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주요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실적희비가 엇갈려 주목된다. 외국계 생보사는 1989년도를 기점으로 자회사 형태로 본격 시장 진입했다. 생명보험사에서 30주년은 성장의 모멘텀으로 여겨지는 만큼 자산 대비 실적이 중요한 시점이다.

올해 창립30주년이 도래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메트라이프 △푸르덴셜생명까지 총 4곳이다. 이들 기업은 1989년 한국시장에 진출해 30년간 보험상품을 판매했다.

30년간 주요 외국계 생보사의 자산규모는 평균 77.03% 증가하는 등 자산 성장은 크게 확대됐지만 각 기업별 실적은 하락하거나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동양생명 자산규모는 외국계 생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실적 감소폭은 가장 커 매각 이슈가 따라다니고 있는 상태다.

▲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 동양생명, 합병·매각 반복…안방보험 해외자산매각으로 매물후보로 거론中

동양생명(전 동양베네피트생명보험)은 1989년 4월20일 설립돼 그해 8월 영업을 개시했다. 동양메이저(현 동양(주))와 미국의 뮤추얼 베네피트 라이프 인슈어런스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지만 이후 외국인 지분이 정리돼 1995년부터 현재의 사명인 동양생명으로 법인명이 변경됐다. 동양생명은 1998년 순수 국내 자본 생명보험사로 전환해 업계 최초 고유브랜드인 ‘수호천사’ 캐릭터 개발을 진행했고 상표등록으로 회사를 알리는 등 생명보험사로서 입지가 확대됐다.

동양생명이 자산규모가 크게 확대된 시점은 2000년 초부터다. 당시 태평양생명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웠고 2009년에는 국내생명보험사 최초로 유가증권 시장에도 상장됐다. 그러나 2013년 동양사태가 발생하면서 같은 해 12월 동양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다.

2013년 동양생명은 15년 연속 흑자 달성, 2014년에는 총자산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기업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이 기간 동양그룹 지분을 보유했던 보고펀드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15년 대주주 안방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국내 자본 회사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다시 전환됐다.

동양생명은 대주주가 변경된 2015년 말 1510억원의 흑자가 발생했지만 2016년 미트론 사태(육류담보대출)여파로 영업이익이 적자전환됐고 대규모 대손충당금 반영으로 실적이 좋지 못했다. 동양생명은 2017년 겨우 실적이 회복됐지만 그해 대주주 안방보험그룹의 우샤오후이 회장이 경제 범죄혐의로 구속되고 지난해 2월부터 중국정부가 안방보험을 위탁경영해 매각설이 제기됐다.

안방보험을 위탁경영 중인 중국정부는 현재 안방보험의 해외자산에 대해 매각절차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안방보험의 해외자회사 매각이 지난해 상반기부터 가속화 됐고 국내에도 영향을 미쳤다. 안방보험은 계열사인 동양자산운용과 함께 ABL글로벌자산운용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지난해 동양생명은 이차역마진 확대와 저축성보험 축소로 영업이익이 2017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말 동양생명의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외국계 생보4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낮았다.

◇ 푸본현대생명, 30년간 4번째 사명변경…구조조정 거쳐 지난해 ‘흑자전환’

푸본현대생명의 전신은 대신생명으로 1989년 설립돼 올해 6월, 30주년을 맞이한다. 대신생명은 IMF 외환위기 당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2001년 7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고 이후 녹십자에 매각됐다. 녹십자생명으로 재탄생했지만 2010년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녹십자생명은 2012년 2월 현대차그룹이 2283억원에 인수하면서 현대라이프생명으로 세 번째 사명 변경됐고, 정태영 부회장이 상품개발과 사업전반을 진두지휘하면서 사업전반이 개편됐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라이프 출범 초반에 ‘제로’ 시리즈 도입으로 보험 판매를 강화했다. 보험에서 상품 특약을 없애 가입자가 상품 가입에 간편함을 더했고 표준화된 상품으로 대면영업과 방카슈랑스 채널을 공략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고객의 수요를 이끌지 못해 영업적자가 지속됐고 재무건전성도 저하돼 2017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 대만 푸본생명은 2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현대라이프 지분 48%를 취득해 2대주주에 올랐다. 지난해는 푸본생명이 2336억원의 증자를 더 진행해 최대주주가 현대차에서 푸본생명으로 교체됐고, 현대라이프에서 푸본현대생명으로 사명이 변경됐다.

1989년 설립 당시에는 순수 국내기업이었지만 현재는 대만의 푸본생명이 지분 62.06%를 보유중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은 각각 20.44%, 17.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구조조정 이후 지난해 영업이익이 5년만에 첫 흑자전환됐다. 지난해 푸본현대생명의 영업이익은 707억원을 기록했고 대주주의 유상증자 효과로 지급여력(RBC)비율도 297.6%까지 상승했다.

현재 푸본현대생명은 구조조정으로 대면영업은 축소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 영업을 강화중이며 퇴직연금은 현재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중이다. 또한 푸본현대는 올해 3월과 4월에 각각 저축성보험과 저해지 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텔레마케팅(TM)방식의 영업활동도 강화중이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으로 사명변경한지 1년이 채 안됐고 방카슈랑스, 퇴직연금, 텔레마케팅 영업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상품도 다각화해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7년에 지점축소와 구조조정으로 개인영업 채널이 줄어들긴 했지만 실제로 400명 가까운 설계사들이 대면영업하면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 메트라이프생명·푸르덴셜생명, 대주주 변함없는 30년...실적은 ‘정체’

메트라이프생명은 미국 금융그룹인 메트라이프가 1989년 코오롱그룹과 손잡고 코오롱메트생명보험사란 합작사를 만들어 국내에 진출했다. 이후 1989년 메트라이프가 코오롱그룹이 출자한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메트라이프생명으로 창립했고 현재까지 대주주가 바뀌지 않고 영업중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올해 6월에 30주년이 도래할 예정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2017년 자산규모가 20조원을 돌파하는 등 기업외형이 크게 확대됐지만 신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준비와 맞물려 실적은 정체된 모습이다. 지난해 말 메트라이프생명의 영업이익은 1586억원으로 2017년 2724억원 대비 42% 축소됐고 RBC비율도 하락했다. 메트라이프생명의 지난해 말 RBC비율은 235.2%로 전분기 267.8% 대비 32.6%포인트 하락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크게 건전성이 축소됐지만, 새로운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기준(K-ICS)을 차질 없이 준비해 온 생명 보험사로 꼽힌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신 회계기준에서 부채로 분류되는 저축성보험 판매를 지난 2017년 1월부터 중단하고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 시장에 집중했다. 특히 메트라이프생명은 변액유니버셜보험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했고 자산운용에도 높은 평가를 받아 국내에서 변액보험 강자로 자리 잡았다. 최근 매각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메트라이프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1989년 6월 한국에 진출해 인수합병(M&A)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푸르덴셜생명은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셜이 100% 출자로 한국에 들어와 30년간 보장성보험 영업에 집중해왔다. 푸르덴셜생명의 지난해 말 자산규모는 18조원으로 외국계 생보사중 기업 성장이 큰 편에 속하지만 영업이익은 2017년과 2018년 2000억 원 수준에서 정체된 모습이다.

푸르덴셜생명은 국내 시장에 들어온 후 설계사들의 전문성 강화와 사회공헌활동에 힘썼다. 특히 2003년 최초로 달러종신보험을 출시해 주목받았고 법인보험대리점(GA) 제휴 확대 추세에도 대면영업에 집중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올해 30주년이 도래해 내부적으로 창립기념회를 준비 중”이라며 “30주년은 의미있는 성장 모멘텀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