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2001, 캔버스에 유화, 53×45.5㎝(Flower 2001, Oil on canvas, 53×45.5㎝)

구자승 그림과 마주하면서 경건해지고 마음이 깨끗이 씻어지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소재들은 자연히 수평의 바닥면에서 볼 때 옆으로 일직선을 이루게 된다. 일렬횡대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소재는 대체로 화면의 중앙 또는 절반 이하의 아주 아래쪽에 배치된다.

이에 따라 화면 상단의 공간이 커지게 된다. 균형감각을 상실한 듯한 구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시각적인 안정감은 특별하다. 어찌 보면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소재의 배열방식인데도 오 히려 시각적인 쾌감이 있다.

제식훈련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후좌우가 자로 잰 듯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고 느끼듯이 그의 그림에서도 유사한 감정을 느낀다. 흐트러진 가운데 조화를 모색하는 일반적인 정물화의 소재배치 방식과는 전혀 다르기에 새롭게 보인다. 그리고 시각적인 쾌감을 느낀다.

이처럼 직선적인 소재배치 방식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미적 감수성이 현대도시의 기하학적인 선에 익숙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 또한 현대도시인으로서 그러한 도회지가 지니고 있는 시각적인 이미지에 젖어있기도 하거니와 그와 같은 사실을 작가적인 의식으로 통찰함으로써 작업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글=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