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기업인이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고 큰 꿈을 그리는 빅 아이디어. 단순한 개척자 정신, 퍼스트 무버의 잣대로는 빅 아이디어의 퍼즐을 맞출 수 없다. 빅 아이디어의 시작은 낭만이지만, 그 과정과 목표에는 세상 전체를 잡으려는 냉혹한 전략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 축제와 빅 아이디어는 자유로움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출처=픽사베이

빅 아이디어가 기득권?

<포브스>가 선정한 2019년 세계의 부호를 보면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1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가 2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3위다. 4위는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 5위는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일가가 차지했다. 6위는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그룹 회장, 7위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8위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9위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10위는 구글의 래리 페이지다.

10위 순위권 내부에 있는 제프 베조스와 빌 게이츠, 랠리 엘리슨과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는 모두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들은 뛰어난 경영 감각과 큰 그림을 그리는 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창조했으며 지금도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들의 정체성이다. 이들은 거대 족벌 기업의 ‘회장님’처럼 높은 의자에 앉아 수많은 수행원들에 둘러싸여 근엄한 표정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마크 저커버그는 오랫동안 사무실에 해적기를 걸어두고, 심지어 ‘해적이 되자’는 로고가 적힌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이른바 삐딱이(Misfit)의 전형이다.

빅 아이디어를 꿈꾸며 이를 실천하는 ICT 거인들과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의 부호 명단에는 ‘기득권’이라는 교집합이 있다. 이들은 자기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한편 빅 아이디어 발상을 멈추지 않았으며, 그 결과 동굴 밖 세상을 개척한 지배자가 됐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빅 아이디어를 꿈꾸던 악동들이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이를 좌우하는 순간, 역설적으로 빅 아이디어의 재기발랄함도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큰 줄기에서 그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다만 그들은 새로운 스타트업을 아무렇지도 않게 압박하면서, 플랫폼 생태계라는 미명으로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새로운 빅 아이디어 2.0이 필요하다. 1.0의 선배들이 큰 그림을 그리며 기득권이 됐다면, 이제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 벌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 약화에 따른 통신사의 제로레이팅 인프라가 기승을 부리는 순간 기득권이 된 1.0 선배들 사이에서 새로운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망 중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 정도는 나와줘야 한다는 뜻이다.

▲ 버닝맨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페스티벌에서 길을 찾다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매년 열리는 애스펀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연사만 400명에 육박하는 대규모 축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괴테 기념 행사로 열리던 것이 월터 패프케라는 선각자를 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음악과 철학, 정신과 사유에 대한 폭넓은 토론의 장이 이어지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뜨거운 사막에서 8월 마지막 주를 보내는 버닝맨 페스티벌도 비슷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현자나 철학자의 심장을 갖고 새로운 사유의 통찰력을 공유하게 된다.

빅 아이디어의 진정한 지향점이다. 소소한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전체를 보는 시각을 기르며, 이를 통해 부차적으로 생태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진심이 필요하다. 자유로움 속에 다양성을 확보하며 서로를 설득하는 축제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제의 치열한 총성 속에서 ‘태평한 신선놀음’이라는 비야냥도 나올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또 그들이 어떻게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가볍게 여길 문제가 아니다.

맞다. 결국 빅 아이디어는 메가 트렌드의 정밀한 고차 방정식을 푸는 열쇠가 된다. 아주 잠깐이라도 넥타이를 풀고 비트에 몸을 맡겨라. 이야기하며 즐기면서 하늘을 보라. 빅 아이디어가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