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앱클론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CAR-T 치료방법. 출처=앱클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신약 개발 경향을 따르는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항체신약 개발 제약바이오기업 앱클론이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CAR-T’ 면역항암제 임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앱클론은 면역세포 기능 조절 기능을 확보, 기존 CAR-T 치료제의 단점인 독성과 내성문제를 극복한 차세대 CAR-T 플랫폼인 스위처블(Switchable CAR-T) 플랫폼을 구축해 주목된다.

CAR-T 면역항암제 무엇? 시장성 크지만 부작용 우려 있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CAR-T 면역항암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와 길리어드의 자회사 카이트 파마의 ‘예스카타(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류셀)’를 승인했다. 업계에 따르면 킴리아는 2018년을 기준으로 7600만달러, 예스카타는 2억64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출시 초기라 시장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면서도 “많은 시장 조사 보고서는 2028년 CAR-T는 약 83억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AR-T 치료제 임상 1상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던 카이트 파마와 주노 테라퓨틱스는 각각 길리어드와 셀진에 118억달러, 80억달러로 인수합병되기도 했다. 셀진은 또 올해 초부터 글로벌 제약사 BMS에 740억달러 규모의 합병이 추진 중이다. 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 기술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주요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AR-T 치료제는 인체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에 암세포를 항원(대상)으로 인식하는 수용체 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T세포 치료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해당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에서 기존 약물이나 항체 치료제보다 효과적이며, 유전 조작을 통해 다양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성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CAR-T 치료제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리지만, 우려되는 부작용도 있다. 표적세포를 만나면 빠르게 분열하는 T세포 특성에 따라 사이토카인 폭풍(CRS)와 중추신경계 부종 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T세포의 기억 기능으로 동일한 부작용이 불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다. 상용화 어려움으로는 해당 치료제가 환자의 T세포를 조작해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환자 맞춤형 기술로 수 억원에 이르는 고가인 점이 꼽힌다. 킴리아 1회 주사비용은 약 47만5000달러다.

앱클론, CAR-T 플랫폼 최종 후보물질 확정…올해 임상 진입 전망

앱클론은 신규항체 발굴을 통해 기존 FMC63 항체가 아닌 기존 타겟인 CD19를 극복한 작용기전을 나타내는 신규 혈액암치료제 ‘AT101’을 개발해 곧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킴리아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예스카타는 비호지킨 림포마 등의 혈액암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는데 암세포 항원은 두 치료제 모두 CD19로 특허가 만료된 마우스 유래 FMC63 항체를 차용했다.

▲ Raji 동물모델 효능평가(왼쪽), 7일 째부터 종양 감소를 확인할 수 있다. Nalm-6 동물모델 효능평가. 출처=앱클론

앱클론의 신규 Cd19 항체는 인간화 항체로 면역원성이 크게 감소했으며, 기존 킴리아나 예스카타의 특허를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연내 임상을 시작하게 된다면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CAR-T 임상을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투약 이후 약 두 달 뒤 결과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면 2020년 중 임상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앱클론은 올해 1월 임상에 사용할 최종 후보물질을 확정했다. AT101은 동물모델에서 단회투여로 7일째부터 종양이 완전 관해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CAR-T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위탁생산기업(CMO)가 없어 자체 생산설비를 구축한 후 이를 통해 올해 안에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앱클론은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인 씨앤알리서치(C&R Research)와 임상 프로토콜 개발‧임상시험계획승인(IND) 신청 등을 위한 협업을 이룰 예정이다.

앱클론 스위처블 CAR-T 기술, 킴리아‧예스카타 단점 극복 가능?

CAR-T 면역항암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CRS와 중추신경계 부종, T세포 기억기능에 따른 문제점 불시 재발 등이다. 킴리아와 예스카타의 주요 경쟁자로 꼽히던 주노 테라피의 ‘JCAR015’는 뇌부종에 따라 임상에서 5명의 사망자가 발생, 2016년 임상을 중단한 바 있다.

개발된 치료제는 인체에 투입될 시 저절로 죽게끔 설계돼 있지만 외부에서 활성 등을 조절할 수 없다. CAR-T는 약 5~10년 동안 생체 내에서 기능이 지속될 수 있어 잠재적인 위험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앱클론은 CAR-T 세포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일종의 ‘스위치’ 기능을 서울대학교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공동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

▲ 앱클론이 개발한 차세대 CAR-T 시스템 스위처블(Switchable) CAR-T 모식도. 출처=앱클론

앱클론의 스위처블 CAR-T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매개체 코티닌(Cotinine)을 활용한다. 해당 항체가 발현된 CAR-T를 환자 몸에 투여한 후 항암 효능이 필요할 때에만 코티닌과 암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가 연결된 ‘코티닌 접합체’를 투여해 CAR-T의 효능을 발휘하는 방법이다.

업계 전문가는 “코티닌이라는 물질은 니코틴의 대사산물(Metabolite)로 원래는 인체에 존재하지 않는 무해한 물질”이라면서 “코티닌 항체가 발현된 CAR-T 세포는 그 자체로서 효능이 없다. 코티닌 접합체가 투여될 때에만 항암 효능이 발현되는 것. 이를 활용하면 CAR-T의 가장 큰 부작용인 사이토카인 신드롬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앱클론은 코티닌 접합체에 활용하는 물질로 항체가 아닌 어피바디(Affibody)를 활용했다. 이는 항체의 25분의 1(1/25) 수준의 작은 크기를 나타내는 물질이다. 세포 물질 크기가 작으면 접합면을 넓혀 효능이 커질 수 있다. 앱클론은 난소암 치료제를 적응증으로 HER2를 인식하는 어피바디를 활용, 스위처블 CAR-T의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 이는 ‘AT501’이라는 물질로 2020년 말 임상 진입이 목표다. 스위처블 CAR-T는 사이토카인 신드롬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고형암도 타겟으로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 앱클론 파이프라인. 출처=앱클론

AT501은 HER2를 인식하는 어피바디를 코티닌에 연결한 코티닌 접합체지만 다른 암 항원을 타겟으로 하는 어피바디를 코티닌과 결합하면 다른 종류의 암을 목표로 둘 수 있다. 코티닌 항체가 발현된 CAR-T는 동일한 것으로 코티닌 접합체와 결합하는 어피바디만 바꾸면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해당 기술은 진정한 플랫폼 기술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