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삼성에서 롯데로 간판을 바꿔단 지 3년. 롯데정밀화학이 실질 무차입 경영을 지속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의 내실경영이 빛을 발한 중에 중국 환경규제 등 외부로부터 호재도 작용한 덕분이다. 재무상태가 좋다보니 중장기적 투자 확대와 높아진 배당 기조의 지속 전망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정밀화학은 지난 2017년부터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더 많은 실질 무차입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장기부채까지 모두 털어내 총차입금이 81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 영향으로 순차입금 규모는 마이너스(-) 2364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이 전체 차입금보다 2364억원이나 많은 셈이다.

▲ 롯데정밀화학 순차입금.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롯데에 편입된 이후 영업이익이 지속 상승해 현금창출력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롯데정밀화학의 조정영업이익(EBIT)은 지난 2016년 2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78배 증가한 2017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이 영향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1113억원에서 2917억원으로 뛰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달성... 매출 전반 확대

지난해 롯데정밀화학 실적은 창사 이래 최대다. 롯데정밀화학 측은 “회사는 올 한 해 무역전쟁, 금리인상, 환율하락 등 여러 악재 속에서도 수익 증진을 위해 회사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노력한 결과 창사 이래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라고 언급했다.

가성소다, 암모니아 등을 판매하는 일반화학 부문과 메셀로스(시멘트 물성 향상제), 헤셀로스(페인트 물성 향상제), 에피클로로히드린(ECH) 등을 판매하는 정밀화학 부문의 매출이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다.

매출의 약 10% 내외를 차지하는 가성소다 실적도 확대됐다. 매출 1777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43% 상승했다.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4만3594톤으로 직전년도보다 4만1240톤 늘었다. 이 와중에 지난 2017년 중국 정부의 환경규제로 폴리염화비닐(PVC) 생산이 줄면서 가성소다 공급도 줄어 가격 상승한 것이 지난해 하반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성소다 생산 과정의 부산물인 염소가 PVC 주원료로 생산되므로 PVC 생산량과 가성소다 생산량은 관계가 깊다.

2017년 4분기에는 직전분기보다 가격이 33% 올라 톤 당 평균 63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가격은 톤 당 546달러였다. 이 영향으로 영업이익률이 2016년 2.9%였지만 지난해에는 15.4%로 크게 늘어났다.

매출의 약 25% 내외를 차지하는 암모니아 실적도 늘었다. 매출 3763억원으로 직전년도보다 약 25% 늘어났다. 지난해 5월부터 중동, 유럽 등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암모니아 국제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 롯데정밀화학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정밀화학 부문의 경우, 매출의 약 15% 내외를 기록 중인 ECH가 직전년도보다 41% 늘어난 2378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ECH 사업은 흑자 전환했다. 원가 상승 등으로 해외 경쟁업체의 가동률이 저하했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약 25% 내외를 차지하는 헤셀로스, 메셀로스 등도 직전년도보다 약 7% 늘어난 3508억원을 기록했다. 근 5년간 진행된 투자가 완료되면서 메셀로스 생산도 늘어났다. 직전년도 대비 6205톤 늘어난 3만9904톤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 배경은? 부실사업 과감히 정리한 롯데의 용단

이같은 실적 상승 배경에는 롯데의 용단이 있었다. 지분 인수 이후로 수익성 제고를 위해 부실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정밀화학 인수년도인 2016년도에 적자 기록 중이던 전자재료 부문 사업을 대부분 정리했다. 같은해 태양광 사업을 정리하며 관련 지분 등도 손상처리했다. 2017년도 말에는 생분해성 수지 전문 기업 에스엔폴 주식회사를 새한폴리머에 매각했다.

대신 남은 사업의 내실을 기했다. 경상적 범위 내에서 투자를 지속했다. 메셀로스 뿐만 아니라 헤셀로스 공장 증설에도 나섰다. 생산능력 9000톤을 늘렸다. 해당 증설은 지난해 12월 완료됐다. 지난 2017년에는 반도체/LCD현상액(TMAC) 라인 증설에도 나섰다.

매출의 약 13%를 차지하는 가성소다는 중국 환경규제 강화와 유럽 설비 폐쇄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공급 규모 축소로 인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배당 증가 지속, 투자 확대 동시에 이뤄질까?

무차입경영에 실적까지 확대되다보니 배당 확대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롯데정밀화학은 지난해 배당총액을 크게 늘렸다. 433억원으로 직전년도보다 229억원 많다. 시가배당률도 직전년도보다 2.8%포인트 늘어난 4.1%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늘어난 배당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 그룹 차원 배당성향 목표 30%를 감안하면 실적 둔화 가능성 고려해도 현 수준 배당 유지를 추정한다”라고 분석했다.

▲ 롯데정밀화학 배당총액. 출처=DART

시장은 올해 기저효과 등으로 롯데정밀화학의 1분기 실적 저하가 예상되는 중에 2분기부터는 소폭 반등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도로부터 가성소다 수입 라이센스인 BIS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ECH의 경우 지난 3월 중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일부 업체 가동이 중단돼 가격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유진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한 3259억원, 영업이익은 36% 하락한 3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라며 “가성소다 가격 약세 지속과 정기보수로 인한 60억원 내외의 일회성 비용 반영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 애널리스트는 “인도 BIS 라이선스는 일본 업체들을 시작으로 4~6월에 걸쳐 단계적 획득 예상되며 이는 가격 반등 이끌 것”이라며 “중국 폭발사고로 중국 전체의 약 20%, 글로벌 기준 10%에 이르는 ECH 생산이 중단돼 감찰 장기화되면 ECH 반등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가성소다는 2Q에 인도 수입인증절차 해소될 전망”이라며 “다만 국제 가격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내수판매에 집중되는 만큼 가성소다 가격이 500달러를 상회해야 실적에 추가기여 가능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 애널리스트는 “중국 폭발 사고 이후 안전감찰로 인해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돼 제품가격 추가 상승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차입 경영상태를 유지하다보니 투자 확대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메셀로스 등 정밀화학 부문에 대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증설 등 설비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라며 “또한 외형확대와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정세록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향후 셀룰로스계열 제품의 다용도화 등을 위해 투자가 확대되고, 그룹 차원의 신규 사업 추진에 따른 자금 소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금창출능력과 보유 유동성을 고려할 때 자금 소요의 대부분을 내부 충당하면서 우수한 재무안정성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