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전자의 폴더블 디스플레이폰인 갤럭시 폴드의 미국 출시가 공식 연기됐다. 이에 유럽, 한국, 중국 등의 출시 일정도 불가피하게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4월 23일 “갤럭시 폴드에서 일부 제품 관련 이슈가 발견됐다”면서 “내부 테스트 결과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수주 내 갤럭시 폴드의 출시 시점에 대해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화면 결함 문제가 경미한 수준이라면 출시는 1~2주 정도 연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화면 결함 문제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일부 제품 공정에서 잘못된 것이 파악되면 출시 시기는 수개월 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 갤럭시 폴드 사용 모습.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신속한 결함 인정… 신뢰 회복의 첫 단추

현재까지 알려진 갤럭시 폴드 디스플레이 손상은 제품 상·하단의 디스플레이 노출부 충격, 이물질에 의한 손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의 신속한 디스플레이 결함 인정과 재발 방지책에 대해 일단 업계는 ‘잘한 결정’이라고 평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과는 결이 다른 이슈지만 출시 전 제품 결함에 대해 인정하고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신속한 대응이 갤럭시 폴드에 대한 신뢰 회복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의 선제 조치를 보면 문제를 피해가는 느낌이 아니라 출시 연기 등을 통해 신중하게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인다”면서 “삼성전자의 이번 대응에 이어 후속 대응 역시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화면 결함 원인 조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삼성의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화면 결함 문제가 심각할 경우 재출시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삼성이 현재 제품을 조사 중이지만 만약 디스플레이 부품 접합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생하거나, 특정 공정에서 새로운 장비를 사용해 제품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재출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실 폴더블 디스플레이폰 개념은 3~4년 전부터 나왔던 개념인데 업계서는 이를 실제로 제품에 구현해 시장에 내놓으려면 매우 높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면서 “삼성이 조금 서두른 감이 없지 않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최초의 상용 폴더블 디스플레이 폰인 갤럭시 폴드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면 딱히 경쟁자가 없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충분히 재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갤럭시 폴드 폴딩 테스트 장면. 출처=삼성전자

폴더블폰 시장, 움츠러들지는 않을 것

한편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로 인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움츠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한 해 약 3억대 정도의 휴대폰을 만드는데 100만대로 전망되는 갤럭시 폴드의 수량은 미미하고,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전망치도 올해는 160만대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업계는 올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폰이 세상에 공개되는 상징적인 해로 해석하고, 내년을 본격적인 폴더블 스마트폰이 경쟁을 시작하는 해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폴드는 기존 스마트폰과는 완전 다른 폼팩터(외형)를 지닌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이어서 어느 정도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고 시장은 예측하고 있었다”면서 “현재 품질 논란에 휩싸인 5G 통신도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걸 보면 언제나 퍼스트 무버(최초의 도전자)는 힘든 숙명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서는 2020년 이후를 폴더블 스마트폰이 본격 개화되는 시기로 보기 때문에 이번 이슈를 삼성전자가 잘 극복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청한 한 시장조사업체 관계자는 “워낙 초기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규모가 작게 예측돼 시장 위축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삼성전자가 화면 결함에 대해 꾸준한 설명을 하지 않거나, 심각한 문제가 발견될 경우에는 화웨이를 비롯한 다른 폴더블 디스플레이 폰 출시 예정 업체들도 출시 시기를 늦추거나 물량을 적게 출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160만대로 예측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은 2019년 160만대 수준에서 2021년까지 1230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애플은 2022년경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가세해 2023년경에는 약 3260만대까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 보호 필름 훼손뿐만 아니라 이물질로 인한 디스플레이 결함도 확인된 만큼 보다 정밀한 원인 조사를 통해 갤럭시 폴드가 수주 내에 재출시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