평가에 따른 미달을 우려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SK건설의 경우 라오스댐 붕괴 사건에서 공사지체보상금으로 인한 도급액 감소, 추가공사로 인한 예정원가 조정이 이뤄졌다”라면서 “이 사고와 관련해 도급금액 및 예정원가 조정 이외에도 피해복구 등 추가로 예상되는 비용에 대해 560억원의 기타 충당부채를 계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예측을 꺼려하는 것은 공모채 미달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SK건설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SK건설의 2018년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56억원 감소한 867억원이다. 해외 토목과 플랜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인식을 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 2016년~2017년 3%까지 올라섰지만 지난해 1.3%로 하락했다.

이 같은 실적 악화에는 라오스 댐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영향도 있지만 쿠웨이트와 칠레, 베트남 등 해외 프로젝트에서 예정원가율이 조정된 탓도 있다. 해외공사 원가율은 2016년 96.1%에서 2018년 129.4%로 33.3%포인트가 늘어났다. 일각에서는 라오스 댐 붕괴사고로 인해 장기적으로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신평 관계자는 “이번 손실 인식이 단기적으로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수주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라오스댐 수력발전 프로젝트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