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전 세계에서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은 331개다. 다음 세대의 유니콘 스타트업은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1세대 유니콘는 그 모습이 매우 다를 것이다. 출처= Google 사이트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빠른 속도로 10억달러 가치에 다다른 초기 세대의 기술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이제 다음 세대의 스타트업은 그 모습이 매우 다르다.

전설의 동물 ‘유니콘’(Unicorn)처럼 드물다고 해서 ‘유니콘’이라는 이름이 붙은, 10억달러 가치의 기술 스타트업들은 이제 그 수도 많아졌고 시간도 꽤 경과되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오는 새로운 세대들은 그들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고평가 기술 스타트업들은 모두 스마트폰의 보급과 저렴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이들은 단순히 택시, 음식 배달, 호텔과 같이 기존에 있던 비즈니스를 가져와 모바일로 만들어서 글로벌 제국을 건설했다. 이들 중 몇몇 스타트업들은 이제 거인이 되었다. 우버는 올해 (IPO에서) 무려 1200억달러(135조원)의 가치 평가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처럼 기존 산업을 교란하며 급성장하는 손쉬운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이제 차세대 유니콘이 될지도 모르는 많은 스타트업들, 이를테면 생명과학 분야 데이터 관리 및 통합 플랫폼 회사인 벤클링(Benchling)과 대출 사업의 미래를 표방하는 모기지 스타트업 블렌드(Blend) 같은 회사들은 농장, 은행, 생명과학 회사와 같은 특정 산업을 위한 소프트웨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들을 추적하는 기업 CB 인사이츠(CB Insights)는 NYT의 의뢰를 받아, 재무 상태와 회사가 종사하는 시장의 강도와 규모 등 다양한 데이터를 사용해 10억달러의 가치평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스타트업 50개를 선별했다. 물론 그들이 10억달러 회사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1세대 유니콘들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려 보인다. “그러나 농업 같은 산업도 기술 시대에 적응함에 따라 더 많은 소프트웨어 도구를 필요로 하면서 많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 회사 이머전스(Emergence)의 제이슨 그린 투자자는 말했다.

포러너 벤처스(Forerunner Ventures)의 벤처 캐피털리스트 커스텐 그린은 “차세대 스타트업들은 1세대 스타트업만큼 매력적(Sexy)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종사하는 산업들은 우리의 생활과 사업에서 꼭 필요한 거대 산업들이며 현대화가 반드시 필요한 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체커는 우버, 리프트, 인스타카트 같은 1세대 유니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올스테이트(Allstate) 같은 보험회사들도 고객사가 되었다.  출처= Checkr

체커(Checkr, 긱 이코노미 일자리 전문 구인구직플랫폼)와 어닝(Earnin, 긱 이코노미 근로자를 위한 ‘당일 근로 당일 입금’(Get Paid Today)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같은 다른 잠재적인 유니콘들은 1세대 유니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사업을 구축하며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CB 인사이츠는 또 밀레니얼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글로시어(Glossier, 신개념 화장품), 졸라(Zola, 웨딩 플래닝), 페어(Faire, 양품점 구매대행업)도 유니콘 후보로 지목했다.

CB인사이츠의 아난드 산왈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중 일부는 빠른 시일 내에 10억달러 문턱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는 눈에 튀어나올 만큼 큰 금액이었던 1억달러의 자금 조달은 이제 보통 일이 되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유니콘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은 331개다. 2015년에는 131개에 불과했다.

“만약 당신이 그런 하이 모멘텀 회사 중 하나라면, 투자자들이 앞다퉈 당신 회사 문을 두드릴 것입니다. 그들은 다음 번 큰 승자가 될 회사에게 투자하는 데 관심이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 벤클링은, 연구소 과학자들이 종이 노트에 일일이 실험 결과를 기록하던 것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검색할 수 있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출처= Benchling

과학, 농장, 금융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

벤클링은 사지스 위크라마세카라는 2012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그의 목표는 그가 MIT 공과대학 시절 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뒤떨어진 기술 도구들로 실험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좌절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벤클링은, 연구소 과학자들이 종이 노트에 일일이 실험 결과를 기록하던 것을 클라우드에 저장해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위크라마세카라는 그렇게 되면, 과학자들은 이 기록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더 쉽게 연구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젊은 연구자일수록 그러한 도구를 더 절실히 요구했다.

“소프트웨어는 그동안 경제의 여러 부문에 큰 영향을 주었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그다지 기여하지 못했지요.”

오늘날 하버드 대학교와 MIT의 학자들(대학에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과 제약회사 파이자(Pfizer)와 생명공학기업 리제네론(Regeneron) 등 14만명의 과학자들이 벤클링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벤클링은 중소기업에게는 연간 1만5000달러에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고, 고급 기능이 부가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대기업 고객들은 연간 수백만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벤클링은 지난해 매출과 고객 수가 전년보다 3배나 증가했고, 3000만달러(34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제 보다 다양한 산업들이 더 많은 기술을 채택함에 따라, 이 회사는 새로운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대표주자다. 포러너 벤처스의 그린 벤처캐피털리스트는, 과학 분야 같은 틈새 시장을 위한 소프트웨어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건강 관리, 자동차, 소매, 가공 식품, 첨단 제조 회사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업들이 기술이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어떻게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에 걸맞은 또 다른 스타트업으로, 구글의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찰스 바론과 창업 전문가이자 벤처 투자가인 아몰 데스판드가 2014년 공동 설립한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armers Business Network)가 있다. 이 회사는 농부들에게 그들의 농장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며, 물품을 구매하고, 자신들이 재배한 농작물을 팔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연간 단 700달러에 제공하고 있다. 바론은 현재 7700개의 농장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약 2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말했다.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 같은 회사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과 농업 프로세스의 ‘디지털화’가 있기 전인 10년 전만 해도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날 농업은 디지털 혁명을 겪고 있지요.”

오늘날 농장은 많은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으며,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소프트웨어는 그들이 그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는 농부들에게 그들의 농장에 대한 데이터를 공유하고 분석하며, 물품을 구매하고, 자신들이 재배한 농작물을 팔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출처= Farmers Business Network

밀레니얼 여성들을 위하여

샨린마는 지난 2013년, 그녀의 친구들이 결혼하기 시작하면서, 결혼 계획을 위한 대부분의 디지털 도구들이 구식이고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길트 그룹(Gilt Groupe)의 디자이너 의류를 반짝 세일하는 일을 했던 그녀는 결혼하기 위해 필요한 목록을 무료로 만들어 주는 졸라를 창업했다.

졸라는 현재 7만개의 선물 상품을 혼수용품 등록부에서 판매하고 있다. 졸라는 또, 더 많은 예비신혼 부부들을 유치하기 위해 온라인 게스트 초청 리스트와 참석 답신 추적(RSVP) 같은 도구들을 개발했다. 이 사이트는 밀레니얼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지난해 1억4000만달러(1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6억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졸라 외에,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한 스타트업으로 두 회사가 차세대 잠재적 유니콘으로 지목됐다. 뉴욕의 글로시어는 사용하기 쉬운 신개념 화장품을 선보이며 인스타그램에서 19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고, 페어는 지방의 양품점들이 도매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온라인 장터로, 모두 젊은 층들을 타깃으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다.

2017년 페어를 창업한 맥스 로드스는 “밀레니얼 여성들이 지역 양품점의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더 이상 복잡한 쇼핑몰에 차를 몰고 나가 싸구려로 보이는 물건들을 들여놓지 않습니다. 그들은 배경에 뭔가 사연이 있는 독특한 제품을 원하지요.”

▲ 7만개의 선물 상품을 혼수용품 등록부에서 판매하며 온라인 게스트 초청 리스트와 참석 답신 추적(RSVP) 같은 도구들을 개발한 졸라는 지난해 1억 4천만 달러(1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6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처= Zola

차세대 긱 이코노미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들이 성공하자,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며 자체적인 미니 경제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그중 하나가 배달 스타트업 델리브(Deliv)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다니엘 야니세와 조나단 페리콘이 설립한 체커다. 이들은 델리브에서 일하면서 고용하려는 배송 기사들의 경력을 조회하는 일이 너무 더딘 것에 좌절을 느끼고 그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자신의 회사를 창업했다.

체커는 우버, 리프트, 인스타카트 같은 1세대 유니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올스테이트(Allstate) 같은 보험회사들도 고객사가 되었다.

체커에 투자한 벤처케피털 아크셀(Accel)의 리치 웡 파트너는 “체커가 긱 이코노미에 필수적인 기본적 도구(Picks and Shovels)를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잠재적인 유니콘 어닌도 긱 이코노미 근로자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20102년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Palo Alto)에서 창업한 어닌은 우버와 제휴해, 우버 운전자들이 고객을 태워다 준 후 바로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 앱을 만들었다.

어닌을 창업한 램 팔라니아판은 자신의 앱 다운로드가 100만 회를 넘었으며, 앱 사용자들이 한 달에 평균 25회 앱을 연다고 말했다.

CB인사이츠는가 선정한 50개 잠재 유니콘들 중 17개는 미국이 아닌 전 세계에 분산돼 있다.

CB인사이츠가 엄선한, 10억달러의 가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유니콘에는 인도 5개, 중국 4개, 중남미 3개의 스타트업들이 포함되었다. 트럭 운송 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제공하는 브라질의 스타트업 카고엑스(CargoX)에서부터, 시간제 근로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호주의 스타트업 디퓨티(Deputy)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차세대 유니콘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