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하나은행이 지난해보다 취약업종 여신 비중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산건전성은 시중은행 중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무난한 수요가 예상된다. 다만, 중국민생투자그룹 관련 채권 부실화 위험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최종 금리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2500억원(10년물) 규모의 420426-1회차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이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 대비 0.45~0.75%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이다.

하나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바젤Ⅲ에서 요구하는 총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번 후순위채를 발행할 경우 총자본 비율은 16.25%에서 16.40%로 0.15%포인트 증가한다. 지난해 전년(2017년)의 대폭 증가한 수익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 하나은행은 자본적정성 지표까지 강화에 나섰다.

▲ 지분비율 변동. 출처=DART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9444억원으로 전년의 1조954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2016년(1조2300억원) 대비로는 57% 상승한 수준이다.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도 시중은행 평균인 0.6%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자산건전성 지표는 시중은행 중 최하위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대손준비금을 고려할 경우 1775억원 감소한 1조7669억원이다. 대손준비금은 회계목적상 충당금이 감독목적상 충당금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별도준비금으로 적립하는 제도다.

하나은행이 대손준비금을 쌓은 이유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여전히 당국 권고치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손실완충력은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 커버리지비율로 나타난다.

▲ 고정이하여신비율.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별도기준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잔액은 2018년 1조2017억원으로 전년의 1조1141억원보다 7.29% 감소했다. 커버리지 비율은 91.52%로 전년(75.92%) 대비 증가했으나 여전히 시중은행 중 최하위다. 시중은행 중 커버리지 비율 평균은 129.91%로 100%를 밑도는 은행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커버리지비율은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비율로 채권 부실화에 따른 손실완충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주관사 측은 “대손준비금 자본규제 변경 효과, IFRS9 도입 등을 대비할 때 대손충당금 적립률의 점진적인 개선이 더욱 필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출 채권과 같은 자산 중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업종에 노출된 규모가 2015년 말 13조4000억원에서 절반(47%)가량 감소했으나 여전히 7조원 이상(7조2000억원) 노출돼있다.

이는 경쟁 시중은행 대비 하나은행의 기업여신 비중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2018년 말 기준 기업대출금 중 부동산 및 임대업에 대한 여신비중이 3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평균 27.8% 대비 높은 수준이다.

▲ 총여신 구성 내역. 출처=한국기업평가

주관사 측은 “글로벌 경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에 대한 우려, 조선·해운·건설 등 특정 고위험업종 부실화 가능성, 중소기업의 취약한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외부충격에 여전히 민감한 상태다”며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2018년 말 연결 재무상태표상 중국민생투자그룹(China Minsheng Investment Group 이하 CMIG) 계열사 2곳(중민국제 융자리스, 중민국제)에 대해 지분상품 및 대출채권 관련 익스포저(중민국제 융자리스 지분 장부금액 2022억원, 중민국제 지분 장부금액 2285억원, 중민국제 융자리스에 대한 대출채권 1280억원)를 보유 중이다. CMIG는 2019년 2월 만기도래한 채권 상환에 실패한 바 있다.

해당 채무는 현재 상환이 완료된 상태이나 CMIG의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에 대해서는 중국수출입은행의 주도 하에 채무재조정이 협의되고 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향후 중국의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경우 중국민성투자회사를 포함한 중국 관련 자산의 건전성 악화는 은행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