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중국 당국이 외자판호 발급에 수년째 인색한 가운데, 자국 모바일 게임의 지난해 해외 수출액이 61억달러(한화 약 6조9300억원)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해외 수출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데 자국에는 해외 게임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게임사들은 지난해 내자판호 발급도 사실상 정지되며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중국에 본사를 둔 퍼블리셔의 해외 발생 수익이 2017년 대비 49% 증가했다.

▲ 해외 매출액이 2017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출처=앱애니

판호란 중국 당국이 부여하는 영업허가권이다. 해외 게임에 발급하는 외자판호와 자국 게임 대상의 내자 판호로 구분한다. 판호를 발급받지 못한 게임은 수익을 내는 서비스를 할 수 없다.

모바일 분석 업체 앱애니가 공개한 2018년 전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본사를 둔 퍼블리셔가 해외에서 발생시킨 매출은 61억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대비 49%, 2016년 대비 109% 늘어난 액수다. 물론 직접 퍼블리싱이 아닌 개발 게임 수출액까지 합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소비자 지출이 29억달러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미주 지역 18억달러,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이 14억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미주 지역은 2년 사이 매출을 140%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중국 게임 퍼블리셔들은 자국 시장을 벗어나 수익성이 좋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2019년 초에 새로운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은 재게 됐지만 중국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이고 여러 인수합병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통계는 중국 게임사가 해외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거나, 해외 지역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지 않고 자국에서 직접 서비스 한 경우를 집계한 것이다. 이 경우엔 해외 지역은 중국 게임 수입에 따른 고용창출이나 현지 퍼블리셔 실적 성장 등을 기대할 수 없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성상 게임사가 여력이 된다면 직접 서비스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지역의 경우 해외 게임사들이 마음대로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내 게임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판호 신청을 하면 심사를 통해 영업허가권을 받는 식이다. 

판호 발급의 경우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 명시된 기준이 있긴 하지만 그 기준들이 사실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격인 추상적 기준이라는 게 중국 게임 전문가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표 게임사들인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펍지 등이 각사 대표 게임들의 판호 신청을 마친 상태지만 판호 발급 속도는 더디다. 특히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 판호 발급을 신청한 지 2년 반이 다 되간다.  

▲ 펍지 익사이팅 배틀필드 이미지. 텐센트와 공동개발했다. 출처=갈무리

가장 속이 타는 곳은 펍지일 것으로 보인다. 펍지는 텐센트와 공동개발로 자사의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을 개발했는데, 이 게임이 중국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판호 발급을 받지 못해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는 하되 게임 내에서 유료 아이템 판매는 할 수 없어서다.

앱애니에 따르면 2018년 양대 마켓합산 월 실사용자 기준으로 텐센트의 왕자영요(Honour of Kings), 펍지:익사이팅 배틀필드, 펍지 모바일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펍지 익사이팅 배틀필드의 경우 같은 기간 중국 내 다운로드 기준으로 왕자영요(2위)를 누르고 상위 1위를 차지했다. 

순위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캔디크러시사가, 슈퍼셀의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니안틱의 포켓몬 고 등도 올랐다. 

▲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펍지의 게임이 순위에 올랐다. 출처=앱애니

반면, 수익 지표인 2018년 전세계 양대마켓 소비자 지출 기준으로 펍지의 게임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같은 기간 월 사용자 수 순위에 오른 왕자영요, 캔디크러시사가, 포켓몬고,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등은 소비자 지출 순위에도 올랐다. 중국 지역 판호 미발급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 매출 기준으로 펍지의 게임은 순위에 들지 못했다. 중국 내에서 매출을 내는 서비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앱애니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의 판호를 내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국가간 정치 이슈 때문 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은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게임사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중국 정부의 견제 대상이기 때문에, 차라리 중소개발사들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는 게 판호 획득을 위한 옳은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아니라 국내 다수 유력 게임사들이 계약을 맺는 텐센트, 넷이즈 등의 대형 퍼블리셔들을 견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넷이즈는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유사 게임으로 지적받는 ‘황야행동’을 발빠르게 출시해 해외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황야행동은 지난해 전세계 모바일 시장에서 4억6500만달러(한화 약 5200억원)를 벌어들였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야행동은 중국에서도 8100만달러(한화 약 920억원)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 게임은 중국의 판호를 받아 영업활동을 했다.

펍지는 지난 2018년 4월 황야행동을 배틀그라운드의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지난 3월 넷이즈와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펍지가 넷이즈로부터 합의금을 받았는지 등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