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의 재무구조가 오히려 개선됐다.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부채가 줄어든 것이다. 아모레G는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도 투자축소, 자산매각 등으로 현금을 쌓아 재무안정성을 유지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아모레G의 행보에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를 깐 선택과 집중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모레G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1% 감소했다. 부채비율은 20.8%로 낮아졌다.

아모레G는 지난해 매출원가율(27%), 인건비(5894억원), 판관비(3조3600억원) 부담 확대로 영업이익률(9%)이 전년(12%) 대비 하락했다.

▲ 출처= 딥써치

반면 부채비율은 33%(2016년), 28.8%(2017년), 20.8%(2018년) 등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2016년 6237억원, 2017년 6042억원, 2018년 7355억원으로 늘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2018년 3966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 아모레G 부채비율과 현금및현금성자산 추이. 출처= 딥써치

아모레G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5897억원) 보다 23% 늘어난 7226억원을 기록하면서 사드 충격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영엽활동현금흐름의 회복은 법인세납부 금액이 줄어든 것이 주효했다.

법인세납부액을 포함한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은 8897억원으로 2017년(8885억원) 보다 0.1% 늘었다. 반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40억원(2017년)에서 495억원으로 줄었다.

▲ 아모레퍼시픽 영업활동현금흐름. 출처= 딥써치

아모레G는 지난해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처분하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연결기준 업무용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처분해 유입된 현금은 524억원이다. 전년(299억원) 보다 75% 많은 수준이다.

유휴 부동산 등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해외기업 지분도 팔았다. 지난해 아모레G가 처분한 유무형 자산 규모는 192억원으로 전년도 처분금액(50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 아모레G 유형자산처분규모. 출처= 딥써치

매각예정 자산으로 분류한 용인 구 공장 부지를 매각한 것이 주요인이다. 아모레G는 지난 2017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수자인 용인뉴스테이에 1800억원에 부지를 되팔수 있는 풋백옵션을 부여했으나 행사하지 않아 지난해 매각 처리를 완료했다.

지난 2015년부터 투자했던 호주 바이오기업 엘라스타젠 지분 7.1% 전량 매각하는 등 지난해 지분상품 처분으로 91억원 가량의 현금이 들어왔다. 이 밖에도 투자부동산 20억원, 당기손익 공정가치금융자산 및 상각후원가측정금융자산 215억원 등을 처분했다.

아모레G는 전년도에 신사옥을 건축하면서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업황위축과 실적부진으로 영업 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예전만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을 비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산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신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건설중인 자산이 대폭 늘어난 탓에 유형자산 취득액은 8466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2018년 유형자산 취득액은 4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큰 폭 줄었지만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의 절반을 유형자산에 투자했다.

실적부진과 투자로 지난 1년간 늘어난 현금성 자산은 898억원으로 전년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아모레G는 국내 화장품 할인점과 백화점, 방문판매사업의 부진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 브랜드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설화수는 기초와 안티에징에 특화된 럭셔리 라인으로, 헤라는 메이크업 럭셔리 라인, 마몽드는 기초 프리미엄 라인, 이니스프리는 기초와 색조 중저가 라인으로 선택과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에서는 마케팅 강화, 신규 브랜드 론칭 등 투자가 확대될 예정이다. 중국은 4월부터 이니스프리 브랜드 리뉴얼 행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3·4선 도시를 중심으로 이니스프리 매장 100개를 오픈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 가시화는 중장기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아모레G 관계자는 "유형자산 처분은 용인 부지 매각 때문이며 2017년 신사옥 건립으로 유형자산 취득이 늘었지만 2018년에는 취득을 줄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경기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을 전제에 깐 선택과 집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