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17일 전 세계 시장과 금리 결정자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했지만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 나라의 통계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출처= Finantial Times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이 17일(현지시간) 전 세계 시장과 금리 결정자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해 1분기 GDP가 21조3433억위안(3613조 20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분기(2018년 4분기)의 성장률 6.4%와 동일하고 시장 예상치인 6.3%를 상회한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1분기 국민경제 운용이 총체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했고, 안정 속에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긍정적인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도 나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경기 둔화세가 주춤해지면서 시장의 우려와 불안은 다소 덜게 되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지표를 지속가능한 호전으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이 바로미터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의 여파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최근 경기 둔화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중국에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은 달걀, 벌꿀에서부터 명품 가방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제품들이 위조될 수 있는 나라의 통계가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기업전략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지원하는 고객관계관리시스템(CRM), 공급망관리(SCM), 전사적자원관리(ERP), 밸런스드 스코어 카드(BSC), 활동기준원가 관리시스템(ABC)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 회사인 크럼프턴 그룹(Crumpton Group)의 주드 블랑슈테 중국 실무팀장은 “중국 당국은 정보를 통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서 통계는 고도의 정치성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문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 없이 어떻게 한 나라를 통치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2019년 경제성장 목표를 6.0~6.5%로 잡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목표 설정 방식은 마오쩌둥 시대에서부터 내려오는 중앙정부 경제계획의 유물이다.

2018년에는 6.5%라는 목표를 세웠고, 결과적으로(중국 당국의 통계 발표에 따르면) 6.6%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 목표 달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이었지만, 1990년 이후 중국이 기록한 가장 느린 성장 속도였다.

그것이 비록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수치들이지만 많은 애널리스트는 그 수치가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데이터는 지자체들이 집계하는데, 그들은 성장과 투자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숫자를 부풀리려는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중국농업은행 수석연구원을 지낸 샹송줘(向松祚) 베이징 인민대학교 교수는 지난 3월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계가 서로 모순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공식 수치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도 정부 통계를 믿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인민은행은 경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정부 통계가 아닌) 자체적으로 만든 성장 통계 자료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전문가들도 인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수치를 조사해 자신들의 계산에 활용한다. 이들은 지난 3월 발간된 연구 보고서에서 2008~2016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국 공식 통계가 제시한 것보다 1.7% 포인트 낮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난해 중국의 진짜 성장은 5%를 밑돌았을지 모른다. 실제로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3~4%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GDP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그런 낮은 수치를 인정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WP)가 중국 경제를 가늠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적인 방법들을 제시했다.

▲ 많은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성장률이 3~4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다.   출처= Business Standard

리커창 지수

이 지수는 중국의 실제 경제 성장을 가늠하는 가장 대표적인 대안이다. 리커창은 중국의 총리가 되기 전에 북부 랴오닝성(遼寧省)의 공산당 서기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중국의 GDP 데이터가 ‘사람이 조작한’ 것이라며, 당시 클라크 T. 랜드트 주니어 주중 미국대사에게 “중국의 경제 상황을 파악하려면 다른 지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화의 내용은 정부나 기업의 비리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위키리크스(WikiLeaks)가 공개한 외교 전문에 담겨 있다.

이 외교 전문에 따르면 리 총리는 자신은 전기 소비량, 철도 화물 액수(화물의 무게에 따라 청구되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하다), 차입금 규모(부과된 이자를 고려하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등 세 가지를 참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세 수치를 보면 경제성장 속도를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며, 그 외 다른 모든 수치들, 특히 GDP 통계는 ‘그저 참고용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세 수치를 근거로 한 ‘리커창 지수’를 만들었다.

굴착기 지수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장비 판매가 인프라 투자의 지표라고 추정하면서 ‘굴착기 지수’를 개발했다.

고속도로, 교량, 건설 및 기타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는 주로 굴착기로 토목작업을 한다. 따라서 굴착기의 시장 판매량이 고정자산 투자를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고 관영 인민일보가 2017년 보도한 바 있다.

저우칭지에(周清傑) 베이징 공상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굴착기 지수와 인프라 건설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지수는 약간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 신문은 2017년 5월 굴착기 판매량이 전년보다 105.65% 증가한 1만1283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2017년 전체 경제는 전년 대비 6.9% 성장에 그쳤기 때문이다.

속옷 지수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사이트 중 하나인 징동닷컴의 JD 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 12월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 지역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경제 기관도 아닌 일개 연구소에서 그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남자 속옷 판매가 3년 연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이 지역의 남성 속옷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 늘었고, 이후 2018년에도 32%라는 강한 성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속옷지수는 “남성 속옷의 판매 증가는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내놓은 유명한 바로미터를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이 지수에는 어느 정도 진실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 지방의 경제는 2018년에 현저하게 회복되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량치둥(梁啓東) 부원장은 관영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지역의 경제 회복은 이 기간 중 석탄과 철강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철도와 도로 화물량, 산업의 전력 소비량, 기업 매출, 고용에서도 회복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중국 공식 통계 수치 외에 굴착기 지수, 속옷 지수, 즉석라면 지수, 절임야채 지수 등 생활에 밀착된 지표들로 중국 경제의 실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출처= straitstimes.com

즉석 라면 지수

일부 경제학자들은 라면 판매가 한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호황 때는 사람들은 더 좋은 음식에 돈을 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식당 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그들은 냄비 국수 같은 값싼 음식을 사 먹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출판사 식스스톤(Sixth Tone)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중국의 두 대형 라면 회사인 마스터 콩(Master Kong)과 유니 프레지던트 엔터프라이즈(Uni-President Enterprises Corp.)의 연간 매출이 각각 8.5%,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로 중국의 식량 공급은 상대적으로 낮은 18.4% 증가하면서, 최근의 식량 공급 증가 추세에 비추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절임 야채 지수

중국 내 주민 이주를 추적하기 위해 한 정부 관리가 충칭시(重慶市) 푸링구(涪陵区)에서 무 같은 야채와 자차이(榨菜, 갓장아치)의 판매량을 모니터링했다.

중국 국가개발개혁위원회(NDRC)의 한 기획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절임 야채는 이주 노동자들의 주식(主食)이기 때문에 이 품목의 소비 수치는 중국 내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들은 중국 내륙에 있는 고향을 떠나 중국 남부와 동부의 경제 중심지로 이동하는데, 절임 야채 판매량 감소는 이와 같은 근로자들의 이동이 적다는 것을 나타내 경기 둔화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남부 지역의 절임 채소 판매 비중은 2007년 49%에서 2011년 30%로 떨어졌는데, 이는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귀향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이들 고향인 내륙 지방의 절임 야채 판매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호황을 보인 충칭시 푸링구의 자차이 판매량은 내륙 지방에서의 반입량이 50% 이상 증가하면서 크게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