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에 콜스 백화점에 합류한 미셸 개스 CEO는 콜스에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출처= Kohl’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소매 매장들은 미국 소매업의 악명 높은 연쇄 킬러로 여겨지는 아마존의 공포 속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아마존과 대항하기 위해(Amazon-Proof)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고객 정보를 넘겨주거나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과 독점성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제품을 아마존에서 팔기를 거부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러나 콜스 백화점(Kohl’s)은 달랐다. 콜스는 처음부터 아마존을 자신의 상점 안으로 초대했다.

콜스의 미셸 개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판촉 및 고객 담당 임원이었을 때부터 그 기회를 보았다. 그녀는 한물 간 취급을 받는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맺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대담한 계획을 생각해 냈다.

마침내 콜스는 2017년 10월부터 콜스 매장에서 아마존 고객들의 반품을 받기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에 있는 82개의 모든 매장에서, 콜스는 원래의 포장 및 배송 상자가 없어도 아마존 고객들로부터 반품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콜스는 지금도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반품 받은 물건을 아마존으로 포장 배송해주고 있다.

콜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10개 매장에 에코닷(Echo Dot), 아마존 파이어(TV Amazon Fire TV), 파이어 태블릿(Fire Tablets) 등 아마존 제품을 판매하는 전용 부스를 설치했다. 콜스의 그런 시도는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온라인 강자와 손을 잡는 첫 번째 사례를 만들면서, 백화점이 아마존의 오프라인 야망을 돕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콜스의 가장 큰 의류 공급업체 중 하나인 란다 액세서리(Randa Accessories)의 마케팅 책임자(CMO) 데이비드 캐츠는 “콜스 안에 아마존 매장을 두는 것은 트로이 목마를 끌어들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사실 이런 시도는 비용 증가와 매출 손실 가능성 등 콜스로서는 몇 가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콜스 매장 직원들이 아마존 고객의 반품 처리에 시달리고 콜스의 물류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고객들이 콜스 백화점에 와서 콜스의 옷은 사지 않고 에코닷이나 파이어 TV만 살 것이라는 비아냥도 무성했다.

그러나 50세의 개스 CEO는 다른 접근법을 취했다. 그녀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그녀는 스타벅스에서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CEO의 최측근으로서 16년을 근무하다 2013년 콜스에 합류했다. 스타벅스 시절에는 ‘프라푸치노’(Frappuccino)를 개발해 대중화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임자인 케빈 만셀에 의해 영입된 개스는 전통 소매업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콜스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개스는 콜스에서 여러 가지를 시행착오를 실험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두 곳의 매장에 커피 전문점을 시범 운영했지만, 반응이 좋지 않자 철수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인기 브랜드 언더아머(Under Armour) 등 여러 스포츠 의류 브랜드를 입점시켜 성공적인 전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5월 CEO 자리에 올랐다.

그녀는 콜스 고객들의 상당수가 아마존의 프라임 회원들이거나 아마존에서 제품을 검색하고 구입했기 때문에 아마존이 이미 콜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개스는 J.C. 페니(J.C. Penney), 메이시스(Macy’s), 시어스(Sears) 같은 경쟁업체들이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역시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콜스에도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콜스는 일반적인 필수 브랜드들을 취급하지 않았고, 콜스를 찾는 중산층 엄마 고객들은 메이시스나 노르트스트롬(Nordstorm)의 핵심 고객들보다 패션 유행에 덜 민감한 고객들이었다.

란다의 캐츠 CMO는 “미셸과 콜스의 고위 경영진들은 그런 전통적 백화점의 구태의연한 전략과 전술에 휘말리지 않았다. 어제의 지도로 내일의 풍경을 항해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 콜스는 일찌감치 아마존과 제휴하기로 결정하고 일부 매장에 아마존 제품 전문 판매 공간을 설치했다.   출처= Kohl’s

개스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아마존과의 파트너십은 고객들의 매장 방문을 촉진하고 미래를 위해 콜스의 매장을 준비하려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콜스가 파격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은 아마존의 젊고 부유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이기도 했다. 개스는 고객들이 아마존에서 산 물건을 반품하기 위해 콜의 매장으로 들어왔다가 매장을 둘러보면서 여성 의류나 언더아머 운동화를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존과 파트너십을 맺은 지 1년 이상 지나면서, 아마존과의 제휴는 월가의 호의적 반응을 받았고 실제 콜스를 찾는 방문객도 증가했다.

소매시장 조사기관인 고든 해스킷 리서치(Gordon Hasket Research) 애널리스트들이 지난해 7월에 콜스의 시카고 매장을 조사했는데, 아마존 반품을 허용하는 매장의 고객 트래픽이 해당 프로그램이 없는 매장보다 평균 13.5%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콜스가 최근 본사가 있는 위스콘신주 메노모니 폴스(Menomonee Falls) 근처의 매장 20개 이상에서 아마존 반품을 추가로 받기로 한 것은 이들의 파트너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다. 현재 아마존 반품을 취급하는 콜스 매장은 전국적으로 100개가 넘는다.

개스는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는 아마존과의 파트너십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스는 또, 그동안 몇 곳의 매장에서 아마존 제품을 팔던 것을, 앞으로 200개 이상의 매장으로 확대해 아마존 제품 전용 공간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조치는 아마존과 콜스의 관계가 보다 영구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애널리스트들은 두 회사가 앞으로 관계를 더 발전시켜, 언젠가는 콜스가 아마존 고, 아마존 북스, 아마존 4스타(아마존 온라인 고객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상품만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 같은 새로운 아마존 개념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콜스는 또 일부 매장의 규모를 축소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독일계 저가형 슈퍼마켓인 알디(Aldi)와 플래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 등과 제휴해 매장 안에 슈퍼마켓과 체육시설을 들임으로써 유휴 공간 활용과 고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금융리서치기업 코웬(Cowen)의 올리버 첸 소매 애널리스트 “콜스는 여분의 공간을 가지고 있고 아마존은 오프라인에 진출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찰떡궁합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스와 아마존의 협력이 다음에 어디로 향하든지 상관없이, 콜스의 미래는 개스의 구상대로 더 많은 통합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가져올 것이다.

소매업자들의 아마존 문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아마존과 싸우지 않고 팀을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개스는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