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원을 투자, 글로벌 반도체 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4월 24일 발표했다. 바로 삼성 반도체 2030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반도체 시장으로 보면 시스템의 비중이 7할에 이르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3할에 불과하다. 여기에 업황 악화가 찾아오며 삼성전자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번에 발표된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바탕으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 종료에 대한 우려를 두고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삼성전자의 승부수에 시선이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이제 우리도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단어보다 ‘시스템 반도체’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용어도 국제적으로 통용되기는 하지만 주로 국내에서만 사용된다. 메모리를 중심에 두고 시스템 반도체를 일종의 후순위로 놓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도체 산업에 있어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에 두고 그 외 영역을 ‘비메모리’로 치부해 소위 ‘변경’의 의미를 두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큰 손들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강력한 로드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비메모리가 아니라, 이제 시스템 반도체로 불러야 한다.

비메모리가 아닌, 시스템에 집중한 삼성전자의 비전은 어떻게 이어질까. 삼성 3대와 반도체의 인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한국 반도체의 산증인이다. 1974년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새로운 ICT 전자 산업의 진출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3년 역사적인 동경선언을 통해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최초 입지를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삼성전자 1983년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하며 승기를 잡았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고 이병철 창업주가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석을 쌓았다면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주역이다. 이 회장은 고 이병철 회장이 추진하던 반도체 로드맵을 충실하게 이어받아 직접 세계를 누비며 인재를 영입했으며, 전격적인 판단으로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1위 사업자 삼성전자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성장의 여백이 넓은 시스템,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강하게 키워오던 인공지능 경쟁력도 빠르게 장악하겠다는 전략도 나온 상태다.

저장의 개념이 강한 메모리 반도체와 비교해 시스템 반도체는 인공지능 등과의 연결성으로 소위 두뇌의 개념이 강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영역이다. ‘제조의 삼성’ 측면에서 어려운 전투가 예고되지만 올해 초 대만 TSMC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저력을 내세우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비메모리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