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밤 11시에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 7시 전에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샛별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마켓컬리’가 흔들리고 있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시작된 새벽배송이 오히려 소비자의 불편과 불만을 일으키는 서비스가 된 것이다. 계속되는 수량매진과 오배송, 배송지연, 과대포장, 택배분실 사건 등으로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커졌다. 2015년 업계 최초로 새벽배송을 도입한 마켓컬리가 급성장한 이후 롯데프레시, 이마트, 쿠팡 등도 새벽배송을 잇따라 도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새벽배송 서비스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전체의 74.9%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이용률 65.2%)와 30대(58.7%)가 즐겨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마켓컬리 연매출 추이. 출처=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매출 29억원을 기록한 뒤 출범 4년 만에 지난해 매출 1560억원으로 약 50배 성장했다. 특히 샛별배송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총 313만 4637km를 달리며 배송했다. 이는 지구 78바퀴를 도는 거리와 맞먹는 거리다. 이러한 성장세는 마켓컬리의 회원 수도 증가시켰다. 회원 수는 지난 3월 기준 200만명으로 지난 2월에는 하루 최대 주문건수가 3만3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증가하는 매출과 회원 수에도 마켓컬리의 적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지난해 영업손실 336억 7646만원을 기록해 적자규모가 전년 대비 약 3배 늘었다. 매출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자만 적자폭도 함께 커지고 있는 셈이다.

▲ 마켓컬리는 올 초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출처=마켓컬리

또한 마켓컬리의 포장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벽배송의 특성상 상품의 신선도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유통기업보다 포장비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생한 포장비는 177억원으로 전년대비(39억원) 약 5배 넘게 늘었고, 운반비는 149억원으로 전년대비(55억원) 약 3배 증가했다.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에 따른 광고선전비 역시 148억원을 사용하면서 전년(23억원)의 6배가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그 사이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소비자 불만은 쌓여갔다. 인기 상품의 경우 품절 빈도수가 높아아예 제품의 재고상태 유무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상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설정해두고 상품 발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상품 매진이 잦다.

또한 오배송과 배송지연, 과대포장, 분실 사건 등도 난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5~2018년 택배 피해구제 신청유형 중 ‘분실·도난’이 전체의 35.7%에 해당됐다. 새벽에 이뤄지는 배송이다 보니 문 앞에 제품을 두고 가는 경우도 대다수다. 가격이 비싼 제품의 경우는 도난당하기 쉽고 이는 배송업체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 마켓컬리 내 품절된 식품들. 출처=마켓컬리 사이트

새벽 배송을 하는 근무자에 관한 이슈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켓컬리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배송 기사의 대한 노동 처우나 신선식품의 질, 프리미엄 가격 등에 각종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중에는 아침에 일찍 배송을 받아서 좋긴 하지만 단적으로 보면 배송 기사들의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근무환경이라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배송 인력 부족으로 무리하게 새벽배송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택배기사의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업계는 마켓컬리가 국내 새벽 배송시장을 선두 할 만큼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웠지만, 내부 관리체계에서 소비자 대응과 직원 처우에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마켓컬리를 이용 중인 이모씨(여,38)는 “처음 이용할 때는 새벽에 문 밖에서 큰소리가 나서 배송 상황을 모를 때는 무서웠다”면서 “아기가 있는 집은 더욱 예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마켓컬리의 성장을 견인한 ‘새벽배송’도 대기업 공세에 밀릴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모아진다. 마켓컬리는 아직 서울, 경기, 인천에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대형 유통기업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갖춰진 물류망과 기존 회원들을 바탕으로 온라인 신선식품 새벽배송시장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자체물류, 위탁물류를 병행해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처=쿠팡

현재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자체물류, 위탁물류를 병행해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새로 론칭하고, 당일 배송인 ‘와우배송’에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켓프레시는 자정까지 주문한 신선식품을 오전 7시 전에 배송해주는데, 론칭 12주 만에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서울, 경기, 인천에만 새벽배송을 하고 있는 마켓컬리가 따라잡기는 힘든 유통 구조인 것은 확실하다.

2년여 전만해도 ‘D+0’ 당일배송은 마켓컬리가 내놓은 독보적인 서비스였지만 지난해 여름 기준으로 수많은 대형 이커머스가 새벽배송과 저녁배송에 뛰어들고 있다. 24시간 내 배송은 식품이커머스의 옵션이 된 것이다. 마켓컬리가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물류센터에 추가적으로 투자하며 서비스 대상지역을 점차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을 쏟아 인력을 확충해 운영체계를 개선하고 지속적으로 상품 공급량을 늘릴 것”이라면서 “물류센터를 추가로 확보하고 정보통신기술(IT)과도 관련해 마켓컬리가 보유한 수요 예측 프로그램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통 대기업이 새벽 배송 사업에 진출한데다 마켓컬리가 전국적으로 배송이 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면서 “소비자의 신뢰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편리함보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