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제중원은 1885년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統理交涉通商事務衙門) 산하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이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 1946년 서울대학교가 설립되며 기존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부속의원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1978년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이 탄생한다.

서울대병원은 제중원이 문을 연 이래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한민국 공중 보건 증진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한편, 새로운 역사를 창출한 산증인이다. 고종의 딸이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진료기록이 지금도 남아있을 정도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고루한 역사의 반복에 기대어 멈추지 않는다. 다양한 ICT 인프라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클라우드 인프라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교수를 지난 17일 <AWS 서밋 서울 2019>가 열리는 서울 코엑스 현장에서 만났다.

▲ 김경환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AWS

“의학계가 지금까지 클라우드 논의를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서울대병원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의학현장에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그 중심에 사이앱스(Syapse)가 있다. 사이앱스는 미국 IT 기술 기업인 사이앱스가 개발한 정밀의료 플랫폼이며 의료진이 환자의 임상 및 게놈 프로파일에 기반한 정밀 암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 교수는 “전통적인 진료 방식은 환자가 병원에 오면 진찰하고 약 복용을 한 후 상황에 따라 기본검사 및 정밀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면서 “문제는 환자의 특성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천편일률적인 진료 패턴으로는 명확한 진단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사이앱스가 위력을 발휘한다. 김 교수는 “사이앱스를 통해 유전체 검사 데이터를 통합해 정밀한 진료를 지원한다”면서 “암 정밀의료 플랫폼 활성화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해외 컨퍼런스를 통해 사이앱스의 존재와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미국 외 지역에 사이앱스가 소개된 사례가 없었고, 결국 우리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길 수 밖에 없었다”고 회고하며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회사를 방문하고 사이앱스가 실제 쓰이는 병원도 찾아가는 한편 현지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많은 의견을 나눴다. 플랫폼 자체가 워낙 고가라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플랫폼이라는 확신이 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물론 사이앱스라는 플랫폼만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제대로 된 팀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우리만의 활용 노하우를 발전시켜 지금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사이앱스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 동력 중 하나가 바로 클라우드다. 사이앱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도 “사이앱스를 AWS로 가동하는 상황에서 드는 생각은 오히려 ‘의학계가 지금까지 클라우드 도입을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로 좁혀진다. 다양한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민감한 의료기록을 클라우드에 보관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보안에 강한 것이 클라우드”라면서 “미국의 9.11 테러 당시 물리적 서버 공간이 무너지며 많은 데이터가 손실됐지만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저장한 경우 안전했던 사례가 있다. 클라우드의 데이터 보안 및 저장능력은 최고”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클라우드의 보안 인프라에 대한 의구심은 현재 많이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공공부문 서밋에서 테레사 칼슨 AWS 공공부문 총괄 부사장은 클라우드 보안에 대한 논란을 일축하는 한편, 오히려 인재 확보가 더 큰 문제라고 말할 정도다.

김 교수는 사이앱스의 전면 확대를 위해 AWS 클라우드 인프라를 전체 병원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단계적으로 서버룸을 없애고 클라우드로 전환할 생각도 하고 있다”면서 “100% 클라우드 전환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채울 요인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와의 공동연구를 할 때도 기존 방식은 연구자의 양심에 맡기는 방식이지만, 클라우드는 세밀한 기록과 빠른 작동이 지원되기 때문에 훨씬 유리하다”면서 “최근 중소 병원을 중심으로 내부 서버를 구축하는데 자금적인 압박이 심할 경우 클라우드 전환을 검토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추후 의료계 분위기도 비슷하게 흘러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AWS를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심플’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데이터를 익명화 전제로 클라우드에 올린 것은 서울대병원이 처음”이라면서 “글로벌 1위 기업인 AWS의 안정성을 믿고 서울 리전을 통해 사이앱스를 가동,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AWS가 보유한 강력한 보안 및 백업 인프라를 비롯해 다양한 ICT 지원 기능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한다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고의 병원이자 중심이다. 그 연장선에서 의료계와 ICT의 만남이 강력한 시너지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를 '의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른 병원이 아닌 우리 서울대병원이 앞에 나서 ICT와 관련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면서 "단순히 ICT를 잘하는 병원이 아니라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ICT로 시작한 병원이 아니다"면서 "고전적 의미의 치료, 이에 익숙한 패러다임을 발전시키려는 작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0년대 내부에서 ICT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그 결과 다양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AWS와 함께 사이앱스를 중심으로 강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ICT로 진화하는 새로운 의학 패러다임을 추구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온 환자 중심의 전통적인 의료 환경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김 교수는 "지금 병원에는 150만권의 진료 종이차트가 있으며, 폐기 유혹이 있었지만 데이터 작업을 할 망정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 우리의 역사이자 소중한 자료기 때문"이라면서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부수고 미래만 바라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울대병원이 여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한 노력들을 ICT 기술과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 AWS를 기반으로 하는 사이앱스의 비전이 있고, 서울대병원의 미래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