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LG화학, 한화케미칼 등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공모해 미세먼지 물질 배출농도를 속였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환경부는 이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다음달까지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17일 환경부와 환경부 소속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5일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 등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과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배출량을 조작한 기업도 적발됐다. 환경부는 측정대행업체 4곳과 공모 흔적이 있는 여수산업단지 내 기업 6곳 등 총 10곳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기소된 업체는 LG화학, 한화케미칼, 에쓰엔엔씨, 대한시멘트,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이다.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 등 4곳이다.

적발된 4곳 측정대행업체는 여수산단 내 있는 235개 배출사업장으로부터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측정을 의뢰받았고, 지난 2015년부터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했다.

이 중 기업과 공모해 측정값을 축소하여 조작한 경우는 4235건에 이른다. 환경부 분석 결과 해당 측정값은 실제 대기오염 물질 배출 농도의 33.6%로 낮게 조작되었다. 나머지 8843건은 실제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허위 측정으로 확인됐다.

염화비닐 등 유해성이 큰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한 사례도 1667건에 이른다. 이 중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음에도 이상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총 149건을 조작했다. 지난 2016년 시료의 염화비닐 실측값 207.97ppm을 3.97ppm으로 조작했다. 2017년에는 시료의 먼지 실측값이 40.1ppm으로 나왔음에도 10.1ppm으로 조작해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았다.

한화케미칼도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 지난 2015년부터 총 37건의 측정기록부를 거짓 작성했고 이 중 16건의 측정값을 조작했다. 미세먼지 주요 원인인 질소산화물(NOx)의 결과 평균값을 224ppmm에서 113.19ppm으로 낮췄다. 배출허용기준은 150ppm이다.

배출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특정대기유해물질을 연간 10톤 이상 배출하는 경우 최대 2.7배 강화된 배출기준이 적용된다. 배출허용기준치의 30%를 초과하는 경우 배출량이 비례해 기본 부과금을 부과해야 한다. 수치는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작의 경우 측정을 의뢰한 대기업 담당자로부터 오염도 측정값을 조작해달라는 내용의 SNS 문자 등을 파악해 조작 공모 관계를 확인했다”라며 “허위 측정의 경우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하거나 혹은 하루동안 측정할 수 없는 횟수를 측정한 사실이 적발됐다”라고 밝혔다.

▲ 배출업체와 측정업체는 카카오톡과 메일 등을 주고받으며 조작 공모했다. 사진=환경부

환경부는 이번 적발사례를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오는 5월까지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드론, 이동측정차량 등을 활용해 사업장 밖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할 예정이다. 또한 사업장 출입 없이도 원격에서 자외선(UV) 등을 통해 배출량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첨단 측정감시 장비도 도입할 예정이다.

중·대형 사업장에는 배출농도 상시 감시 가능한 굴뚝자동측정기기(TMS) 부착을 확대하고, 소규모 사업장에는 사물인터넷(loT) 기술을 적용해 감시에 나선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실시중인 감사원 감사결과와 전국 일제점검 결과를 토대로 배출사업장과 측정대행업체의 유착관계를 차단할 것”이라며 “측정대행업체 등록·관리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촘촘한 실시간 첨단 감시망을 구축해 미세먼지 불법배출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