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한진칼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최근 한진그룹 지배구조 관련주가 급등하자 시세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덕분에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대립각을 세운 한진 오너일가는 경영권 방어에 숨통을 트게 됐다.

한진칼은 특별관계자인 국민연금공단이 자사 주식 79만3785주를 처분했다고 지난 16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의 한진칼 지분율은 6.70%에서 5.36%로 1.35%포인트 낮아졌다.

▲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지분을 대량 매도하면서 차익실현인지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과 거리두기인지 행보에 관심을 받고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최근 한진칼 주가가 급등하자 국민연금이 차익실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만5000원인 한진칼은 지난 8일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4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국민연금이 매각한 지분의 가치는 약 309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행보는 단순 차익실현으로 풀이되지 않고 있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것에 부담을 느껴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올해 주총부터 강력한 주주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틀 뒤에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참석도 없었다. 한진칼과 2대주주 행주의펀드 KCGI(강성부펀드)는 사내이사, 사내이사 선임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고 국민연금은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진가의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한진칼의 현재 지분구조를 보면 고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28.9%다.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 17.8%에 대한 상속세를 물납하게 되면 20%까지 감소한다.

2대주주 KCGI의 그레이스홀딩스 지분(13.4%)와 국민연금 지분(6.7%)을 합한 지분(20.1%)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진가 입장에서 국민연금의 지분율 감소는 긍정적이다. 향후 확보해야할 부담이 줄어든 만큼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이번 주식 대량 매도가 단순 차익 실현인지 경영권 분쟁에서의 거리두기인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4월 15일부터 19일, ▲현대공업(강현석 외 4명 56.97%→56.32%) ▲금호에이치티(한국채권투자자문 24.05%) ▲한컴유니맥스(라카이코리아 15.62%) ▲현대약품(이한구 외 6명 25.48%→22.98%)  ▲포스코케미칼(포스코 외 1명 65.0%→65.4%) ▲웅진코웨이(COVERNMENTOFSINGAPORE 1.917%→3.536%) ▲AK(홀딩스(채형석 외 8명 64.94%→64.99%) 등이 특별관계자의 지분변동을 공시했다.

상장법인은 ‘발행주식을 5% 이상 새롭게 취득하는 경우’, ‘5% 이상 보유자가 1% 이상 지분을 사거나 팔 경우’, ‘주식대량보유목적에 변경이 있는 경우’ 5일 이내에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이는 경영권보호와 투자자보호를 위함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의 지분 변동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다. 이들의 보유비율이 계속해서 늘리거나 줄면 투자시 해당종목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