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전체 아파트 거래건수는 2019년 9월 1만2000건에서 2019년 4월 현재 1446건을 기록하고 있다.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개별 공시지가 발표가 4월 말로 다가오고 있지만 거래 잠김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보유자들은 조세 부담을 호소하면서도 보유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가격 하락은 주춤한 상태에서 금리 동결로 이자 부담도 줄어드는 등, 주택 보유자들이 ‘버틸 만한’ 여력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4월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기준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1787건을 기록했다. 이는 2월 1574건에 비해선 봄철·입학철 등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면서 늘어난 것이지만, 2017년 3월 6658건, 2018년 3월 1만3813건에 비해선 각각 약 3분의 1,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4월은 22일 현재까지 1446건을 기록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매매거래량 변화는 주택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KB경영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주택 거래량의 변곡점이 매매가격의 변곡점을 선행한다”면서 “거래시장이 활발하면 시장 내의 재고물량이 소진되면서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침체기에는 급매물 위주로 물량이 소진되고 관망세가 확대되면서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매물동향과 거래동향에 가장 큰 변수는 4월 말로 다가온 개별 공시지가 발표다. 그러나 통상 공시가격 발표로 세금이 부과되기 전 손바뀜을 시도하는 이전의 양태와는 달리 매물이 나오는 움직임은 덜하다. 거꾸로 말해 매도자들이 오르는 세금에도 버틸 여력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조세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발표된 후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이의신청이 잇따른 것이 그 예다. 해당 주택의 이의신청은 총 431건으로 지난해의 10배 수준이다. 반면 전체 431건 가운데 이의신청이 반영돼 조정이 이뤄진 것은 8건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 지역의 이의신청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15건으로 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지역의 조세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정부와 각 지자체의 엇박자로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이 표준단독주택의 오름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평균적인 표준주택-개별주택 간 격차는 2%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올해의 격차는 3%대에 이르면서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감정가가 낮게 판별된 개별주택 대다수가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었다는 점에서 지자체 주민의 여론을 의식한 행위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 강남구와 용산구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표준단독주택 발표, 개별주택 공시가격 발표 등에도 큰 영향이 없는 모습이다.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특히 고가 부동산이 모여 있는 서울 시내 8개 구의 변동률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는 7.65%에 이르렀고, 마포구 6.81%, 강남구 6.11%, 성동구 5.55% 순이었다. 이 밖에 중구와 서대문구, 동작구, 종로구 역시 3%를 넘어선 격차를 보였다.

이들 8개구의 거래 현황 역시 별다른 변동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9월 553건, 10월 570건에서 3월까지 73건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4월 22일까지는 82건으로 3월에 비해 단 9건 상승했다. 용산구는 이보다 더욱 가뭄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9월 195건, 10월 188건에서 3월 36건으로 축소됐다. 4월은 이보다 2건 늘어난 38건에 불과했다.

급매물 출현-단지 시세하락-전체 하락장 형성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의 그림은 이로써 더욱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 전문가들은 낮은 가능성으로 매매시장의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기엔 요인들이 충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적정한 매입가를 기다리는 매수자들이 거래를 유보하면서 조정되는 국면이지만, 매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매도에 응할 이유가 현재로선 드물다”라면서 “정책 규제가 바뀐 건 없지만 매도자들에게 내성이 생겼고, 기준금리가 동결되면서 유동성이 여전히 부동산에 묶여있는 것”이라고 현재의 시장 상황을 평가했다.

함영진 랩장은 “그래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선 꾸준히 있고, 금리가 동결됐으니 이자부담이 심하지 않아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면서 “일단 ‘똘똘한 한 채’는 현 정책 국면에서도 용인되고 있고, 새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하고 비교적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는 서울 지역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낙폭이 줄긴 했지만 올해 1분기까지 하락폭이 계속됨에 따라 지난해와 같은 폭등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2020년도 올해와 같은 공시가격 인상 기조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함 랩장은 “지방은 2년째 집값 하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역시 현재 시점이 바닥을 찍은 것인지 더 떨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주목된다”면서 “올해 입주하는 주택이 예년보다 많고, 정부의 수요억제책 지속, 임대차시장 안정 등의 영향으로 구매력이 개선되기까지는 약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시가격은 몇 해에 걸쳐 장기적인 ‘추세’로 나타나야 더욱 파급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회장은 “현 시장에 부동산을 대체할 만한 투자재가 없고, 매도보다는 보유하는 게 향후 상승장을 대비해서도 낫다는 인식이 많다”면서 “공시가격은 2~3년 정도 올라야 보유자들의 부담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현재 수준으로는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 회장은 “임대수익을 제외한 월수입이 없고 수익구조를 갖추지 않은 부동산 보유자는 다소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공시가격과 관련해 등기 이전 시점과 부문별 과세 시점에 따라 세금 부담은 차등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각 부문별 과세 시점은 건축물의 재산세가 7월, 주택분의 재산세가 7월과 9월에 절반씩 이뤄지고, 토지 재산세는 9월에 징수될 계획이다. 종합부동산세는 12월 일괄 부과된다.

서진형 회장은 “시장 일각에선 역대 모든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있어 냉온탕을 오갔다는 학습효과가 있다”면서 “부동산도 결국엔 재화로 인식되기 때문에 경색된 거래현황을 풀고, 재화가 ‘유통’되기 위해서 시장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양도세 등 거래세가 강화되고 매수자는 대출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에선 당분간 현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토교통부는 4월 말 확정된 개별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공시가격 발표는 거래건수에 직접 영향을 주기보단 매매량 증가에 일정 부분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시장은 송파권을 중심으로 급매물 일부가 소진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제때 팔지 못한 사람들의 매물들은 누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거래가 상당 수준 일어나야 음으로든 양으로든 움직임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고 있다”면서 “투자자 내지 매도자는 관망 상태에 있고, 매수자는 섣불리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시지가는 단기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급한 매도자는 지난해 이미 해소를 이뤘지만 오를 여력이나 하방 압력도 공시가격 발표로는 약해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 뒤 “간간히 100채 이상 ‘갭투기’한 희귀한 예시를 제외하고는 2~3주택자들의 자금사정은 생각보다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수익구조가 안정화된 보유자들이 많다는 말이다.

권일 팀장은 “급매물은 항상 있어왔고, 이를 일반 실거주자가 아니라 자산가가 가져가는 예시가 많기 때문에 급매물이 공시가격 등에 따른 시장 지표가 되기엔 부족함이 있다”고 급매물의 의미를 분석했다. 다만 권 팀장은 “급매물이 꾸준히 나와야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경향성이 생기는데, 부동산 시장 특성상 급매물이 나오면 비슷한 물건의 호가가 오른 채 매물로 나오거나 다시 들어가버리기도 한다”면서 “연속해서 떨어지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선에서 하락 추세는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일 팀장은 공시가격보다 큰 변동요인으로 내년 총선과 내후년의 대선 이슈를 꼽았다. 그는 “이제 시장이 선거 이슈에 크게 들썩거리지는 않지만, 후보자들의 공약과 실제 개발호재로 이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면서 “갈수록 급해져 선거까지 1년, 3개월, 1개월 단위로 일종의 부동산 시장 재활성화 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