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마켓컬리(컬리)는 2015년 5월 본격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매출 54배를 기록하면서 또 하나의 유니콘 기업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파른 성장과 함께 손실도 상당히 늘어났다. 투자 수혈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지만, 사모펀드의 의존도가 확대됨에 따라 적자 탈출구가 사모펀드의 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4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선식품 식자재 유통기업 마켓컬리는 지난해 157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2017년 466억원보다 약 3.3배 성장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한 2015년 매출액은 29억원이다.

마켓컬리를 고속성장에 이르게 한 ‘샛별배송’은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아침 7시 전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지난 3월 기준 마켓컬리의 회원 수는 200만명으로, 하루 최대 주문건수는 3만3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새벽배송의 선두주자로 가파르게 성장한 마켓컬리는 적자폭도 크게 늘어났다. 2018년 영업손실은 337억원으로 2017년 124억원의 2.7배 불어났다. 성장하는 만큼 손실도 함께 확대된 것이다.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기대와 함께 적자 보완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마켓컬리는 설립 이후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약 19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4일에는 1000억원의 시리즈D 규모 투자를 받았다. 기존 투자자였던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와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참여했다. 김슬아 대표는 이번 투자에 대해 일부 콜옵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즈D는 기업이 성장단계를 거쳐 네 번째 투자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시드·시리즈A 투자를 거쳐 2016년 170억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으며, 작년 9월에는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성격으로 670억 시리즈C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매번 투자에는 사모투자전문회사(사모펀드)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 컬리의 주주현황. 출처=금융감독원

2018년 말 기준 사모펀드 세콰이어캐피탈(SCC Growth IV Holdco, SCC Growth V Holdco)은 마켓컬리의 우선주 중 총 5만6799주(25.29%)를 보유하고 있다. 세콰이어캐피탈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 시 김 대표가 보유한 3만2671주보다 많은 지분을 갖게 된다. 특히 최근 유치한 시리즈D 투자에도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스몬드 홀딩스(Jesmond Holdings)도 3만7866주를 보유했다.

현재 마켓컬리의 최대주주는 김 대표로, 지분 27.9%(3만267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 SK네트웍스가 주요 주주로 있다.

마켓컬리는 현재 여러 대기업으로부터 M&A(인수합병) 제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신세계와 카카오 등과의 인수합병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마켓컬리 측은 “현재 인수·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켓컬리는 자본시장의 관심이 주목되자 상장에 나설 것이란 기대의 여지를 남겼다. 작년 마켓컬리는 IPO를 위해 삼성증권과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글로벌 IB(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에서 상무로 근무하던 김종훈 씨를 이사로 영입했다. 이에 시장은 각종 매각과 투자 등 시장 이슈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마켓컬리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사모펀드와의 연결고리를 배제할 수 없다.

국내 대표 이커머스업체 쿠팡은 마켓컬리보다 앞서 ‘적자’와 ‘성장’을 내세우며 이슈에 올랐다. 쿠팡은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로부터 약 3조4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사모펀드의 투자 수혈로 성장을 이어온 만큼, 단순한 자금조달 경로는 쿠팡의 약점으로 꼽힌다. 경쟁사 대비 자금유치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켓컬리 역시 자금 조달 창구가 한정적인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적자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투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새벽 배송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투자자들의 엑시트 기간이 임박했다는 시장의 분석도 따른다. 이에 마켓컬리도 주관사 계약, 전문가 영입 등 대처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지분율이 높은 점은 김 대표가 경영권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