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지난해 국가는 상속세, 부가세 등 14가지 세목(국세 기준)으로 총 385조원을 세금으로 걷었다. 이 중 법인세는 70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18.4%에 해당한다.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세목 중 법인세는 소득세(84조5000억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올해 목표 세수 역시 79조3000억원으로 소득세(80조4000억원)에 이어 2위다.

지난해 국세청이 기업들로부터 걷은 법인세는 70조9000억원으로 전년(2017년)보다 11조8000억원(20%)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법인세 수입이 가장 적었던 2014년(4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28조2000억원(66%) 늘었다.

법인세가 많이 걷힌 이유는 2017년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 법인세율을 3% 높인 것과 더불어 기업들의 실적이 그만큼 좋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에 따라 전반적으로 개선돼 법인들의 영업실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이 납부하는 세금은 2015년 이후 늘고 있지만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해는 세금도 늘고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28조9597억원으로 지난해 20조3009억원보다 8조6588억원 증가했다. 삼성전자가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조원 이상을 납부해 전년 대비 납부액이 6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증가분의 73% 수준이다.

1조원 넘게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은 3곳이다. SK하이닉스와 하나은행이다. 지난해 반도체와 은행업의 업황이 좋다 보니 세금도 덩달아 많이 냈다.

5000억~1억원 사이의 법인세를 낸 기업은 5개사, 4000억~5000억원 6개사, 3000억~4000억원 이상 납부한 곳은 7개사로 3000억원 이상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은 총 21곳이다.

◇4년간 법인세 납부액 2위 현대차 6위로 떨어져

현대자동차는 2014년 이후 법인세 납부액이 삼성전자에 이어 줄곧 2위였다. 하지만 6위로 떨어졌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대자동차의 법인세 납부액은 6176억원으로 전년(2017년) 8834억원 대비 2658억원 줄었다. 2016년 법인세를 1조원 넘게 낸 이후 매년 하락세다. 현대모비스 역시 부진했다. 2017년 5위였던 법인세 납부 순위가 14위로 떨어졌다.

또한 E-커머스의 부상에 따라 업황이 악화된 이마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마트의 법인세 납부액은 535억원으로 전년 1284억원의 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 매출액 기준 상위 1~10위 기업의 법인세 납부 현황. 출처=금융빅데이터 전문 업체 딥서치(DeepSearch)

 

◇매출 100위권 밖인데 법인세 1000억원 이상 납부한 회사는

지난해 은행·보험·공기업을 제외하고 법인세를 1000억원 납부한 회사는 26개(포함 시 47개)사다. 이 중 매출액 상위 100위권 밖의 회사는 △네이버(128위) △KT&G(162위) △웅진코웨이(175위) △네오플(302위) 등 총 4개사다. 네 개 회사의 공통점은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해 4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6.85%다. 상대적으로 낮은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높고 영업외비용이 적어 법인세를 1000억원 이상 냈다.

평균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은 네오플로 영업이익률이 93.1%다. 이는 재료비와 판매·관리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100원을 벌면 93.1원이 남는다는 의미다. 네오플은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던전앤파이터는 리서치 전문 업체 ‘슈퍼데이터’ 기준 지난 3월 전 세계 PC 게임 중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네이버의 약진이 돋보인다. 네이버는 제조업과 금융업의 경연장인 법인세 납부액 순위에 IT기업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3979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이는 SK텔레콤이 납부한 3728억원보다 200억원 이상 많은 것이다. 한편 KT&G와 웅진코웨이 역시 고수익을 내는 담배 및 렌탈 사업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 매출액 기준 상위 11~100위 기업의 법인세 납부 현황. 출처=금융빅데이터 전문 업체 딥서치(DeepSearch)

◇법인세 환급받는 기업들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은 직전 과세연도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한 정기 신고분 법인세와 과세기간 중에 납부한 중간예납 법인세를 합친 금액이다. 그런데 영업손실이 발생해 확정된 법인세액이 중간예납 세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법인세를 돌려받는다. 혹은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된 세금을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법인세를 돌려받은 기업은 △삼성물산(19위) △대우조선해양(51위) △현대위아(65위) △한국남동발전(81위) △농협경제지주(82위) △동국제강(86위)이다.

그밖에 100위권 밖 기업 중 주목할 만한 기업은 OCI(179위)와 쌍용자동차(117위)다. 쌍용자동차는 누적된 손실로 인해 5년째 법인세 납부 실적이 없다.

OCI는 돈을 돌려받았다. OCI는 법인세 환급액이 2774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6월 과세당국과 6년에 걸친 조세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환급액은 법인세·부가세·가산세를 합쳐 총 3250억원에 이른다. 조세 소송의 쟁점은 OCI가 물적분할해 설립한 100% 자회사 (주)DCRE의 적격분할 여부였다.

▲ 매출액 기준 상위 11~100위 기업의 법인세 납부 현황. 출처=금융빅데이터 전문 업체 딥서치(Deep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