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24일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을 목표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2030년까지 총 133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각각 투입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유연한 로드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생태계 조성이다. 정부가 최근 3대 신사업 동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가운데, 그 핵심인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서 민관 합동 작전이 계획되어 있다. 실제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2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19개 센터장 및 대기업 파트너와 간담회를 열어 "바이오,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가 정부의 3대 중점 사업"이라면서 "6월 전체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는 민관 합동 작전을 넘어 다양한 생태계 구성원들과의 협업도 담겼다. 삼성전자 단독으로 글로벌 무대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과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와 기술력을 적극 공유하는 대목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디자인하우스(Design House, 설계 서비스 기업)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 전체를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 강력한 시스템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해, 일종의 연합작전을 구사하며 글로벌 무대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국내 중소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한국 시스템 반도체산업 발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국내 팹리스 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이 담긴 지점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소 팹리스 고객들이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IP, 아날로그 IP, 시큐리티(Security) IP 등 삼성전자가 개발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설계불량 분석 툴(Tool) 및 소프트웨어 등도 지원하기 때문에, 국내 팹리스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도 완화하며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시스템 반도체 특유의 정체성도 챙긴다는 방침이다. 심지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개발활동에 필수적인 MPW(Multi-Project Wafer)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2회에서 3회로 확대 운영하며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체와의 외주협력도 나선다. 후자의 경우 후방 산업 생태계의 부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담긴 협력 생태계 조성은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와도 맞아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단독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넘어, 국내의 다양한 중소기업과 협력해 함께 성장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발표한 경제 활성화·일자리 창출 방안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당시 180조원을 향후 3년 간 신규 산업에 투자하는 한편 기초과학분야와 미래성장 분야 연구도 집중 지원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긴밀히 협력해 방대한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일자리 창출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향후 5년간 1100억원(삼성 600억원, 중소벤처기업부 500억원)을 조성해 중소기업 2500개사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과 국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 지원 대상은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이 외에도 협력사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마련해, 공동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