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몇 년 전만 해도 수입차가 지나가면 그걸 좇아 고개가 한없이 돌아갔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비슷했다. 희소성이 높은 데다 특유의 배기음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다. 서울 강남에서는 ‘3대 중 1대가 수입차’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그만큼 수입차가 흔해졌다. 그중에서 독일 차들은 도로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은 독일 메이커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판매량은 수입차 전체 시장의 80%에 육박한다.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수입차가 많이 늘어나면서 반사효과도 나타난다.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하이엔드급 수입차들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희소성을 고수하는 소비자에겐 독일차는 더는 대안이 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관심 속에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삼지창’ 마세라티다.

지난 17일 이상신 마세라티 강남지점 지점장을 만나 마세라티가 국내 시장에 자리매김한 비결을 직접 들어보았다.

 

부드럽게 튄다

이상신 마세라티 강남지점 지점장은 “마세라티를 찾는 대부분 소비층은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메이커 경험이 있다”면서 “마세라티는 독일 3사와는 다른,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럭셔리 하이퍼포먼스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세라티가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은 독보적이다.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슈퍼카 또는 하이엔드급 회사보다는 아래지만 벤츠와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급 회사보다는 위인 ‘럭셔리’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독일 4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포르쉐가 대중화되면서 마세라티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졌다.

기블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국내 시장을 공략한 마세라티는 5년 전과 비교해 판매량이 크게 올랐다. 다만 연간 판매량은 1500~2000대 이하로 희소성이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마세라티의 총 판매량은 1660대다. 차종별로는 르반떼가 687대, 기블리 592대, 콰트로포르테 348대, 그란투리스모 25대, 그란카브리오 8대다.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상신 지점장은 “소비자들이 마세라티를 선택하는 주효한 요소는 고배기량에서 나오는 색다른 퍼포먼스와 주행감, 배기음 등이다”라면서 “특히 실내가 경쟁사 모델과 비교해 상당히 고급스럽다.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인상 깊어 하는 요소다. 외부적으로 표출되는 희소성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실내 만족감을 주는 것이 마세라티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마세라티의 엔진 소리는 마세라티에서 ‘마세라티 뮤직(Maserati Music)’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경 쓰는 부분이다. 실제로 마세라티는 음악 전공자들과 전문가들이 엔진 배기음을 연구하고 있다. 8기통 자연흡기에서 나오는 배기음 때문에 마세라티를 찾는 소비자도 있다.

그럼에도 마세라티를 직접 타보면 외부에서 들었을 때와 비교해 상당히 조용하다. 외부 소음차단에 공을 들여놓고 바워스앤윌킨스나 하만카돈 등 하이엔드 스피커를 적용해 자신만의 콘서트장도 연출케 했다. 특유의 엔진노트(Engine Note)가 듣고 싶다면 창문을 살짝 열면 그만이다.

인테리어 역시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다. 정교한 자수와 가죽 커버로 감싼 안전벨트 등 디테일한 면은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협업으로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는 등 희소성을 위한 마케팅도 선보이고 있다.

외관과 내관을 아우르는 마세라티의 장점은 주행에서도 드러난다. 일반 도심 주행에서는 비즈니스 세단처럼 주변 차들과 어울려 숨어 있다가, 한적한 도로가 나오면 야수처럼 변신해 질주한다. 특히 고속 주행에서 야수의 면모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마세라티는 DSC와 같은 운전 안전장비 개입이 상당히 늦다. 절정에 다다랐을때 차를 지탱해주는 특징이 있다. 잠깐이라도 스티어링을 놓친다면 날아갈 것 같지만, 이때쯤 되서야 시스템이 개입해 차체 자세를 잡아준다.

 

두 번 찾아오는 만족감

마세라티의 경쟁사는 포르쉐라고 할 수 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브랜드 지향점에 있다고 이상신 지점장은 설명한다. 이상신 지점장은 마세라티에서 근무하기 이전 BMW(10년)와 포르쉐(7년) 등 수입 브랜드에서 다년간 마케팅 업무를 했다.

그는 “마세라티와 포르쉐의 소비층은 비슷하다. 다만 브랜드 지향점에 따라 소비자가 갈린다”면서 “포르쉐는 성능에 집중하는 브랜드다. 마세라티는 온로드와 서킷 등을 아우르면서 사람도 집중한다. 이런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마세라티를 구매하면 느낄 수 있는 특징이 브랜드 만족감이다. 마세라티의 행사 8할이 구매자를 위한 이벤트다. 그만큼 브랜드 만족감을 주기 위해 마세라티가 기울이는 노력이 많다.

이상신 지점장은 “마세라티는 명품이다. 명품을 판다면 그만큼 서비스가 수반돼야 한다”면서 “마세라티 강남지점의 경우 하얀색 장갑을 끼고 차량을 소개한다. 소비자가 매장을 떠날 때는 직접 쓴 손 편지나 꽃을 넣어놓는다”라고 말했다.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 지점장은 또 “잠재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마케팅 등을 끊임없이 구상하고 있다”면서 “마세라티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고객의 경우 소규모 시승행사인 스몰랠리에 초청한다. 행사는 직원들이 소비자와 동승해 차량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다만 차량 조작법에 관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마세라티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열티 역시 마세라티의 특징이다. 마세리티 구매자가 지역 소규모 모임을 연다면 회사는 매장을 빌려주기도 한다. 사랑방을 마세라티가 직접 내어주는 것이다. 장소 제공은 마세라티 구매자가 있다면 무료다. 마세라티가 구매자를 위해 영화관을 통째로 빌린 사례는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이탈리아와 관련된 뮤지컬이나 오페라가 열리면 마세라티 구매자는 회사 행사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이 모든 행사에서 마세라티 차량 홍보는 일절 하지 않는다.

이상신 지점장도 이러한 매력에 마세라티를 선택했다. 이 지점장은 “마세라티는 나에게 도전이다”라면서 “비즈니스 측면에서 희소성을 팔고 소비자를 충족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세라티가 판매하는 것은 그저 제품(Product)이 아니라 하나의 마스터피스(Masterpiece, 걸작)이다. 단순히 차량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세라티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수입차가 흔해진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의 도전을 만족시키고 감성을 충족해 주는 것이 마세라티의 힘”이라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