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선,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하 헌재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 보내 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을 했다. 만약 목요일까지 보고서가 청와대에 송부되지 않으면 금요일에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두 후보자들을 헌재재판관에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인사청문회법 상 국회는 헌법에 따라 그 임명에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헌재재판관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며 부득이한 사유로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다시 정하여 인사청문보고서를 제출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제6조 제2항, 제3항). 물론 그 기간 내에 헌재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아니한 경우에 대통령은 헌재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제6조 제4항).
주지하다시피 이번 헌재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이 후보자 부부가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하였는지의 여부다. 현행 자본시장과 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는 일정한 자에 대하여 상장법인 등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는데, 원래 내부자는 아니지만 당해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자로서 그 계약을 체결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 역시 준내부자로서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이다(제174조 제1항 제3호·제4호). 전형적으로는 감사계약에 의한 외부감사인, 거래은행, 변호사 또는 회계사, 컨설팅회사 등이 이에 해당하게 된다. 실제로 재작년 8월 헌재재판관 후보로 지명되었다가 부당 주식거래 의혹에 휘말려 자진사퇴하고 지난달 기소된 이유정 변호사의 경우 ‘내추럴엔도텍을 대리해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이 회사가 가짜 백수오를 팔았다는 혐의를 공표하지 말라’는 소송을 진행하던 소속 법무법인에서 얻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내추럴엔도텍 주식을 조기에 매각해 8,100만원의 손실을 피했다는 이유로 헌재재판관 후보에서 낙마한 적이 있다.
이 후보자 부부의 경우도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는 지난해 3월 OCI 계열사 삼광글라스가 회계감사에서 한정의견을 받아 주식거래가 정지되기 1주일 전에 보유주식을 일부 매각해 손실을 피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오 변호사는 자신이 맡았던 OCI 사건은 특허소송이었기 때문에 계열사인 삼광글라스 내부 경영 정보까지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비단 내부자 또는 준내부자로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직접 접촉한 자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미공개중요정보를 수령한 자가 주식을 매매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어(제174조 제1항 제6호) 오 변호사의 주장과 달리 오 변호사가 주식매매를 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단언하기는 어렵다. 특히 변호사의 업무는 그 성격상 장기간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과정에서 업무적, 업무 외적인 정보도 자연스레 입수하게 되므로 비록 오 변호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레 내부자 또는 준내부자로부터 OCI의 계열사인 삼광글라스 내부 경영 정보를 수령하게 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 변호사뿐만 아니라 이 후보자도 같은 논란이 있다. 이 후보자는 판사로 재직하면서 코스닥 상장사인 이테크건설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테크건설의 하도급 업체가 고용한 기중기 기사의 과실에 대해 보험회사가 업체 측 배상을 주장하며 제기한 민사재판을 맡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해당 재판은 단순한 배상소송으로 회사 내부의 정보를 알 수도 없었고 당연히 회사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ㆍ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 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되지만(제3조 제3항), 그 이전에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하여 공익을 우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제3조 제2항)을 요구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주장대로 이 후보자는 자신이 맡았던 소송을 통해 이테크건설의 내부정보를 직접적으로 수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이 후보자는 과연 자신이 이테크건설의 주주라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재판에 임할 수 있었을지, 만약 그러했다 하더라도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당사자나 국민들이 해당 재판이 공정했다고 신뢰할 수 있을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만약 이 후보자가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대로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하여 ‘공익을 우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자 했다면, 당연히 이 후보자는 민사소송법상의 ‘회피’ 신청을 했어야 했다. 민사소송법은 법관이 스스로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독권이 있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그 재판을 맡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제49조).
현재 이 후보자 부부는 문제가 되고 있는 주식을 모두 매도하는 것으로 이번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입장도 발표한 상태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이 후보자가 헌재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이 후보자는 물론 그의 배우자인 오 변호사 역시 공직자윤리법 상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매각, 신탁 등에 대해 등록을 하게 되어 있고(제14조의 4), 주식 취득도 제한되는데(제14조의 6), 그렇다면 이 후보자 부부가 지금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이 후보자가 헌재재판관으로 임명되어 이 같은 제약이 따르기 전에 자신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표현처럼 공직자는 법을 지키기 이전에 엄격한 윤리의식을 갖출 것이 요구된다. 이 후보자 부부가 실제로 위법한 행동을 하였는지는 법적 판단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바지만, 공직자로서의 윤리를 의심받을만한 행동을 한 후 이를 이해해 달라고 해도 될 만큼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