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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오늘날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구독’ 시스템은 17세기 영국 출판산업에서 아주 익숙한 개념이었다. 책을 내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인 저자는 구독자들을 구성해 책 만드는 비용과 재고 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17세기경부터 많은 산업분야에서 구독 형태의 비즈니스는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왔다. 구독경제는 새로운 모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산업에 적용이 확대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중론이다.

현재의 한국,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 익숙했던 ‘구독’ 모델을 떠올려보면 집집마다 문고리에 달렸던 ‘초록 가방’이 떠오른다. 일명 우유 주머니로 불렸던 이 가방은 각 가정에 아침마다 신선한 우유와 요구르트를 건넸다. 2000년대부터 골목까지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이 속속들이 들어서면서 한동안 사라졌었던 우유 주머니는 근래 다른 형태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 구독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넷플릭스와 우유 주머니, 서로가 좀처럼 연상되지 않는 둘이지만 돌아가는 원리는 비슷하다. ‘구독’ 시스템이 기반이라는 점이다. 앞서 17세기 영국의 출판 산업에서 말했듯이 구독은 초기에 공급자가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상품 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현재, 소비자가 일정 기간 동안 상품을 이용하는 대가로 약속한 요금을 주기적으로 지불하는 형태로 굳어졌는데, 이런 방식은 공급자가 소비자들을 묶어둘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이런 맥락에서 구독시스템은 ‘헬스클럽’ 모델로도 불린다. 헬스클럽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만, 결제만 하고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실제로 사용 가능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가입을 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라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만약, 가입자를 아무리 많이 받아도 사람들이 항상 절반만 차는 헬스장이 있다면 어떨까? 헬스장 주인은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 바로 그 세상을 열어줬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세상이 재편되면서 구독의 개념도 다변화했다. 다만, 핵심은 공급자 입장에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 소비자는 그에 따른 가성비를 가져가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불에 대한 부담을 적게 가지면서 낮은 비용으로 고급의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한다.초기엔 헬스클럽의 운영방식 자체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3개월 혹은 6개월을 묶어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효용이 컸다. 하지만 헬스클럽의 수가 증가하고 요가센터나 필라테스센터들이 들어서는 등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높은 초기비용 대비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내지 못하고 결국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힘들어졌다.

강우성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계속 구매가 예상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만 지불하고 계속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고,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들을 여러 기간에 나누어서 지불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인 구매계약을 사전에 약정함으로써 공급자를 바꿀 수 없으며, 구매 시 예상한 사용량보다 실제 사용량이 적을 경우에는 오히려 일시 구매보다 비쌀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구독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앞서 말한 출판이나 헬스클럽모델과 같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구독 서비스와 렌트카 혹은 정수기처럼 ‘소유’를 탈피하는 개념에 더 가까운 렌탈 비즈니스, 그리고 현재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인 일정한 요금 지불 후 마음껏 이용하는 넷플릭스형 구독 서비스다.

▲ 구독경제 시장 성장 규모. 출처=크레디트스위스 리포트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는 소비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의 재화 창출이 목표며, 특히 렌탈 비즈니스는 자기가 보유한 자산과 대비해 더 큰 가치의 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방식이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하는 ‘지금’의 구독경제는 소비자를 가둬둔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구독경제, 렌탈 비즈니스와 교집합이 있지만 빅데이터를 통해 플랫폼 환경을 개개인에 최적화했다는 점이 다르다.

오는 2020년까지 구독경제가 창출할 시장 규모는 5300억달러(약 594조원)로 추정된다. 다수 서비스들이 ‘구독’이라는 개념 속으로 편입되는 지금, 왜 구독경제인가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