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진검 승부를 시작했다. 최근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사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공개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SDI는 30일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2020년 이후부터 본격 시작될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의 진검 승부가 이미 올해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업체의 공격적인 행보가 근거다.

▲ LG화학 중국 남경 전기차 배터리 1공장 전경. 출처=LG화학

LG화학 SK이노베이션 은근한 신경전

LG화학은 4월 24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수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이 밝힌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월 말 기준으로 110조원 규모다. 이는 작년 말 기준 85조원 규모에서 3개월만에 25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2017년 말 기준 42조원과 비교하면 2.6배 증가한 수치다.

LG화학은 타 배터리 제조사와의 경쟁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LG화학은 “일부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가격을 기반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LG화학의 일관된 기조는 수익성과 경제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수주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혔다.

SK이노베이션도 하루 뒤인 25일에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수주 잔고를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까지 수주 잔고 물량이 430GWh(기가와트시)이고, 금액으로는 50조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수주 규모는 2018년 말 대비 100GWh정도 증가했고, 2017년 말 대비로는 6~7배 이상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지만 불과 2년도 되지 않는 시점에 수주 물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날린 견제구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경쟁사들이 이야기하는 저가 수주에 대해서는 자사만의 기술력과 원가 절감 요인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수주를 하기에 외부 판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어 “향후 경영 실적으로 (저가 수주 관련해) 답하겠다”고 덧붙였다.

▲ 삼성SDI모델이 전기차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진검승부 시작

업계는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들끼리의 은근한 신경전이 벌어지는 이유로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견제구에 대해 컨퍼런스콜을 통해 정면 반박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주도권 싸움을 본격 시작하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유럽연합(EU)은 차량 1km 주행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현행 130g에서 2021년 95g이하로 낮추기로 결정했고, 2025년에는 81g, 2030년까지 59g까지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라면서 “자동차업체가 규정을 어길 경우 벌금을 내야 하는데 전기차만이 2030년 59g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 연구원은 이어 “유럽연합의 친환경 정책강화와 5G 네트워크 확대로 자율주행기반 전기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면서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재업체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배터리 업체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현재 중국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CATL도 중국 이외 지역에서 수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성능과 안정성, 가격을 만족시키는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업체는 더더욱 희소해지는 상황”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약진을 점쳤다.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 최태원 SK회장(오른쪽에서 2번째). 출처=SK이노베이션

韓배터리 3사 공격적 투자 진행 중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한국 배터리 3사는 생산시설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020년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연간 100GWh 규모로 확대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지역 배터리 공장 증설계획도 3월에 확정하고 현재 공장 부지와 투자액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도 구체적인 증설 계획과 수주 잔고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56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유럽 지역 배터리 공장에 투자키로 지난 3월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후발주자이지만 공격적 공장 증설 계획에 따라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헝가리 제1공장은 올해 4분기에 완공되고 배터리는 2020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헝가리 제2공장은 올해 1분기에 착공이 시작됐고 2022년부터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2022년 양산이 본격화되면 헝가리에서는 연간 17GWh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가 생산된다. 중국 공장은 올해 4분기 완공해 내년부터 연간 7.5GWh규모의 배터리가 양산될 예정이고, 미국에서는 내년 1분기 공장이 착공돼 2022년부터 연간 9.8GWh 규모 배터리가 생산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간 1억 5000억원 정도의 금액을 배터리 사업에 향후 3~4년간 지속 투자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SK이노베이션의 투자액 3조원 중 절반 정도인 1억 5000억원 정도를 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LiBS)에 투자할 계획인데 이를 2022년까지 매년 유지할 계획”이라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밝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수요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2년 반마다 2배씩 커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공격적인 증설을 하지 않으면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