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종식될 신호가 하나 둘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 경기 둔화 신호는 여전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아세안 국가의 경제 위험도 또한 증가하고 있어 중국 리스크로 인한 아세안 국가의 하방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1일 중국을 둘러싼 아세안 국가들의 리스크 확산 배경을 분석한 보고서 ‘차세안(ChASEAN) 리스크 확대 배경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 미중무역협상이 마무리될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는 여전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의 영향 아래 있는 차세안 리스크를 분석한 보고서를 표했다. 출처=imagetoday

현대경제연구원은 우선, 아세안 국가들의 경기 하방압력의 원인으로 세계 경기둔화 우려의 확대를 꼽았다. 최근 세계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는 가운데, IMF 등 주요 기관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어 세계 경기 하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IMF의 세계 경제 전망치에 의하면 세계 경기 고점은 2017년이며, 2019년 현재 세계 경제는 하강 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2019년 4월 IMF는 무역긴장과 정책 불확실성 등을 반영해 2019년 경제성장률을 3.7%(2018년 10월 전망)에서 3.3%로 하향 조정했다.

▲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및 전망치와 중국 주요 내외수 지표 증가율.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중국 리스크 또한 아세안 국가들의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요인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소매판매와 투자, 수출 등 내·외수 지표 또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해 6.6%로 소폭 하락했으며, IMF에 의하면 2019년 중국 경제성장률은 6.3%로 둔화될 전망이다. 중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산업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부채 리스크도 확산되고 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아세안(ASEAN) 대내외적으로도 경기 부진 요인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아세안 5개 국가의 향후 경제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들의 대 중국 수출 비중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며 2018년 기준 12~1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p 하락할 경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의 경제성장률도 각 0.31%p, 0.25%p, 0.19%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 아세안 국가별 중국 수출 비중 증가율,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에 다른 주요 아세안 국가 경제 성장률 영향 분석.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더욱이 아세안 5개 국가의 대내외 건전성이 대체로 악화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18년 3분기 107.3%로 100%를 초과했으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2018년 GDP 대비 재정수지 비중이 인도네시아 –2.2%, 말레이시아 -2.7%, 베트남 –4.6% 등으로 IMF 기준치(-2%)를 하회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차세안(ChASEAN) 무역의존도·금융권 익스포저 높아...리스크 전이 가능성도

차세안 국가들의 경기 하방 압력은 한국 경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차세안(ChASEAN)에 대한 교역 의존도는 38%다. 2018년 한국의 차세안에 대한 수출 의존도는 43.3%, 수입 의존도는 31.0%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 경기둔화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대세계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대아세안 수출 증가율 또한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한국의 대 차세안 교역 의존도, 대 중국 및 아세안 수출 증가율.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한국의 차세안(ChASEAN) 해외 직접 투자 비중은 22% 수준이다. 한국의 차세안 직접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8년 기준 109억 달러로 전체 해외 직접투자 규모 대비 21.9%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중국 투자는 제조업의 투자매력이 감소하면서 정체되고 있지만,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은 차세안(ChASEAN) 금융시장에 대한 한국의 노출도는 20%로, 한국의 노출도가 중국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어 차세안 리스크 발생 시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총액 대비 중국 익스포저 비중은 2016년 2분기 12.3%에서 2018년 3분기 15.3%로 증가했다. 또한 한국의 아세안의 2018년 3분기 익스포저 비중은 4.6%로 총 차세안 비중은 19.9%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차세안(ChASEAN) 경제의 대내외 여건을 모니터링하면서 실물·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해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차세안 지역에 대한 교역, 투자, 금융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적극적인 리스크 헷지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