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를 이끄는 선장은 리더십의 예술을 숙달해야 한다.    출처= Volvo Ocean Yacht Rac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리더십에 교훈이 되는 것은 우리 인생 곳곳에 있지만, 요트 항해를 해 보면 리더십의 깊은 면을 보다 잘 들여 다 볼 수 있다.

날씨, 바람, 파도와 싸우며, 선원들을 설득해 안전을 유지하고, 계속 앞으로 항해해 나가면서 값비싼 보트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려면, 강력한 리더십은 필수적이다.

게다가 레이스를 하게 되면 진지함과 스트레스가 더욱 높아진다. 선장은 보트를 빠르게 항해시켜야 할 뿐 아니라, 선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하고,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올림픽에서 두 번의 은메달을 땄고 볼보 오션 요트 레이스(Volvo Ocean Yacht Race,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세계 최장거리의 외양(外洋) 요트 레이스) 우승자인 영국의 이안 워커는 "요트 항해는 항상 위험을 관리하며 물 위에서 체스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항해는 모험이다. 험한 자연과 바다에서부터 뼈를 부러뜨리는 장비와 인간의 실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팀워크는 필수이며 모든 것은 선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라

휘트브레드 세계일주 레이스(Whitbread Round The World Race, 맥주회사 휘트브레드사가 스폰서였으나 2001년 후원사가 스웨덴의 볼보그룹으로 바뀌면서 볼보 오션 레이스로 이름이 변경됐음)에서 여성만으로 이루어진 팀의 선장을 맡은 트레이시 에드워즈는, 팀원들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게 하는 것이 리더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레이스에서 이기는 것은 팀원들이기 때문이다.

에드워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팀원들 각자에게 동기를 부여해 주는지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특별한 지식”이라면서 "그래야만 리더로서 복잡하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전에 카리브해 앤티구아(Antigua)섬에서부터 포르투갈까지 가는 대서양 횡단 항해에서 자신의 선장으로부터 값진 교훈을 배웠다. 당시 어린 나이였던 에드워즈는 항법 시스템을 배우라는 임무를 맡았는데, 처음에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처음의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항법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선장의 믿음이 그녀의 잠재력을 깨워줬다고 말한다.

에드워즈는 "훌륭한 리더에게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서 최대한의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고 어떻게 그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천부적 이해력이 있다”고 말한다. 에드워드의 휘트브레드에서 우승했던 1989년 ‘메이든호(Maiden)의 도전’은 최근에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 이아 워커는 선장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출처= Volvo Ocean Yacht Race.

민주적 리더 대 독재적 리더

에드워즈는 상황에 따라 다른 리더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최고의 선장으로서 차별화되는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선택한 놀라운 팀원들에 대해 민주적 리더가 되길 원하지요. 팀원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모두 당신에게 제공해 주길 바라니까요.”

하지만 팀원들이 명확한 방향을 요구할 때나 위급한 상황, 생사가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접근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휘트브레드 레이스 도중 자신의 팀이 거대한 바다와 울부짖는 바람을 뚫고 싸웠던 때를 기억하며 "만약 다른 사람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의 심각한 상황에서는, 설령 리더가 틀리더라도 팀원들에게 단호하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물론 당신이 틀렸을 때는 나중에 그걸 인정해야지요"

자신감을 불어넣어라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이안 워커는 팀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최고 선장에게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워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2인용 스타 보트의 선임 멤버로 참가했는데, 그는 자신의 파트너 마크 코벨이 확실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워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그가 얼마나 확고하게 믿도록 하느냐가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모르거나 최소한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그는 자신의 팀이 충분히 빠르지 않아 ‘가장 큰 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마음 속에 계속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숨겼다. 하지만 대회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워커는 문제를 깨뜨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리더로서 피할 수 없는 결정에 직면했다.

그는 계속 두려움을 감출 것인가, 아니면 팀 동료에게 진실을 말할 것인가?

두 번째 은메달 사냥에 나선 워커는 "그런 두려움이 우리의 항해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결국 마음을 열고 그 두려움을 날려버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하고 그런 두려움을 다 털어 놓았지요.”

▲ 캐롤라인 브루워(가운데)와 동풍(동풍)팀은 2017-2018 볼보 오션 레이스에서 우승했다.    출처= Volvo Ocean Yacht Race

겸손하고 솔직하라

올림픽에 세 번이나 출전했고, 프랑스 여성 마리 리우와 함께 볼보 오션 레이스 최초의 여성 우승자인 네덜란드의 캐롤라인 브루워는 좋은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열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메리카 컵(America's Cup) 대회에서도 최초의 여성 우승자를 노리는 브루워는 자신의 고향인 호주 시드니에서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 "좋은 리더는 겸손한 사람"이며 동시에 "자신의 취약점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브루워는, 이안 워커가 자신 없어 했던 것을 토로한 것처럼, 그들 팀의 선장인 찰스 카우드렐리어가 레이스 도중 인상적인 의사소통을 보여주었던 때를 기억한다.

"찰스는 자신을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팀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지요. 그는 시합을 앞두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잠도 못 자며 짜증을 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그가 우리에게 그 문제를 털어놨다는 것입니다. 그는 매우 솔직했지요. 우리에게 그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그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매사에 항상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용기를 내 자신의 약점을 남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에게 당신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당신을 더 강한 리더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그의 약점을 나누며 함께 협력하면서 팀은 볼보 오션 레이스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그가 훌륭한 항해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최고의 팀’이었기 때문이지요.”  

책임은 내가 진다

이안 워커는 리더십의 자질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때로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매우 권위적인 지도자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아주 조용한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팀에서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지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팀 내 의견은 항상 분분할 수 있다. 극도의 압박 속에서 그러한 갈등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볼보 오션 레이스에 참가하는 요트 팀 선장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워커도 2011년 제2회 볼보 오션 레이스 중 남극 바다 한 복판에서 배가 크게 파손됐을 때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팀원들 중 절반은 남아프리카 남쪽 끝단 케이프 혼(Cape Horn)까지 계속 항해하기를 원했고, 나머지 절반은 칠레로 철수하기를 원했다.

결정은 워커에게 달려있었다. 그는 칠레로 철수하기로 결정했지만 계속 항해하기를 원하는 팀원들을 달래고 설득해야 했다.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한 후에 내가 우리 모두를 위해 최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 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것은 투명하고, 단호하며,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언제든 결정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지요.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