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1949년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조중훈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 회장은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을 맡는 등 최근까지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진에어, 한국항공 등에서 대표이사, 회장, 이사 등의 임원직에 이름을 올려왔었다. 물론 조 회장은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직을 상실함으로써 불명예 퇴진을 하였고, 그 충격으로 지병이 악화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어쨌든 조 회장은 사망을 원인으로 자신이 맡아 온 모든 이사직을 내려놓게 된 이상 그 유가족들은 조 회장을 대신하여 퇴직금을 지급받게 된다. 다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조 회장이 한진그룹에서 갖는 위상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조 회장 일가가 받게 될 조 회장의 퇴직금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현재 조 회장의 퇴직금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최소 600억 원 내지 700억 원 이상, 많게는 1,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퇴사 직전 3개월 간 받은 돈을 근무일수로 나눈 하루 평균 봉급에 30일을 곱한 ‘퇴사 직전의 월급’에 총 재직일을 기준을 365일로 나눈 ‘재직년수’를 곱하여 산정하는 일반적인 퇴직금 산정 방법으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금액으로, ‘회장님’의 퇴직금 산정 방법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퇴직급여보장법의 적용을 받는 일반 직장인들, 즉 피고용인들의 퇴직금과 달리 임원의 퇴직금은 상법의 적용을 받는데, 후불적인 임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퇴직금(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은 임원에게 주어지는 다른 보수와 마찬가지로 정관에서 그 액수를 정하지 않은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하게 된다(상법 제388조). 대개는 회사의 정관 상 퇴직금을 산정하는 방식을 미리 정해 두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임원의 퇴직금에는 앞서 살펴본 ‘퇴직 직전의 월급’에 ‘재직년수’를 곱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퇴직금 지급배수’를 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임원의 경우에는 ‘퇴직 직전의 월급’에 ‘재직년수’를 곱하여 산정하는 일반적인 퇴직금 수준에 정관에서 정한 ‘퇴직금 지급배수’만큼 몇 곱절 더 많은 퇴직금을 가지고 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조 회장과 같은 오너 출신의 회장은 일단 연봉 자체가 높은 데에다 ‘파리 목숨’에 비유되는 다른 전문경영인들과 달리 조기에 임원 자리에 올라 장기간 연임을 한다는 점, 조 회장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여러 계열사의 임원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조 회장 뿐 아니라 대한민국 대기업 오너 일가 출신의 임원은 누구라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퇴직금을 받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은 201억원,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217억원, 최근 퇴직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410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4월 1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그렇다면 ‘회장님’의 퇴직금은 단지 정관에서 정하거나 주주총회에서 정해지기만 하면 회사는 그 금액이 얼마이든 무제한적으로 지급해야만 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임원은 회사와 위임관계에 있는 자(상법 제382조 제2항)로서 회사를 위해 신의성실의 노력을 다하여야 하고 그 급여 및 퇴직금 역시 임원이 회사에 제공하는 반대급부와 합리적인 비례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사전적으로는 주주총회에서 과도한 퇴직금 지급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 정기 주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의안 중 하나가 이사, 감사의 보수 지급액 결정인데, 이사 및 감사 등 임원이 회사를 위해 공헌한 실적에 비해 이사회가 제시한 퇴직금이 과도할 경우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결의에 따라 이에 대한 삭감을 할 수 있다. 물론 사후적으로도 임원의 보수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서 현저히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다하거나 오로지 보수의 지급이라는 형식으로 회사의 자금을 개인에게 지급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사로 선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수청구권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행사가 제한되고 회사는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한 보수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2133308 판결). 특히 회사의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이사가 회사에서 최대한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하여 그에 동조하는 다른 이사와 함께 이사의 직무내용, 회사의 재무상황이나 영업실적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하여 합리적 수준을 현저히 벗어나는 보수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지위를 이용하여 주총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소수주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주총 결의가 성립되도록 한 경우에는 이를 무효로 볼 수도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다11888판결). 비록 주총을 거쳤다 하더라도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 3) 위반으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서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오너 일가에 지급되는 각종 특혜가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과다한 퇴직금의 지급 자체만으로도 회사의 평판과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는 단지 오너 일가 출신의 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과다하게 퇴직금이 지급되는 사례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