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오는 10월 한국 진출을 확정지으면서,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의 반응은 갈린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H&B시장에 세포라의 진출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고 보는 반면, 침체돼 있는 국내 뷰티 시장을 활성화시켜 새로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뷰티시장은 원브랜드 중심의 로드숍에서 편집숍 형태의 H&B스토어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국내 H&B스토어 시장규모는 2017년 기준 1조 7000억원으로 지난 2010년(2000억원대) 대비 8배 이상 성장했다. 향후 이 시장은 2020년 2조 7000억원, 2025년에는 4조 5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 세포라 중국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 출처=세포라코리아

‘세포라’ 어떻게 다를까?
세포라는 10월 24일 강남구 파르나스몰에 국내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최근 높아진 멀티 브랜드 유통 채널 관심에 힘입어 한국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한 이번 한국 진출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해외 뷰티 브랜드를 소개하고, 전 세계의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해외 브랜드를 경험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포라는 1970년 프랑스에서 도미니크 맨도너드(Dominique Madonnaud)에 의해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편집숍이다. 현재 2005년에 진출한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3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세포라 코리아는 프레스티지 제품 라인업과 디지털 기술로 구현한 혁신적인 매장 경험, 온·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옴니 채널(Omni-Channel)을 통해 새로운 뷰티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의 피부에 적합한 제품을 찾도록 돕는 뷰티 어드바이저(Beauty Advisor)가 상주해 모든 브랜드를 아우르는 뷰티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세포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독점 브랜드부터 세포라 PB(자체 브랜드)인 ‘세포라 컬렉션’까지 스킨케어, 메이크업, 향수, 바디와 헤어를 포함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세포라 코리아는 국내 뷰티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플랫폼의 역할에도 자체 나섰다. 34개국에 진출한 세포라의 유통 채널을 적극 활용해 잠재력 있는 국내 뷰티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고 한국의 뷰티 트렌드를 전파해 동반 성장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국내 매장에서는 세포라 코리아는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서울 내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해 6개, 오는 2022년까지 13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김동주 세포라 코리아 대표이사는 “세포라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포라와 함께하는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해나갈 것”이라면서 “국내 뷰티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 프레스티지 뷰티 리테일러 세포라는 가장 사랑받는 뷰티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출처=세포라코리아

“이미 늦었어!” vs “오! 우리도 효과 보려나?”
관련업계에서는 세포라의 한국 진출에 대해 입장이 크게 갈린다. 대부분 해외 브랜드 제품으로 구성된 세포라가 이미 국내 포화상태인 H&B스토어 시장에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지 다소 회의적인 시각과, 세포의 한국 진출로 뷰티업계 경쟁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면서 이를 이용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세포라가 입점할 파르나스몰은 코엑스몰과 연결돼 있다. 코엑스몰 지하 1층에는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부츠 등 국내 대표 H&B스토어는 물론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입점해있다. 국내 뷰티 편집숍은 모두 모여 있는 셈이다.

이미 국내 H&B스토어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세포라의 차별적인 경쟁력이 어떻게 어필될 수 있을지'에 따라 승패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브랜드 입점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그야말로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레어템 입점은 제품력으로 차별점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아시아 여성만을 위한 맞춤 K-뷰티 제품 출시도 고려해야 한다. 맥, 바비브라운 등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한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은 이미 한국 여성을 겨냥한 한정판 제품 출시로 품절사태를 보인 적 있기 때문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세포라는 자체 브랜드(PB)인 세포라 컬렉션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거나 프리미엄을 제품을 위주로 한 충성 고객을 타깃으로 사업을 운영할 것”이라면서 “국내 편집숍이 보유하지 못 한 브랜드를 얼마나 유치하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뷰티 크리에이터는 “세포라의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이 한국 소비자를 잠시 홀릴 수는 있겠지만 외국 제품에 대한 리뷰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공식 론칭까지 아직 6개월 정도 남아서 어떻게 소비자들을 공략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포라의 한국 진출은 국내 뷰티시장에 경쟁을 몰고 올 것은 분명하다. 현재 H&B 시장은 개척자인 올리브영이 점유율 80%로 독점 중이다. 뒤를 이어 랄라블라(170여개)와 롭스(120여개), 부츠(30여개)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시장 확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H&B스토어 관계자는 “세포라는 고급 브랜드 중심의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에서 SNS, 중소 브랜드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내 H&B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고객들의 선택 폭이 늘어나면 오히려 H&B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포라가 내세우는 프리스티지 브랜드는 국내 H&B스토어와는 또 다른 트렌드와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선보일 것”이라면서 “옴니채널 역시 오프라인이 기반이 돼야 가능한 만큼, 세포라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국내에 진출한 만큼 K-뷰티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는 유통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