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임기의 절반이 약간 지난 이 시점에 최근 정부가 추진을 준비하고 있거나 논의하고 있는 정책 법안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논란의 쟁점은 중·소상공인과 소수에 대한 배려를 강조한 정권의 성향을 고려해도 일련의 정책 실현으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3가지 정책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어벤져스> 방지법? 

지난 22일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영화가 다수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이른바 ‘스크린 독과점’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의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우리 영화가 글로벌 시장에서 커 나가려면 스크린에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크린 상한제는 특정 영화 상영에 배정되는 스크린의 수를 법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이 제도는 국내에 6개 이상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거의 모든 영화관에 적용될 예정이며 소위 각 극장에 관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의 ‘프라임 타임’에 특정 영화의 상영 비중이 한 영화관 스크린의 50%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어벤져스> 등 헐리웃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에서 다수의 스크린을 배정받는 것 때문에 국내 소규모 영화들이 상영의 기회를 잃는다는 것이 제도의 기본 개념이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는 경제 행위에 있어 자유로운 선택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를 ‘완벽하게’ 무시한 조치로 해석되며 관련 업계의 심한 반발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몫이며, 극장 역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상영관의 수를 자체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극장은 사전예매율, 좌석점유율 등의 지표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이 찾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인데 이를 제도로 제한하는 것은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극장들의 자연스러운 경제 행위를 제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제도가 작은 영화들의 권리와 소수의 선택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다수의 대중들이 찾는 영화를 보길 원하는 관객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렇게 해서 극장들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고 일갈했다.     

누구를 위한 법인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정부가 시행을 준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유통사업체들의 상권 보호를 위해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의 운영을 강제로 제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현재까지 논의된 내용으로는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의 주말 의무휴업을 강제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이 역시 스크린 상한제와 비슷한 맥락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전통시장과 직접적으로 상권이 겹치지 않는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의 영업을 제한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의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 신세계프라퍼티

그간 정부는 대기업의 유통업체들이 전통시장이나 중소상공인들의 사업장의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수차례 분석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도출된 결과는 관점이나 지역에 따라 다르고, 심지어는 대기업의 유통업체 운영이 전통시장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더 많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역으로 생각해보면 복합쇼핑몰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이들도 결국 중소상공인인데 그렇게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의 수익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면서 “여기에 아예 전통시장과는 주 방문 고객이 다른 면세점에 대한 규제는 또 무슨 말인지, 대체 이 정부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탁상행정 전형, 이륜차 주행 중 '추가 배송접수 금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22일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법안을 발표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제672조 1항(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등)의 내용이다. 법안은 “이륜자동차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가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 중에는 후속 배달 요청이 수신되지 않도록 이동통신단말장치의 소프트웨어에 반영하는 등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를 취한다)고 명시돼있다. 고용노동부는 이 법안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이륜차 배송 중 휴대전화의 사용으로 증가하는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달대행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륜차 주행 중 휴대통신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의 방향은 문제가 없으나 그 방법론이 지나치게 일차원적이라는 것이다. 통상 플랫폼 업체의 요청으로 배송을 하는 이륜차 배송직원들은 지속적 요청되는 주문을 받으면서 배송 1건에 대한 수익을 가져간다. 최근에는 배송원들이 통신기기를 확인하지 않아도 플랫폼의 추가 주문을 받을 수 있는 기술들이 마련돼 있어 관련 인력들의 안전 문제도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배송 중 추가 주문접수 자체를 막았다. 

▲ 출처= 고용노동부

이에 대해 라이더(배송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단체인 라이더유니온은 “주행 중 추가 콜(주문)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발상은 이 업계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이들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이자 탁상행정”이라면서 법안에 대해 반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제안된 법대로라면 단일 플랫폼의 추가 주문 접수를 못 받은 배송인력들이 여러 배송 플랫폼의 주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모두 플랫폼 업체에 일정 수수료를 내고 있어 법안의 시행은 배송인력들의 수익성을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줄이는 악순환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3가지 정책은 현업의 상황이나 시장 경제의 자연스러운 순환 논리를 무시한 상닿히 단편적인 논리에서 출발한 조치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은 소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관점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어, 이에 반발하는 의견들에서도 모두 비슷한 맥락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들의 큰 기대를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최근 강조하는 정책들은 심하게는 자본주의의 원칙에 반하는 의도로도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