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정다희 기자]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렌탈 비즈니스, 나아가 넷플릭스가 등장하며 시작된 최근의 구독경제는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들의 등장으로 우리는 어떤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최근의 구독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경제적 불황과 소유의 종말, 다양한 개인화와 IT 플랫폼과 데이터, 그리고 가두리 생태계라는 6개의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다. 이 키워드가 구독경제의 알파에서 오메가, A부터 Z다.

경제적 불황과 소유의 종말, 그리고?

넷플릭스의 등장과 함께 각광을 받는 최근의 구독경제는 큰 틀에서 렌탈 비즈니스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공유경제의 방식론을 일부 차용하고 있다. 다만 여기 온디맨드 플랫폼을 위시한 생태계 전략이 더해지며 일종의 고차 방정식으로 이어진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공유경제의 기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는 최초 합리적인 소비의 방식으로 탄생했다. 한정된 재화를 최대한 낭비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하려면 공공 인프라가 필요했고, 이를 통한 제한적 소비를 통해 ‘가늘고 긴’ 경제생활이 목표다. 중세 유럽시대의 공동 화덕이나 국내의 전통인 향악, 두레 등이 대표적이다.

처음 소비의 방식으로 알려지던 공유경제는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부의 양극화에 따른 경제적 불황이 시작되며 새롭게 탄생한다.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수의 손에서 재정의된 공유경제는 기존 합리적 소비의 방식이 아닌 일종의 이윤 창출의 패러다임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한 공유경제 2.0은 한정된 자원으로 얼마나 합리적으로 알뜰한 소비를 하느냐가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나눠주는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에 두고 얼마나 새로운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방점을 찍었다.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한정된 자원인 자동차를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며 정해진 자원 대비 풍부한 경제적 창출 효과를 노렸고, 그 중심에는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플랫폼이 존재한다. 우버가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경제적 불평등 지수 2위를 달리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구독경제의 패러다임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는 강력한 플랫폼이 존재하며 공급과 수요를 자유롭게 방치하는 모델이다. 즉 한정된 콘텐츠, 즉 자원을 고객이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새로운 가치 창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 등 소프트웨어 구독경제를 지향했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플랫폼 사업자나 판매자는 일종의 박리다매 방식으로 서비스나 재화를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구독경제는 일종의 미끼상품이 될 소지도 있다. 버거킹의 카페구독 서비스를 보자. 5달러에 한 달 동안 매일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데, 구매자가 매장에 들러 이미 비용을 지불한 커피를 마실 때 식욕을 솔솔 자극하는 햄버거가 눈 앞에 보인다면? 분명 커피가 마시고 싶어 매장에 왔는데 눈 앞에 먹음직한 감자칩이 유혹한다면? 구독경제 파생 서비스 가능성이다.

이는 공유경제의 기반인 한정된 자원의 활용과 이에 따른 경제적 창출은 물론, 경제적 불황에 걸맞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현재의 구독경제는 공유경제 2.0의 기반인 경제적 불황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으며 한정된 자원의 극적인 활용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식도 동일하다. 작동방식이 철저히 온디맨드라는 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최근 구독경제 생태계를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무언가를 원하는 순간 충족된다’는 개념을 따르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황에 따른 한정된 자원의 풍부한 경제 효과를 구독경제의 기반으로 설정한다면, 다음으로는 소유의 종말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볼 차례다.

공유경제 1.0과 2.0은 모두 전통적인 소유의 방식을 거부하고 자원을 공유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공유경제 2.0의 경우 경제적 불황에 따른 자원의 부족이 상당한 요인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소유의 개념을 버리게 된다. 소유의 개념이 사라지고 자원의 공유가 일반화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이 큰 역할을 수행한다는 뜻이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으로만 소유의 종말 트렌드를 설명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만약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소유의 시대였다면 자기에게 맞는 자동차를 구매하면 그만이다. 회사 출퇴근용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있고, 가족과 나들이를 위해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사회 초년생이라면 경차를 구매할 확률이 높고 후자의 경우 SUV 등을 택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 초년생이 출퇴근용으로 경차를 구매했을 때, 해당 경차는 온전히 자기의 것이지만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을 때 벌어진다. 상황이 변해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가야 할 때나 직장을 그만뒀다면 난감해질 수 있다. 여기서 소유의 종말, 자원의 공유를 덧대면 흥미로운 일이 벌어진다.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을 통해 상황에 맞는 자동차를 빌려서 사용하고 반납한다면, 혹은 쏘카를 통해 원하는 시간만큼 자기의 상황에 맞는 자동차를 빌린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단어지만 ‘다양한 개인화’가 가능해진다. 고객의 입장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기고, 이를 통한 철저한 개인화 사용자 경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공유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자동차를 빌려서 탄 후 자기에게 잘 맞는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고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첨병인 전기 자전거를 타는 등 플랫폼의 연계 플레이가 강해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예정이다. 최근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대목과도 연결된다. 대량구매가 아닌, 일종의 소량구매 패턴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다. 구매자의 입장에서 100원으로 1개의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해 소유하는 것보다, 소유하지 못해도 100원으로 10개의 서비스를 온전히 체감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번지는 ‘소확행’의 확장판이며, 이 대목에서 구독경제는 위력을 발휘한다. ICT 플랫폼 기술의 발전도 영향을 미쳤다. 쉽게 말해 넷플릭스형 구독경제가 가능하도록 만든 기간 ICT 인프라가 초연결 수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결론적으로 공유경제에 기반을 둔 온디맨드 방식의 구독경제는 경제적 불황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다양한 개인성이라는 가치를 품어낼 수 있다.  

IT 플랫폼과 데이터, 가두리 생태계

넷플릭스로 각광받기 시작한 최근의 구독경제는 모두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즉 온라인에서 플랫폼 작동을 시작하며 ICT 기술에서 탄생한 모바일 생태계 방법론, 이른바 O2O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넷플릭스가 대표사례며, 최근 공개된 애플TV 플러스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의 구독경제가 온라인을 기반으로 작동하면서도, 그 주체는 오프라인 플레이어가 잡는 현상이다. 마켓컬리의 샛별배송과 맥도날드의 커피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IT 플랫폼을 중심으로 구독이라는 개념을 비즈니스에 녹이면서 온라인 주문, 오프라인 작동의 공식을 따른다. 100% 온라인 플랫폼 구독경제 플레이어와 달리 이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원천 경쟁력이며, 해당 경쟁력을 온라인으로 연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 대목에서 100%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비즈니스 중심의 온오프라인 연결 구독경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바로 데이터다.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는 구매자들의 패턴을 최대한 확보해 정교한 데이터 활용을 전제로 한다. 전통적인 구독경제가 단순히 판만 벌였다면, 렌탈형 비즈니스가 별 생각 없이 정해진 시간에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자에게 보내는 것만 집중했다면 넷플릭스형 구독경제는 생태계 내부에서 움직이는 구매자의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시시각각 새로운 사용자 환경으로 창출한다.

비단 넷플릭스에서만 연출되는 장면이 아니다. 애플의 애플TV 플러스와 올해 하반기 공개될 디즈니 플러스는 물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대부분의 OTT 플랫폼은 정밀한 데이터 확보와 분석을 전제로 한다.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ICT 플랫폼 기업들이 지향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데이터 확보와 분석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초보 단계지만 블록체인 업계의 디앱들은 탈 중앙화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왓챠의 콘텐츠 프로토콜이 이 분야에서 대표적이다.

이케아와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넷플릭스형 구독경제의 신입생들도 마찬가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케아는 제품 임대와 재활용 등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서큘러 이코노미(Circular Economy)’ 프레임을 내세워 공익적 요소를 강조하는 영악함을 발휘하면서 구독경제의 틀을 확보하려 한다. 가구의 임대라는 점에서 아직은 렌탈 비즈니스에 더 가깝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의 취향과 선호도를 정밀하게 분석해 추후 물류창고의 위치와 규모까지 정하는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넷플릭스형 구독모델에 더욱 가까워진다. 스타벅스와 맥도날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욱 정교한 마케팅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과 쿠팡의 로켓와우멤버십, 공유 오피스 위워크 모두 마찬가지다. 최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호기롭게 시작한 클라우드 게임도 동일하다. 굳이 원천적인 분류를 하자면 현대 셀렉션과 공유 오피스 위워크는 렌탈 비즈니스에 가깝고 클라우드 게임, 쿠팡은 전통적인 구독경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들이 비즈니스를 전개하며 데이터 확보와 운용에 집중하는 순간 넷플릭스형 구독모델이 된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운용할 수 있는 기능을 구비했다면, 다음은 강력한 락인 생태계 전략이 등장할 차례다. 내부 생태계를 통해 고객의 취향이라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이를 통한 2차 비즈니스에 나서는 것이 순서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도 큰 틀에서 구독경제며, 이러한 멤버십 전략은 락인 생태계의 전형이다. 국내 숙박 플랫폼인 여기어때의 엘리트 회원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취향을 확보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가두리 생태계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