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등 관계자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Invossa-K)’ 사태가 지속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리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서 규제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과학 발전과 의약품 산업 비즈니스 모델 변경에 따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규제 강화는 기업에게 곧 ‘비용’이 될 수 있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식약처, ‘인보사 사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방침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인보사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이 앞서 보고된 ‘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 2액’이 아닌  ‘TGF-β1 유전자가 삽입된 태아신장유래세포주(HEK293세포에서 유래한 GP2-293세포) 2액’을 확인하고, 사실관계 파악과 추가조사 계획과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 환자안전대책을 만든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관리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허가 전부터 세포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체세포 등 관리업’을 신설해 세포의 채취부터 처리‧보관‧공급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안전과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등을 제약바이오기업이 허가 신청할 시 연구개발(R&D)와 제조 등에 사용된 모든 세포에 대한 ‘유전학적 계통검사(STR)’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허가 과정에서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교차 검증해 세포 동일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 국내에서 시판 중인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가 시판 중지된 가운데, 이번 사태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 등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보사 제품 모습. 출처=코오롱생명과학

허가 이후 사후 관리도 강화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 이후에도 업체가 주기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를 보관하도록 하는 등 사후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라면서 “세포유전자치료제 등에서 만일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추적조사를 의무화 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미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투여환자 전체에 대한 특별관리와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그간 투여환자의 병력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해 올해 안까지 이상반응을 파악하고, 인보사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 투여환자를 위한 전탐소통창구를 운영하기로 했다”면서 “일부 투여환자에 한해 실시하고 있는 장기추적조사를 모든 투여환자로 확대, 투여 후 15년 동안 주기적인 병‧의원 방문‧검사 등을 통해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이미 시판된 인보사는 효능과 효과를 추가하기 위해 추가 임상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31일 중단됐다. 이날까지 허가용 임상시험 대상 145건에 한 해 장기추적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식약처의 계획에 따라 앞으로는 추가 임상시험 대상 105건과 허가 후 투여환자 전체 3707건을 추가로 검사하게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 사용 후 이상반응이 일어난 경우,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즉시 신고하거나 식약처로 문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첨생법’에 영향 줄까 우려

업계에서는 첨단재생의료 안전성 확보와 기술 혁신‧실용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유효성 확보, 제품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내용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인보사 사태가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도 STR 검사는 실시하고 있다”면서 “인보사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첨생법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우려가 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2004년 당시 TC 분석 방법(왼쪽)과 2019년 STR 활용 TC 분석 방법. 출처=코오롱생명과학

최첨단 과학이라 가이드 라인과 규제 등이 명확치 않아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2월을 기준으로 글로벌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5억8000만달러(한화 약 6584억원)이다. 이날까지 한국에 허가된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인보사가 유일하다. 인보사의 2018년 생산실적은 약 196억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1월 31일을 기준으로 미국 등 주요국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가 허가된 건은 7건 뿐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관련된 내용을 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2004년에 세포 특성 분석에서는 2액을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TC)가 연골 유래세포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식약처는 본질적으로 기업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는 기관. 인력도 적어 의약품 하나하나마다 모든 것을 확인하기가 어려울 것. 업계에서 식약처 인력 증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식약처가 관리해야할 산업의 과학부문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현재 인력으로 가이드 라인이나 규제 등으로 이를 모두 관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17년 전,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겠다고 한 사람들에게 뼈 아픈 일이 됐다”면서 “꽃을 피우려는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누가되지 않을까 너무나 두렵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일이 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나아가는데 타산지석으로 활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는 “안타깝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양심적으로, 투명하게 관련 사실을 공개하고 안전성 등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시키는 등에 사활을 걸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