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자율주행 트럭을 일반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책을 내놨다. 자율주행 트럭이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할 수 있게 된 첫 변화다. 구글 웨이모, 다임러, 테슬라 등 62개 업체가 테스트를 신청한 자율주행 트럭은 678대에 이른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자율주행 트럭도 자율주행 승용차처럼 도로를 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고령화 문제에 맞닥뜨린 미국 운송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율주행 트럭을 일반 도로에서 시범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선책을 내놨다. 주 정부는 오는 5월 27일까지 규제에 대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칠 예정이다.

이번 규제 시행에 따라 자율주행 트럭 시범 운행 시에는 자동차관리부가 허가한 1만1파운드 미만의 물건만 실을 수 있다. 이 과적 용량에 해당하는 차량은 미니밴, 픽업트럭, 스텝 밴 등 클래스 1, 2 규격의 트럭이다. 대형 SUV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차량 들이다. 해당 규정에 따라 시범 운행에 참여한 회사는 알파벳 웨이모, 폭스바겐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 등 62개사다. 총 678개 자율주행 트럭에 자격이 부여됐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내년에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덤프급 트럭까지 도로를 누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미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 알려진 플로리다, 애리조나, 오클라호마, 하와이, 테네시, 유타 등에서도 자율주행 트럭 관련 입법 및 행정명령을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전역으로 규모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미국 트럭 운전사 평균 연령. 자료=우버ATG

미국 시장에 자율주행 트럭 시험이 갖는 의미

트럭은 자율주행을 도입하기에 적격인 차종이다. 비즈니스에 주로 사용되는 운송용 컨테이너 트럭은 물건을 가득 도시와 도시를 오가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복잡한 시내 도로와 달리 신호등이 별로 없고, 구불구불한 도로나 교차로도 많지 않은 곳을 주행한다. 차를 멈추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쭉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시내 주행이 잦은 승용차보다 자율주행 도입이 수월한 편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트럭 실도로 주행 허가를 빠르게 낸 이유는 물류산업에서 트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트럭협회(ATA)에 따르면 트럭으로 수송되는 유통 물량은 전체에서 74.5%의 비중을 차지한다. 400만대 이상의 운송용 대형 트럭이 이끄는 미국 화물 운송 시장 규모는 약 9000억달러(약 1022조원)에 이른다.

시장 비중이 높은 만큼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된다면 비용절감으로 얻는 이익도 크다. 모건스탠리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장거리 화물 운임이 현재보다 약 30~50% 저렴해질 전망이다. 정해진 시간대에 정확한 운송도 가능해지면서 효율적인 물류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됐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 물류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 국민 평균 연령은 42세인 데 비해 트럭 운전기사 평균 연령은 49세나 된다. 트럭 운전자 25%는 35세 미만, 55%는 45세 이상이다. 특히 고령 운전기사들이 퇴직하면서 젊은 운전기사들의 부족 현상까지 동시에 겹치고 있다.

미국 트럭협회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40만명이 넘는 운전자가 퇴직할 전망이다. 그러나 화물 수요는 37% 증가해 화물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선 90만명의 새로운 운전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약 50만명이 종사하는 장거리 트럭 부문은 2017년에 약 5만1000명이 부족했다.

트럭회사들은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하며 운전기사를 모으고 있지만 이 역시 회사 입장에서 부담이다. 운전기사 부족현상 해소를 위해 화물업체들은 고임금과 성과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2017년 1마일당 평균 비용은 전년과 비교해 15%나 상승했다. 화물 트럭 운전기사 평균연봉은 5만9000달러 수준이다.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운전기사의 평균연봉은 8만60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간다.

▲ 미국 트럭 운전사 평균 연령. 자료=우버ATG

불붙은 자율주행 트럭 개발 경쟁

자율주행 트럭이 실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은 이처럼 큰 의미를 갖는다. 트럭은 비즈니스 용도인 만큼 특성상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장거리 화물운송 대형 트럭의 경우 한 주에 1000㎞ 이상 주행하기도 한다. 완성차 업체가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상당히 적격인 셈이다. 게다가 일반 승용차보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기에도 유리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트럭을 실제 도로에 투입하기 위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선두는 웨이모로 꼽힌다.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애리조나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상용화했다. 현재 자율주행 트럭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웨이모는 지난 2017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대형트럭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애틀랜타에서는 자율주행 트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시범 운행에도 성공했다.

▲ 구글 웨이모 자율주행 트럭. 사진=웨이모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전기트럭 ‘세미’를 발표한 바 있다. 이 트럭은 1회 배터리 충전으로 최대 805㎞를 달리는 초장거리 주행 전기트럭이다. 제로백은 5초대로 구동 성능도 뛰어나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세미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자사 자율주행 기술 ‘오토파일럿’을 적용해 판매할 계획이다.

다임러트럭도 개발에 한창이다. 현재 개발 중인 자율 주행 트럭 ‘퓨처 트럭 2025’는 차량에 카메라와 레이더를 장착해 주변 상황을 감지하고 스스로 주행한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다임러는 자금력을 동원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 ‘토크’의 지분 과반을 인수, 올해 말까지 레벨2 자동화를 갖춘 트럭을 도로에 배치할 계획이다. 마틴 다음 다임러AG 트럭·버스 관리 임원은 “시제품은 상당히 빨리 자율주행에 돌입할 수 있지만 생산 상당량은 2년 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퓨처트럭 2025. 사진=다임러AG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최초로 자율주행 트럭 실전 주행에 나선 바 있다. 주행 형태는 군집주행이다. 군집주행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 중인 상용차 자율주행 체계다. 선두 트럭이 도로를 달리면 나머지 트럭은 운전자 없이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차량 간 무선네트워크·카메라 등을 통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앞차를 따라가는 기술이다. 운전자 한 명만 있어도 대량의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여러 대 차량이 최적화한 차간 거리 등을 계산해 이동하기 때문에 도로 정체를 완화할 수 있고, 뒤따라오는 트럭은 공기 저항을 덜 받아 연료 소비량을 최대 15%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