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견다희 기자] 연합자산관리의 기업구조조정 투자가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유암코의 수장 교체와 맞물리면서 유암코의 수도권 중심 DIP(Debt In Possession Financing·신규자금 대여)투자가 성공을 거둘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구조조정 업계가 DIP투자 환경 개선을 요구해 자본시장의 관심이 함께 고조되고 있다.

24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의 서울, 경인지역의 기업구조조정 투자를 위해 펀드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유암코는 지난해에도 경남지역의 조선기자재와 자동차부품업체를 중심으로 투자를 해왔다. 이번 투자는 경남지역 투자에 이은 두 번째 기업구조조정 투자 결정이다.

▲ 지난 16일 캠코가 주최한 제1회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투자규모에 대해서도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암코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까지 5000억원을 경남지역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했다. 이 투자금액은 정부가 시장중심의 기업구조조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과 같은 규모다.

유암코는 지난해 경남지역 기업구조조정 투자를 위해 ‘유암코리바운스 제1차 기업재무안정 PEF' 운용사를 단독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업계는 유암코의 수도권 총 투자 규모가 경남지역 투자규모가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암코 관계자는 “투자 대상기업의 현황과 투자 변수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기업은 구조조정 대상의 중견, 중소기업이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관리를 받거나 법정관리(회생절차)에 있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

유암코는 경인지역의 투자에 앞서 구조조정 기업 투자 설명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설명회는 기업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선정 기준과 투자 방법 등이 소개된다.  유암코는 설명회에 유관기관과 관련단체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회생법원을 포함한 경인지역의 파산부와 파산법조계의 참여가 유력하다.

유암코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 투자 설명회는 상반기 중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유암코의 이번 투자가 김석민 유암코 신임 대표이사의 의중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취임과 동시에 기업구조조정에 방점을 두겠다고 천명했다. 유암코의 투자가 부실채권(NPL)투자에서 기업구조조정 투자로 무게중심이 다소 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지점이다. 한계기업도 살리면서 수익률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수도권 기업구조조정 투자는 소수정예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포진한 유암코 김두일 구조조정본부장이 주도한다. 업계는 유암코 구조조정본부의 위상도 조직 내에서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본부장은 “위기 기업의 회생은 경영진 특히 대표이사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결국 구조조정 기업의 투자 기준은 해당 기업의 재무적 상황을 기본 바탕에 두고 법정관리 기업의 경영진(DIP)의 도덕성 검증에 집중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DIP투자, 플레이어들  ‘꿈틀’

유암코의 이번 수도권 기업구조조정 투자는 ‘DIP파이낸싱’ 방식이 주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DIP 파이낸싱(Debt In Possession Financing)은 법정관리(회생절차) 기업과 워크아웃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 주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혁신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한국성장금융을 주축으로 조성되고 펀드의 상당부분은 DIP파이낸싱에 투입될 전망이다. 일부 자본시장 운용사(GP)들도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투자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한국성장금융의 ‘기업구조혁신펀드’ 위탁 운용사(GP)로 선정된 NH증권PE와 오퍼스PE는 2040억원 규모로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DIP파이낸싱 투자를 앞두고 있다.

산업은행도 구조조정 자회사 KDB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기업구조조정을 시장을 주도한 유암코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KDB 인베스트먼트는 오는 6월 공식 출범한다.

앞서 NH증권 PE는 KDB 인베스트먼트(KDB AMC)와 오퍼스 PE는 유암코와 손잡고 각 2200억원과 580억원 규모로 기업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했다.

▲ 출처= 법무법인 김앤장 임치용 변호사

◇ 美, PEF주도 롤업(Roll up)투자 대세...업계 “미 DIP 파이낸싱 배우자”

일부 운용사들이 앞 다투어 기업구조조정에 실탄을 준비하고 있지만 투자로 이어지는 길은 험난하다. 구조조정 업계와 파산법조계는 기업구조조정 투자를 DIP파이낸싱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위해 정부주도가 아닌 자본시장 중심의 DIP파이낸싱 환경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구조혁신지원센터에 열린 제 1회 ‘기업구조혁신포럼’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면서 세계 각국의 DIP파이낸싱 투자시장의 현황이 공개됐다.

특히 알릭스파트너스의 관계자가 미국의 DIP파이낸싱 시장상황이 소개하면서 국내 DIP파이낸싱의 지향점을 두고도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알릭스파트너스는 1981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창업한 경영 컨설팅 기업이다. 글로벌 구조조정 기업 투자회사로 알려졌다.
 
이날 첫 발제자로 나선 임치용 변호사(법무법인 김앤장)는 “미국의 DIP파이낸싱 시장의 투자자가 은행 중심에서 PEF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투자 방식도 롤업(rollup)방식으로 면모하고 있다”고 DIP시장의 동향을 설명했다.

롤업 투자는 법정관리 회사의 기존 담보채권자가 회생회사의 파산절차를 막기 위해 다른 신규 투자자보다 먼저 자금지원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다른 신규대여자가 투자할 경우 이 투자금이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권이 생기기 때문에 기존 담보권자가 투자에 앞장서는 방식이다. 공격적으로 신규자금을 투자해 우선권을 획득하려는 투자자를 차단하고 기존의 담보채권을 보전한다는 측면에서 수비형 DIP파이낸싱 이라고도 한다. 

최근 라이오델 케미칼(Lyondell Chemical Co),블록버스터(Blockbuster Inc),랜드소스 커뮤니티스(Landsource Communities Dev. LLC)회사가 DIP파이낸싱 과정에서 롤업 방식으로 투자를 받았다.

임 변호사는 “금융시장 붕괴 이후 지난 2009년 11년 15일까지 성사된 신규자금대여는 56.5%가 신규자금이고 나머지는 기존 담보채권자에 의한 롤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 11조원 美  DIP 시장... 국내 투자 활성화 조건은 무엇?

이어 발제로 나선 알릭스파트너스의 선임 매니져인 테드 스탠져는 “미국의 DIP파이낸싱 시장은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최고조를 이뤘고 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투자가 집중되어 있다”면서 “DIP파이낸싱은 높은 수준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의 DIP 파이낸싱 시장은 2만5000달러(약 약2900만원)이하 규모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있던 지난 2008년에는 2만5000달러이하 투자금 규모에서 총 약 95억달러(약 11조)가 투자됐으며 2016년 48억달러(약 5조6000억원), 2017년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2018년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약  규모가 투자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 같은 DIP 파이낸싱 시장형성에 투자자금 회수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연방파산법에 따르면 법원은 법정관리회사에 대해 신규자금을 투자하는 투자자에 대해 기존 담보채권자보다 우선해 회수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투자금 회수를 우선적으로 보장해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투자자라도 기존 담보채권자보다 우선해 회수가 보장되지 않는 우리법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토론자로 나선 구본용 에버베스트 파트너스 대표는 “DIP파이낸싱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임대차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것과 같이 법정관리 회사에 대한 투자금을 최우선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또 “더 나아가 DIP투자에 한해서는 이자제한법의 상한선에 예외를 두어야 한다”면서 “투자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을 조성해 자본시장의 관심을 DIP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채무가 10억달러(1조1600억원) 이상인 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DIP 투자금 중 이자율이 12% 이상이 되는 투자 비율은 2016년 24%, 2017년 60%, 2018년 47%를 차지했다. 국내 DIP 파이낸싱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이 확실한 골프장 등을 제외하면 7%~8%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다음 토론자로 나선 김상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는 “현재 국회에서 DIP투자금에 대한 회수를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법률이 계류 중”이라면서도 “DIP파이낸싱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금융기관의 경직된 대출기준과 자금회수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DIP파이낸싱이 활성화되려면 위기 기업이 담보여력이 있는 상황에서 회생신청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영업으로 발생한 현금으로 우선적으로 신규자금을 투자한 투자자에게 상환할 수 있도록 법정관리 실무를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해 9월 투자자가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 신규자금 투자할 경우 신규자금 투자자가 다른 채권보다 우선 회수할 수 있도록 한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법률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