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승현 기자] “6차산업이 진행되려면 귀농·귀촌자들은 없어선 안 될 존재다”라고 김귀영 귀농귀촌종합센터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1차, 2차산업과 3차산업의 융합과 발전을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다. 김 센터장은 6차산업으로 가는 변화의 주역이 바로 귀농·귀촌자들이라고 말한다.

▲ 귀농귀촌센터 김귀영센터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지난 4월 16일 서울 aT센터에서 귀농·귀촌 발전정책은 일자리 창출 정책이라고 말하는 김귀영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대한민국이 아무런 준비 없이 백세시대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라고 지적하면서 “퇴직 후의 삶이 점점 길어지는 만큼 많은 이들의 노후에 대한 고민도 늘어나지만, 정책적인 보완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에 당면해 있지만, 백세시대를 위한 금융상품 출시, 지원금 확대 정책 등이 과연 실효가 있는 정책인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반면 귀농의 삶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힘이 닿을 때까지, 하고 싶을 때까지 키우고 얻을 수 있다.

귀촌귀농지원센터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귀촌·귀농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편리하게 정착을 돕고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기 위해 운영하는 곳이다. 귀농설계와 컨설팅 등 귀농귀촌을 위한 종합상담과 아카데미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다.

13년째 홍성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귀농귀촌 지원 전문가 여성 귀농인

김귀영 센터장은 지난 13년 동안 매일 충청남도 홍성군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있다. 아침 첫차를 타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다시 사무실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의 귀촌에 대한 의지에 놀랐지만, 사실은 귀촌귀농지원센터의 센터장이 여자라는 사실에 먼저 놀랐다.

그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토박이다. 대학시절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하면서 지역 언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자연스럽게 시골 지역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면서 “그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삶을 함께 꾸려나간다는 것이 매력적이었고,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홍성군의 YMCA 간사 자리가 생기자마자 갓 취직한 직장을 그만두고 홍성군으로 떠났다. 정말 단순하게 시골의 삶과 그들의 함께 만드는 사회가 좋아서다.

그런 그녀가 귀촌의 삶은 포기하지 않은 채 서울로 출퇴근한다. 이유는 현장에서 느낀 정책적 부족함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 위함이다. 김 센터장은 직접 농촌의 삶을 살아가면서 친환경농산물직거래생협활동, 여성농업인센터 대표와 지역 공동체 활동 등을 했다. 그는 “누군가가 키운 작물은, 다른 누군가가 상품화하고 팔아줘야 했다”면서 “그러나 정책적인 부분이 현실성이 부족하고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 우연한 기회에 귀촌귀농지원센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 귀농귀촌센터 김귀영센터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기자

6차산업의 필수, 문제의 답은 ‘농촌’에

지난 2018년 2월 개봉한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흥행과 함께 귀촌귀농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지역사회 살리기, 청년실업난의 대안 등으로 귀농귀촌을 위한 정책과 박람회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귀농귀촌에 대한 욕구가 확대된 이유에 대해 김 센터장은 “지금 한국은 가치관 전환의 기로에 있는 것 같다”면서 “다양한 삶의 가치와 새로운 행복 찾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3월 12일 발표한 ‘2018년 귀농·귀촌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귀농·귀촌인구는 2017년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서 51만6817명을 기록했다. 귀농·귀촌의 이유로는 자발적인 이유로 선택한 경우가 다수다. 귀농 이유로는 자연환경이 좋아서(26,1%),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을 보고(17.9%), 도시생활의 회의(14.4%) 등으로 나타났다. 김 센터장의 말대로 삶의 가치와 본인의 행복을 찾아 떠나온 것으로 확인된다. 귀농·귀촌종합센터의 교육 수료인원과 교육 만족도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센터의 교육 수료인원은 2016년 7110명, 2017년 8192명 2018년 9172명으로 매년 약 1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귀농·귀촌인들은 새로운 것을 빠르게 습득하는 만큼 정책수용력이 높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 1, 2, 3차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산업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라고 말했다.

도시에서 유통사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농수산품 판매 플랫폼을 만들어 판매업을 하고, 오미자김, 밤조청 등 농수산품을 활용해 아이템을 개발해 판매하는 이들의 사례는 이제 자주 볼 수 있다. 또 새로운 경영기법과 영농법을 접목해 직접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 장애인 교사들이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진행하는 ‘꿈틀’ 사업, 도서관, 식당, 농촌 체험활동 사업 등 모든 것이 시작하면 사업이 된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귀농·귀촌을 일자리 창출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는 “한 마을에는 작물을 키우는 사람, 상품화하는 사람, 판매하는 사람, 또 이들을 위해 아이를 봐줄 사람, 밥을 지어줄 사람 등 한 공동체를 위해 많은 이들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일자리가 계속 창출된다”면서 “이런 지역공동체를 발전시켜 나라의 일자리 부족 문제, 고령화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이야기를 행정의 언어로 푸는 사람

김귀영 센터장은 자신을 현장의 이야기를 행정의 언어로 푸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현장에서의 부족한 점을 법과 예산 등 행정의 테두리에 맞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정부의 정책이 농촌의 발전을 이끌어주기보단 밀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지금은 귀농·귀촌 상황에서는 여성의 귀농·귀촌과 기존 농촌인들의 인식변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는 귀촌 창업지원과 현장실습사업, 공모와 강의 등 사업을 해왔다. 지금까지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의 농촌 안착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기존 농촌인들에 대한 인식변화에도 나설 참이다.

올해부터 정부 차원에서 귀농·귀촌인과 기존 농촌인들의 융화를 위한 교육에 나선다. 김 센터장은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토지’를 꼽았다. 기존 농촌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농지여도 쉽게 임대를 해주지 않고, 투자를 목적으로 땅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아 농지가격이 오른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농업과 농촌, 6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귀농·귀촌인들이 꼭 필요한 상황이지만 기존 농촌인들은 외지인들에 대한 편견과 기존 인식 때문에 귀농·귀촌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존 농촌인들에게 귀농·귀촌인들의 중요성을 알리고 함께 상생할 수 있음을 교육한다. 또 귀농·귀촌인들이 기존 농촌인들의 인식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도 진행한다. 이어 그는 “농지임대에 대한 더 적극적이고 새로운 시각의 정부 정책지원도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여성 귀농·귀촌인들이 증가추세에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이 농촌에 정착하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2017년 귀농귀촌가구 통계에 따르면 귀농가구의 32.2%, 귀촌가구의 38%가 여성이다. 또 귀농귀촌종합센터의 여성 교육생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여성귀농아카데미 등 여성 소규모가공창업지원, 여성농업인지원사업, 여성복지정책 등 여성 귀촌·귀농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을 위한 의료기관의 부족, 보육과 교육환경에 대한 불안, 1인 귀농 여성가구의 사회 안전망 부족 등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그는 “여성 귀농·귀촌인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귀농·귀촌 지원 정책도 성인지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여성이 보다 쉽게 농업노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개발에 대한 정책들이 더 적극적으로 시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