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EUV(극자외선)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5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대만의 TSMC가 EUV 정국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강렬한 존재감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가 EUV 정국에서 기술 초격차에 성공한다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플랜B 가동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7나노 제품을 출하하고 올해 내에 양산을 목표로 6나노 제품 설계를 완료했다. 초미세 공정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파운드리 기술 리더십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한 바 있다. 초미세 공정의 기반이 된 EUV 기술은 기존 불화아르곤 (ArF)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EUV 광원을 사용해, 보다 세밀한 반도체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관건은 6나노다. 공정 기반 제품에 대해서는 대형 고객과 생산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제품 설계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6나노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화성캠퍼스 EUV 조감도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5나노 로드맵도 빠르게 나왔다. 삼성전자는 5나노를 두고 설계 최적화를 통해 기존 7나노 공정 대비 로직 면적을 25% 줄일 수 있으며, 20% 향상된 전력 효율 또는 10%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7나노 공정에 적용된 설계 자산(IP)을 활용할 수 있어 5나노와의 호환성도 높은 편이다. 삼성전자의 7나노를 활용했다면, 자연스럽게 5나노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최신 파운드리 생산시설인 화성캠퍼스 S3 라인에서 EUV 기반 최첨단 공정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화성캠퍼스 EUV 전용 라인을 2020년부터 본격 가동해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7나노를 이달에 출하하고 계획대로 6나노를 연말에 시장에 제공하는 한편 5나노 연구개발을 마친 가운데, 전체 시스템 반도체 역량에도 상당한 순기능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운드리는 반도체 장비, 소재, 디자인, 패키징, 테스트 등 다양한 전문 업체들이 함께 성장해야 하므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삼성전자의 EUV 중심 파운드리 공정이 탄력을 받으면 이와 관련된 다양한 후방 산업의 수혜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1장의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MPW(Multi Project Wafer) 서비스를 최신 5나노 공정까지 확대 제공하는 한편 삼성전자 파운드리 지원 프로그램인 SAFE TM(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도 적극 가동한다는 각오다.

IP의 공유는 물론 공정 설계 키트(PDK, Process Design Kit), 설계 방법론(DM, Design Methodologies), 자동화 설계 툴(EDA, Electronic Design Automation) 등 5나노 공정 기반 제품 설계를 돕는 디자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에코 플랫폼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꿈'이 현실이 되면 국내 팹리스 업계도 큰 수혜를 받을 수 있다. 구축된 에코 플랫폼을 통해 쉽고 빠르게 제품을 생산하고, 신제품 출시 일정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배영창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EUV 기반 최첨단 공정은 성능과 IP 등에서 다양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 5G, AI, 전장 등 신규 응용처를 중심으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라며, "향후에도 첨단 공정 솔루션으로 미래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