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통신 업계가 지난 5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돌입한 가운데, 각 국가의 5G 전략이 빨라지고 있다.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보해 미래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넘어 각 국의 정부까지 나서 전폭적인 지원을 천명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 한국..미국, 일본 움직인다
한국은 갤럭시S10 5G를 중심으로 지난 5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나섰다. 냉정히 말해 4일 오후 11시 기습적인 5G 상용화에 돌입하며 일종의 '기습 상용화'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현 상황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은 한국이 차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내실과 관련한 논란은 부담이다. 5G 요금제 전반이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지적과, 각 통신사들의 치열한 눈치게임이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KT가 5G 무제한 요금제 카드를 빼들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부랴부랴 대응하기 시작하며 일종의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G 커버리지 논란은 더 심각하다. 각 통신사들이 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 광역시를 중심으로 5G 기지국을 설치한 가운데 5G 성능이 기대보다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KT의 경우 5G는 물론 기존 4G 성능도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 제조사들은 5G 성능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TF 구성을 결의했다. 과기정통부는 “5G 상용화 초반의 국민 불편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조속한 서비스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퀄컴과의 부품 수급 문제로 제 시간에 5G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한 LG전자를 둘러싼 논란까지 커지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 KT의 5G 커버리지 2.0 맵이 보인다. 출처=KT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나선 가운데, 긴박한 행보가 이어지며 미처 챙기지 못한 다양한 돌발변수에 허덕이는 사이 미국은 선 굵은 5G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현지 20개 지역에 5G 인프라를 연내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갤럭시S10 5G를 출시하는 한편, 당분간 5G 요금제를 받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둬 눈길을 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초반 5G 성능에 대한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짧은 도달거리를 가진 전파 영역만으로 5G 인프라를 꾸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5G 요금제 무료라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논란을 돌파하는 한편, 퀄컴과 휴전한 애플 아이폰의 5G 라인업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5G 이니셔티브 간담회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등을 아우르는 5G 전략을 천명했다. 미국이 5G 패권을 장악해야 하며, 이를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5G 전파를 통신사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 중심의 5G 인프라를 구축해 단숨에 글로벌 통신 인프라를 장악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맞춰 아짓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12월 최대 규모의 5G 주파수 경매를 위한 실사에 돌입하는 한편, 관련 대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일본은 5G 주파수 경매 정지작업에 돌입하는 한편,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자국의 5G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일본 주요 통신사의 5G 투자 규모는 향후 5년간 1조6000억엔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총무성이 중심이 되어 각 통신사의 5G 커버리지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커버리지에 중점을 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 궈핑 화웨이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중국과 유럽 "질 수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며, 중국의 화웨이 중심 5G 전략도 탄력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화웨이는 최근 영국과 일부 5G 장비 계약을 맺으며 빠른 행보를 보여주는 중이다.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지점은 Access network다. 네트워크는 크게 core network와 Access network로 나뉘며 영국은 Access network에만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영국 정부가 이미 국토에 4G 네트워크 망을 보유한데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나오자 이를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핵심 네트워크에는 백도어 논란이 여전히 나오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그 외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미국의 견제다. 미국 국가안보위원회의 수석 사이버 안보 담당 고문인 롭 조이스는 영국의 화웨이 장비 선택 도입을 두고 “화웨이가 서방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은 영국처럼 화웨이에 장전된 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당분간 화웨이 압박 기조를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5G 전략은 다양한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유럽은 화웨이 장비 전부 배제 방침까지는 내세우지 않는 가운데, 4G 인프라부터 5G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인프라 정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