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모바일 게임의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앱 분석업체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은 1만8389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이들 게임 중 앱마켓 매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한 게임은 148개로 나타났다.

매달 1000종이 넘는 모바일 게임이 등장하고, 그중 평균 12개 정도의 게임이 수면 위로 올라온다. 매출 100위 진입을 ‘성공’이라고 치면 성공 확률, 즉 생존율은 0.8% 남짓이다. 수없이 많은 게임이 출시되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출시된 한 모바일 게임의 광고를 접하며 이 같은 통계가 떠올랐다. 광고는 이른바 ‘선정적’ 게임 광고였다. 이 게임은 유명 치어리더를 광고 모델로 앞세웠다. 영상이 지속되는 1분 24초 동안 카메라는 여성 모델의 드러난 가슴, 팔, 허벅지 등을 훑는다.

영상에선 모델의 가슴을 비추며 ‘만지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어 모델의 입술, 드러난 팔과 허벅지를 보여주며 ‘터치하지 마세요’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노출은 계속되고 ‘그냥 즐겨주세요’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모델이 카메라를 향해 “더 보고 싶어?”라는 멘트를 남기며 영상이 끝난다. 이 영상이 게임 광고라는 걸 암시하는 건 모델이 한 손에 검을 들고 있다는 것 외에는 없다. 게임 내용과 무관하게 성을 이용한 노이즈 마케팅인 셈이다.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비난이 이어졌다.

편협한 시각이지만, 중국산 게임인지부터 확인해봤다. 그런데 인원 20명 정도 되는 국내의 중소 개발·서비스사의 게임이었다. 게임사는 이런 광고를 내보내면 돌아오는 비난을 예상했을 것이다. 또한 이 게임은 개발과 서비스를 해당 회사가 모두 하기 때문에 퍼블리셔의 압박에 못 이겨 노이즈 마케팅을 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도대체 왜? ‘이렇게라도 이목을 끌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매월 쏟아지는 1000여개의 게임 중 유저들의 ‘눈길’이라도 가는 게임은 대형·중견 게임사들의 몇 안 되는 신작과 구글의 ‘피처드’를 받은 소수 게임뿐이다. 이들 게임도 매출을 보장하기 힘들다. 이쯤 되면 이름 모를 게임사의 신작이 게임성이 있고 없고가 중요할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어차피 경쟁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고, 눈에라도 띄면 다행인 수준이다.

물론 해당 광고를 한 업체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선정적 광고는 게임 산업에 부정적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12세 이상 이용가 게임에 이런 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비난받아 마땅하다. 게임 광고가 ‘도’를 넘었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다만 눈살 찌푸려지는 광고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게임 업계의 물을 흐리는 악인이 있다기보다는 되돌리기 힘든 양극화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불황과 양극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 업계는 5년 안에 10개 기업 정도만 남고 다 사라질 것 같아요.” 몇 달 전 취재 중 만난 게임 산업 전문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다양성이 사라진 생태계는 오래 갈 수 없다. 지금 국내 게임업계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