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D 전기버스 EBUS-7. 사진=BYD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내 전기차 시장은 놀라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처음 전기버스가 도입된 지 9년 만에 28배나 성장했다. 지난 2017년 말까진 국내 업체가 전기버스 시장을 독점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말 전기버스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중국 로컬브랜드인 ‘하이거(HIGER)’가 전기버스를 국내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하이거 전기버스 하이퍼스(KLQ6109EGV)는 2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모델인 만큼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른 면도 주목받았다.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자격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브랜드들은 정부의 전기버스 지원금 폐지 정책에 각국으로 전기버스를 대량 수출하고 있다. 국내 역시 이들의 타깃이다. 운송회사들이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고상전기버스에 몰리면서, 전기버스 보조금이 중국 업체에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주는 보조금이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말 지난해 시작된 지자체별 전기버스 시범운행이 마무리된다. 운행 결과에 따라 사실상 시장 진입 가능성이 결정되는 만큼 국내외 업체가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다.

뛰어난 성장세 ‘전기버스’

전기버스는 2010년 12대가 서울과 대전 지역에 도입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2014년까지 1~7대 수준으로 팔리면서 주춤했지만, 2016년 전국에 31대가 보급되면서 주목받았다. 이후 2017년 98대, 2018년 168대 등으로 늘어나며 시장이 형성됐다. 올해 2월까지 출고 기준 전국 버스업체와 기관·단체 46곳에 전기버스 358대가 팔렸다. 충전 유형에 따라서는 플러그인이 323대, 배터리 교환과 온라인은 각각 24대와 11대다.

물오른 전기버스 시장에는 중국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2017년 2017년 첫 도입된 이래 올해 2월까지 5개 브랜드 차량 131대가 판매됐다. 중통(70대)이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고, BYD(22대)·에빅(20대)·하이거(15대)·포톤(4대)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16년 8대 수입됐던 것이 2017년(64대) 8배 늘었다. 지난해는 71대가 반입됐다. 올해 들어 2월까지 수입된 중국산은 12대로 전년 동기(6대) 대비 두 배 증가했다. 초기에는 디젤 중소형 버스나 이층버스 위주였던 것이 점차 대형 전기버스로 옮겨가면서 수입액도 크게 증가했다. 2016년 57만1061달러였는데 2017년(853만6742달러)과 2018년(904만1060달러)에 15배 이상 급증했다.

그간 중국산 전기버스 보급은 극히 드물었다. 에빅과 중통은 경기도 소재 버스운수그룹 계열 3개 업체가 전량 도입해 운행 중이다. BYD와 포톤은 제주와 강릉에서나 볼 수 있다. 시장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전기버스 판매가 늘어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기술 수준도 무시 못 할 수준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버스는 통상 배터리 잔량 문제로 50~60㎞ 노선을 돌고 충전한다”면서 “충전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몇십 분이면 완전 충전 가능해졌다. 1회 충전으로 200㎞ 넘게 주행하는 고사양 모델은 버스에선 무의미하다. 그만큼 짧은 주행거리의 저가 중국산 전기버스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가격경쟁력이 국산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저변을 넓히고 있는 대형 전기버스는 대당 가격이 4억원 수준이다. 압축천연가스(CNG) 초저상버스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운수업체가 단독으로 구매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운수업체들이 환경부 전기버스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전기버스 보조금 세부 모델 수는 22대로 승용(18대)보다 4대나 더 많다. 보조금 규모도 1대당 1억원 수준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버스 보조금을 받으면 전기버스 가격은 1억원 초반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버스는 국산 전기버스보다 상대적으로 저가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수입업체가 가격을 3억원 초반대까지 낮추면서 국산차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실제 판매 가격은 업체마다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지만, 3억원대 중국 전기버스는 보조금을 모두 받으면 3000만~4000만원 선이다.

중국산 전기버스 ‘총공세’

국내 버스 업계는 중국 전기버스의 공세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저가 공세에도 모자라 보증기간과 부품·충전 인프라 지원 서비스까지 더해줘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브랜드는 배터리와 구동 부품을 폐차할 때까지 보증해주기도 하고, 충전시설 구축 비용 일체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전기버스를 생산·판매하는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 한 지자체 시내버스 업체와 차량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중국 브랜드가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업체 측이 가격을 더 낮춰 달라고 요구했다”며 “국산 업체는 제시조차 불가능한 가격대를 중국 브랜드가 내놓은 상황에서 환경부 보조금마저 1억원을 받지 못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 혜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마련되는 보조금이 결과적으로 중국 업체에 혜택을 마련해주고 있다는 논리다. 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버스 보조금은 차를 사는 사람에게 주는 혜택으로 보이지만 사실 시장 활성화를 통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면서 “중국산 제품에 보조금을 국내 버스보다 높게 책정하는 것은 국내 업계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기버스 보조금 세부 모델 수는 22대로 승용(18대)보다 4대나 더 많다. 보조금 규모도 1대당 1억원 수준이다. 중형에서는 중국 로컬브랜드인 조이롱과 BYD가 모든 전기차 보조금을 받고 있다. 평균 8000만~9000만원 수준인 국내 브랜드보다 1000만원가량 높다.

일각에서는 전기버스 보조금 혜택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조금 혜택에 국산 부품 장착 비율이나 국내 산업과 연관도를 포함해야 한다”면서 “중국 전기버스가 체급보다 길이가 짧은 경우도 있다. 국내 부품업계가 지원 가능한 부품이나 품질 수준을 등을 따져 종합적인 기준으로 차등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